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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북
in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2021.06.04 7시반
차지연 안나, 송원근 브라운, 홍우진 로렐라이, 김국희 도로시&바이올렛, 원종환 존슨&앤디, 김승용 헨리&잭, 이하 원캐.
트라이아웃도 초연도 개인 사정으로 놓쳐서 아쉬웠던 이 작품이 홍아센에 재연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비록 고대했던 율안나가 오지 않아서 속상했지만, 그래도 캐스팅이 전체적으로 훌륭해서 기대가 컸다. 다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는지 티켓팅에 패망해서 표가 한 장도 없었는데, 총첫공 직전에 중블 6열 중앙을 주워서 바로 실결해버렸다. 만족스럽게 관극 했던 젠가 재연 첫공과 한 자리 차이여서 일말의 희망을 걸었건만, 역시 홍아센이 홍아센했다. 그나마 오른쪽이 거리두기 좌석이어서 오른편 시 야은 뚫려있었지만, 왼쪽은 앞사람 머리에 완전히 가려서 배우들이 감옥에 앉아있으면 완벽하게 안보였다. 무대 조금만 높여도 시야 확충된다고요 이 계자님들아... 제발 객석 꽉꽉 채워 앉아서 각 자리 시야 체크 좀 해주면 안 됩니까. 자리 후기는 여기.
"그렇게 써요 그대로 써요 아무런 꾸밈 없이"
아무튼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마주한 첫공의 레드북은, 상상 이상으로 매력적이었다. 재기 발랄한 미소와 노래에 반해버렸고, 재치 가득한 가사에 심장이 뛰었다. 로렐라이 언덕 뒷배경에 가우디를 연상시키는 곡선의 모자이크 유리가 마음을 설레게 했고, 그대로 써요 넘버의 다정하고 확신에 넘치는 위로와 응원에 끝내 눈물을 쏟고 말았다. 숨김없이 나 스스로를 드러내고 글을 쓰라는 로렐라이의 격려가 어찌나 고맙고 따뜻하고 힘이 되던지. 세상의 모든 로렐라이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지껄일 수 있도록 마음껏 세상을 소란스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벅찬 의지를 채워냈다.
"어딘가 털어놓고 싶은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때
우리는 우리를 이 종이 위에 담아"
어리고 발랄하며 뚝심 있는 차안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더없이 눈부시게 반짝였다. 이 배우가 고음에서 이런 창법을 쓰는 건 처음 본 것 같은데, 안나라는 인물과 잘 어울렸다. 런브라운은 시라노 크리스티앙에 꼰대스러움과 망충함을 더한 느낌이었는데, 과장스럽고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일 때 포인트를 아주 잘 살려서 몹시 만족스러웠다. 일단 얼굴과 목소리 잘생긴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그 몸으로 쭈굴거리며 안나를 돋보이게 만드는 점이 훌륭했다. 경력직 홍렐라이와 국희도로시 사랑해요!!!! 첫공이라 자잘하게 산만한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두 배우가 중심을 완벽하게 잡아줬다. 앙상블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도 이 이야기를 더없이 아끼며 온 마음으로 즐기고 있음이 여실히 느껴져서 관객으로서 행복했다.
극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발랄한 색감의 조명이 다양한 형태로 다채롭고 풍성하게 무대를 밝혔고,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매력적인 멜로디의 매력을 더했다. 2막 중간에 무대 안쪽 스크린이 올라가며 오케의 존재를 알려주는 연출 너무 좋았음. 다만 조도 어두워지니 스크린 너머 스탭이 이동하는 실루엣이 여실히 비쳐서 몰입을 깼다. 서너 번 정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백스테이지 동선을 바꾸든가 해야 할 듯. 안쪽 단상 위 한가운데에 책상 꺼내오는 것도 굳이 스탭 두 사람이 해야하는지 모르겠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직접 무대 위에 풀어내기도 하는 극인 만큼 극적 환상을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관객이 현입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부디 수정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2막 마지막에 무대 상수로 계단 들어가면서 우당탕쿵탕 소음 장난 아니던데 그것도 주의를 부탁드리는 바이다.
"우리는 로렐라이 언덕의 여인들
이 작은 펜으로 커다란 성을 지어"
회전 확정이니 이야기나 디테일 부분은 다음 관극 후기에서 정리해볼 예정이다. 간만에 심장을 뛰게 만드는 극을 만나서 기쁘고 벅차다. 가능하면 전캐슷 다 찍어봐야지! 다들 레드북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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