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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in 샤롯데씨어터, 2020.03.25 3시

 

 

 

 

류정한 드라큘라, 임혜영 미나, 이예은 루시, 강태을 반헬싱, 진태화 조나단, 조성린 렌필드. 류큘 자여섯, 류임 자다섯.

 

 

솔리터리도 더롱거도 훌륭했으나, 오늘의 표값은 전부 류큘의 미모에 바쳤다. 일주일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프블에서 후드 벗는 순간 숨이 턱 막혔고, 늘 왕자님 같았던 위트비베이에서도 더욱 예쁘게 반짝였으며, 루시를 찾아와 자신만만한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말아올리는 표정에 작은 탄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시덕션에 이어 피날레까지 장면마다 지나치게 잘생기고 예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던 건 물론이고 마스크 아래에서 배실배실 피어오르는 미소 또한 막을 수 없었다. 류큘의 미모 덕분에 안 먹어도 배부른 만족스러운 기분을 제대로 만끽했다. 영원히 햇빛을 보지 못한대도 기꺼이 따라나설 수 있을 것만 같은 백작님이었다.

 

 

 

 

"사랑만을 위해 살아온 날 위해," 라고 하면서 슬픈 미소를 입가에 걸고, "어떻게 찾아온 내 사랑인데," 하며 울음을 쏟아내는 미나의 손에 칼을 쥐어주며 애틋하고 간절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차마 거역할 수 없는 잔인한 부탁. 피날레의 절절함이 심장을 울려서 자꾸만 이 극을 찾게 된다. 스스로를 내던질 각오를 하게 만드는 사랑, 그 손을 뿌리치고 다시 빛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옳은 선택임을 아는 사랑, 그로 인해 운명을 기꺼이 맞이하겠노라 받아들이게 만드는 사랑. 그에게 구원을 묻는 이는 미나였고, 구원을 주는 이도 미나였다.

 

 

사랑하는 이가 자신을 볼 때마다 "검게 드리우는 저 영원한 어둠" 을 발견한다는 건 어떤 절망인가. 자신의 어둠이 "삶의 유일한 빛" 을 집어삼킨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인가. 유일한 빛을 자신의 어둠이 집어삼켰을 때, 그 아득한 암흑을 감당할 수 있는가. 어둠이기에 빛을 동경하지만 어둠이기에 빛을 가까이 할 수 없는 잔인한 운명. 빛을 지키기 위해 빛을 포기하는 어둠을, 비난하고 저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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