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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스 까라마조프

in 예스24스테이지 1관, 2021.05.26 8시

 

 

 

 

김주호 표도르, 조풍래 드미트리, 김재범 이반, 유현석 알료샤, 박준휘 스메르, 김인애 피아니스트.

 

 

러시아 고전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로 종일반을 하고 싶어서 매진 회차를 열심히 산책한 끝에 1층 뒷자리를 가까스로 주워 객석에 앉았다. 도스토옙스키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원작으로 한 이 극이 필경 취향이리라 믿었는데, 생각보다 아쉬움이 남았다. 배우들의 열연에 감탄과 탄식이 여러 차례 터져 나왔으나, 전체적인 구성과 연출은 흡입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각자의 서사를 쌓아나가는 과정이 예측 가능하여, 결국 배우 개개인의 역량과 노선에만 의존하는 극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든 탓도 있다. 감정을 곱씹고 가사를 되짚어보니 오히려 이야기의 매력이 피어오르더라.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악마는 우리 마음속에 있으니까

자기 몸에 침을 뱉을 수는 없으니까"

 

 

 

 

"인간이란 존재가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남들이 평가를 내리면 다른 사람들도 우루루루루 같은 평가를 내리는 게 바로 인간이죠.

그 사람과 친하지도 않고 만난 적도 없는데 마치 그 사람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죠.

왜냐, 사람들은 게으르니까."

 

 

※스포있음※

 

 

신이 있음을 증명할 수 없기에 신을 믿지 못하는 이반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므로, 극 내내 이반에게 집중했다. 인간이 신을 필요로 할 때 신이 인간을 구원하지 않았기에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구원하였고 그리하여 결국 인간에게 신은 필요치 않게 되었노라며, "모든 것은 허용될 수 있다" 외친다. 악마 또한 신과 마찬가지로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에 믿지 않았으나, 잔인한 진실 앞에서 이반은 신도 악마도 인정하며 무너져 내린다.

 

 

"내가 범인입니다.

내가 스메르쟈코프가 아버지를 죽이도록 살인 교사를 했습니다.

사실 그놈은 우리 안에 있는 욕망을 계산한 거죠.

드미트리의 살인충동, 저의 무신론, 알료샤의 방관적 태도를 모두 모아

우리를 대신해서 살인을 저지른 것입니다.

증거는 없습니다. 스메르쟈코프가 죽어버렸으니까!

증인이라면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꼬리가 달린 증인입니다.

저와 친분이 있고 연락 또한 닿습니다. 상식에선 좀 멀지만.

헛소리가 아닙니다! 섬뜩할 만큼 정상입니다."

 

 

극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맥락에서 눈물을 쏟는 범이반의 설득력이 어마어마했다. 준휘메르의 발작씬은 섬뜩한 기분으로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압도적이었고, 주호표도르의 독백은 하나하나 귀를 사로잡았다. 극 초반에 제 아들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면서 피칠갑이 된 얼굴을 쓰다듬는 그 형형한 표정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다른 분 후기에서 보니, 이 동작이 아들들마다 각각 다른 것이 디테일인 듯하여 더 짜릿하더라. 풍드미와 현석알료샤의 변화도 강렬하게 표현되어서 좋았고. 범이반만 맞춰서 간 관극이었는데, 범이반은 물론이고 다른 배우들도 몹시 훌륭하여 애배망태기만 가득 채워왔다.

 

 

궁금했던 극을 만나며 좋은 배우들을 알아왔다는데 이 관극의 의의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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