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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TEEN TOUR 'FOLLOW' AGAIN TO SEOUL

in 서울월드컵경기장, 2024.04.28 5시

 

 

드디어! 본다! 세븐틴!

 

작년 5월 십오야로 입덕할 때만 해도 가벼웠던 큐빅의 마음은, 무거워졌다가 튕겨 나왔다가 다시 깊어지기를 반복하며 자발적으로 단련되어 갔다. 음악의 신 활동을 챙기며 함박웃음을 짓고, 마마와 골디에서의 첫 대상 수상을 실시간으로 마주하며 벅찬 감정을 끌어안기도 했다. 기대가 드높았던 나나투어에 아쉬움을 느끼며 '십오야 입덕 나나투어 탈덕'의 기로에 서있던 즈음, 팔로우 콘서트 앵콜 오피셜이 떴다.

 

인더숲2나 나나투어 위버스 구매는 했어도 캐럿 멤버십 가입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입덕부정기 무지 길다. 이제 큐빅을 넘어 준캐럿이라 자칭하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수백만 캐럿의 일부가 되는 것을 망설였다. 세븐틴의 무대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욕망은 가득했지만 끝내 선예매를 포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생 때문에 가지 못한 인천콘 후기를 보고 상암콘 산책을 시작하고야 말았다. 명호의 손오공 독무를 보고 싶다!! 힙합팀 Monster 꼭 봐야만 한다!!!

 

입장 대기만 30만 명이던 공원 예매창이 어느 날부터 바로 떴다. 냉큼 주운 파란색 포도알 하나가 결제창으로 넘어가는 순간 얼마나 놀랐던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꼬박 하루를 더 산책해서 중앙으로 진출했다. 전진하고 싶었으나, 군무를 중앙에서 본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상암의 악명을 조금 더 귀담아 들었어야 했건만! 

 

손에 쥐기까지 꽤나 힘들었던 나의 티켓

 

사설이 길었다. 원래 늦덕은 모든 게 새롭기 때문에 변죽부터 쿵쿵 울리면서 말을 시작해야 하거든요. 어마어마한 인파를 뚫고 티켓을 찾으러 가는 과정부터 험난했다. 티켓부스와 캐럿존 줄이 뒤섞여 아찔했으나, 현장 스탭들의 정리에 힘입어 15분 만에 티켓을 찾을 수 있었다. 별빛이 아니면서 빅스 콘서트에, 샤월이 아니면서 샤이니 콘서트에 갔던 라이트 팬으로서의 경험치가 있기에, 괜히 헤매지 않고 빠르게 공연장 안으로 입장하여 여유를 되찾았다. 입장게이트와 티켓 하단 색깔 맞춰둔 거 편하고 신선하더라. 

 

상암 T구역 시야

 

그러나 자리에 앉자마자 시야에 경악했다. 본무대와의 거리감이 엄청나다는 건 일단 차치하더라도, 우리 5층에 있는 캐럿들 잘 안보이시죠?? 네!!!!!! 바로 앞의 돌출 무대가 하나도 안보이다니!!!!! 카메라 단상이 이렇게 높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조차 못했기에 몹시 당황스러웠다. 주르륵 늘어선 크고 길쭉한 13대의 카메라가 시야 방해를 더했다. 라이브 공연인데 13명의 멤버 중 그 누구와도 직접 교감하는 경험을 하지 못하고 오다니. 속상하다 속상해 엉엉엉.

 

 

[세븐틴 팔로우 어게인 인 서울 콘서트 세트리스트]

 

손오공

DON QUIXOTE

박수

울고 싶지 않아

F*ck My Life

Rock with you

 

[보컬팀]

바람개비

먼지

청춘찬가

[퍼포먼스팀]

I Don't Understand But I Love U

HIGHLIGHT

SPELL

[힙합팀]

Fire

Back it up

LALALI

 

HOME;RUN

Left & Right

BEAUTIFUL

음악의 신

April shower

겨우

 

MAESTRO

HOT

 

Ima - Even if the world ends tommorrow (한국어ver.)

지금 널 찾아가고 있어

같이 가요

Headliner

 

아주 NICE (무한ver.)

 

 

그렇지만 공연은 최고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꽉꽉 알차게 채워낸 구성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무려 4시간 동안 30곡에 가까운 무대를 열과 성을 다해 보여주는 그들에게서 열정과 사랑과 기쁨과 벅참이 흘러넘쳤다. 정성스럽게 선별하고 지독하게 준비하여 완벽하게 표현하는 세븐틴의 아티스트적 면모에 흠뻑 빠져들었다. 주광으로 밝고 푸르던 하늘이 새카맣게 물들 때까지, 손오공으로 화려하게 막을 올린 무대가 신곡 마에스트로로 클라이막스에 이르기까지,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로 무한 아나스를 달리는 끝까지, 모든 순간이 충만하게 아름다웠다.

 

"마에스트로의 지휘에 맞춰"

 

신곡 얘기 나왔으니, 마에스트로 미쳤음. 오늘 정식 공개될 음원과 뮤비를 보지 않아도 확언할 수 있다. 이건 된다. 멜로디도 안무도 때깔이 차원이 다르다. 입덕곡 손오공을 넘어서는 노래가 나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1년 만에 갱신됐네. 심지어 소재까지 취향 저격이라니. 우지의 기깔나는 작곡 능력과 탁월한 프로듀싱 실력에 온 맘 다해 찬사를 보냅니다.

 

세븐틴의 음악이여, 세븐틴과 함께 영원하자. 

 

명호야.. 내가 너를 어쩌다 이토록 사랑하게 되어....

 

워낙 자리가 멀어서 소소하고 사랑스러운 디테일은 거의 보지 못했지만, 신나는 함성 유도와 다정한 멘트와 시원시원한 샤우팅 덕분에 공연에 오롯이 녹아들어 즐길 수 있었다. 퍼포먼스를 전개하는 곡들은 전광판 대신 본무대만 응시하며 군무를 감상했고, 이동차와 돌출무대로 나올 때만 전광판의 노래하는 멤버를 슬쩍슬쩍 봤다. 본무대에 있으면 멤버 하나하나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멀어서 약간 장난감 보는 기분이긴 했다. 아이돌의 기본 조건이 화려한 머리색이어야 하는 이유를 깨달음. 다음 기회를 반드시 잡아서 꼭 전진하고 말리라. 

 

"오늘 세상이 끝나더라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의

지금"

 

셋리 관련해서 조금 더 말하자면, 일단 몬스터 왜 없어!!!!!!!!!!! 아니 저기요, 제가 초인종 누르는 빨간 머리 쿱스 때문에 상암콘을 결심했는데요. 승철이가 "못 믿겠음 놀러 와봐 콘서트" 라고 초대해 줘서 온 건데요!!!!! 신곡을 선보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임을 이해하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니깐. 그래도 신곡 LALALI의 힙함에 미련을 떨쳐본다. 엄청나게 차오르는 흥을 느끼며 왜 매번 Back it up을 셋리에 넣는지도 이해했다. 나 힙합 좋아했네. 온몸으로 멋을 뿜어내는 민규와 세상 힙한 쿱스와 근사한 원우도 좋았지만, 아디다스 운동복 바지에 한 손을 찔러 넣고 랩을 쏟아내는 한솔이의 까리함에 반해버림.

 

사랑하는 퍼포팀의 무대도 좋았다. 비록 이들의 최장점인 온전한 퍼포먼스를 제대로 즐겼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좋았어. 최애 명호의 우아한 턴과 많이 아끼는 준휘의 아름다운 춤선과 든든한 수장 순영이의 박력 있는 몸짓과 믿고 보는 찬이의 세련된 동작을 두 눈에 담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다만 애들 춤출 때 표정 좀 가까이서 보고 싶어요. 부드럽고도 강렬한 준의 웨이브와 힘 빡세게 준 디노의 얼굴과 열정이라는 단어의 현신인 호시의 카리스마와 제 파트에서 양껏 뽐내는 디에잇의 기량을, 두 눈에 한가득 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나 퍼포팀 너무 사랑한다. 

 

힙합팀의 까리함과 퍼포팀의 간지를 잇는 보컬팀의 청량함도 사랑스러웠다. 청춘찬가가 보컬팀 최애곡이 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듭니다. 동그랗고 예쁜 정한의 음성, 부드럽고 세련된 슈아의 음색에 이어 우지가 만든 중독성 있는 싸비를 시원시원하게 뽑아내는 두 메보의 목소리가 커다란 공간을 가득 채워냈다. 다섯 사람이 만들어내는 화음이 특히나 좋더라. 반짝이는 청춘에 설레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하나의 팀에 속한 세 개의 유닛이 어쩜 이렇게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낼 수 있는지, 고맙고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벅차다. 

 

@pledis_17

 

이외에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들으며 많이도 들었던 FML과 이마세카의 한국어 버전을 들을 수 있어 기뻤다. 컴백부터 막방까지 오롯이 함께 했던 음악의 신 무대도 반가웠고, 홈런과 렢라 등 페스티벌 느낌 낭낭한 곡들도 신났다. 근래 스스로 용기를 북돋기 위해 챙겨 듣는 돈키호테도 심장을 울렸다. 중간중간 잠시 퇴장하거나 뒤쪽 무대로 빠지는 쿱스와 정한의 동선이 자연스러운 것도 좋았어. 캐럿타임 때 모든 노래를 완벽히 따라 부르며 마음껏 콘서트를 만끽했다. 캐럿봉만 들지 않은 명실상부한 캐럿이 여기에.

 

음악 타이밍에 맞춰 터지는 폭죽과 불꽃에 강렬한 짜릿함도 느꼈다. 폭죽 한 번 터뜨리면 연기가 빠져나가는데 한세월이던 체조경기장과는 차원이 다른 시청각의 향연이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음향도 기대 이상이라서 만족스러웠고, 카메라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전광판이 컸으니 용서해 본다. 가장 최근에 갔던 콘서트가 코로나 직전 고척에서 열렸던 퀸 내한콘인 사람으로서, 근 5년 만에 경험하는 돌콘에 다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달까. 

 

@pledis_17

 

30분가량 진행된 엔딩멘트에서 멤버 하나하나의 마음이 느껴졌다. 저마다 자존감 이슈들을 경험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커리어하이에서 경험하는 막막한 미래를 부디 씩씩하게 헤쳐나가길 바란다. 필요하면 능력치를 더 쌓으면 되고, 두렵겠지만 여러 분야에서 개인 활동도 도전해 보고, 너희들의 말처럼 힘들면 잠깐 쉬어가도 되고. 요새 군백기는 뭐, 전 세계의 수많은 캐럿들 대부분이 기꺼이 기다려줄 텐데. 군백기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에 기다렸던 사람. 물론 이외에도 말할 수 없는 별처럼 수많은 고민들을 가슴에 담고 있겠지만, 분명 잘 해낼 거야. 땅을 보고 계속 올라 기어코 정상에 도달했듯이.

 

부상을 겪은 두 맏형과 답지 않게 자신감이 조금 떨어진 듯한 슈아도 걱정이었지만, 위버스 글을 보며 내심 걱정하고 있던 도겸이의 울컥임이 많이 속상했다. 누군가의 동경의 대상이라는 아이돌로서의 부담감과 팬으로서는 알 수 없는 개인적인 차원들의 고민들이 뒤섞여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인 것 같은데,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많이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란 걸 꾸준히 느끼길 바란다. 너 진짜 멋져! 최고야! 솔직히 난 도겸이의 락 장르 솔로 앨범을 기대하고 있다구! 아니면 뮤지컬이라던가! 엠개극 말고 다른 거 많아! 너의 재능으로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단다! 언제나 밝은 모습일 수 없는 것이 사람이지만 너는 그걸 해내고 있잖아. 석민이 넌 정말 대단해. 

 

그리고 승관이. 끝끝내 나를 또 울려버린 우리 승관이. 너의 아픔과 그리움에 감히 어떠한 위로도 쉽게 건넬 수 없지만, 너의 따뜻하고 다정하며 섬세한 마음만큼은 언제나 아끼고 사랑하겠노라 약속할게. 때때로 물밀듯이 밀려오는 슬픔에 잠겨 허우적댈지라도, "열심히 사랑을 전하며 살려고 다짐"했다는 너를 늘 응원해. "어려운 감정"을 끌어안을 용기를 내줘서 고마워. 실은 나도 해가 떨어지기 전 공연 중에 풀풀 날리는 꽃씨를 발견할 때마다 너를, 그리고 그 친구를 떠올렸어. 그래서 진심을 담은 너의 말에 더 눈물이 쏟아졌나 봐. 삶이란 게, 참 쉽지 않아. 그치?

 

@pledis_17

 

"어쩌다 보니 처음으로 마주하는 오늘이라서

사무치게 아픈 말 한마디에 내가 더 싫어도

신경 쓰지 말자 

우리 목소리로 어디서라도 부르자

청춘찬가"

 

든든한 총괄리더이자 까리한 힙합팀 리더 에스쿱스, 귀엽고 예쁘고 뭐든 절대 안 빼는 정한, 쿨한 미모로 세상 다정한 조슈아, 끝내주는 체력으로 끝까지 여유롭게 최선을 다하는 준, 폭발적인 힘으로 무대를 씹어먹는 퍼포팀 수장 호시, 킬링포인트를 맛깔나게 살려내는 원우, 명실상부 마에스트로 보컬팀 리더 우지, 손오공의 독무도 마에스트로의 킬링파트도 완벽히 소화하는 디에잇, 객석의 가장 가까이까지 다가가 손을 내밀어주는 민규, 끝내주는 가창력의 소유자이자 무한아나스의 신 도겸,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시원하게 음악을 쏟아내다가도 센스 있는 멘트로 분위기를 끌어나가는 승관, 랩을 할 때마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는 힙한 버논, 중독성 있는 후크를 즉석에서 창작하는 스캣 천재 디노.

 

"사람들은 손가락질 해 It ain't real It ain't real

겁먹지 않아 It's real It's real

미쳤다해도 좋아

내 모든 걸 불태운 밤

So come and call me DON QUIXOTE"

 

13인 완전체의 콘서트를 만날 수 있어 아주 나이스다. 데뷔 초기 드콘 때 5층의 작은 한 구역도 미처 채우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감격과 뿌듯함과 벅참으로 일렁이는 그들의 얼굴이 무척 예쁘다. 데뷔 10년 차로서 과거를 돌아보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그들의 독한 악바리 근성을 너무나 아낀다. 기록에 연연하면서 꾸준히 나아가겠노라고, 캐럿 덕분에 비현실적인 꿈이 현실이 되었다며 앞으로 더 멋진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약속해 주는 각오가 고맙다. 과거의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내달리는 세븐틴을 사랑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야.

 

"다음이 더 기대되는" 콘서트 장인 세븐틴! 오래 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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