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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덕 이후로 가장 다양한 관극을 한 한 해였다. 특히 연극을 많이 보면서 스스로를 연뮤덕이라 재정의 내리기도 했다. 다작을 하다 보니 관극 후기도 배우보다는 극 중심으로 쓰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매 관극마다 후기를 쓰는 루틴에 대한 고민이 크게 늘었다. 4년 반 동안 300편이 넘는 후기들을 쓰다 보니 스스로의 글에 만족하는 역치가 갈수록 높아진다. 피드백 없는 글들에 대한 따분함도 늘었고. 기록에 대한 집착이 강한지라 후기를 아예 놓아버리지는 못하겠지만, 이대로 현상유지를 하다 보면 내년에도 계속 고민이 이어질 듯하다. 그래도 중도 포기하지 않고 1년 잘 해냈다, 나.
19년 새해 첫 곡으로 마틸다의 Naughty 를 들었고, 그에 걸맞는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다. 라이언킹이나 오이디푸스 등 여러 형태의 고전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고, 헬멧 룸서울과 벙커 시리즈를 놓치지 않아 다행이었다. 엉햇 솜 관대가 올해였다니. 내년 2월 창조 페어 애니석 근처를 잡아둬서 기대가 크다. 신엘리 막공과 마라콘도 황홀하고 행복했다.
6월까지 내내 자첫자막으로 다작하다가, 공주안나를 쉽게 보낼 수 없어 안나 카레니나만 자둘했다. 마마님 콘서트가 행복했고, 다양한 모습으로 무대 위에 존재하는 여성들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
7월은 이직과 이직여행으로 바빠서 잠시 관극을 쉬었다. 상뜨에서 처음으로 발레를 만났고, 마침내 류배우님이 기나긴 공백을 깨고 무대 위로 돌아오셨다. 12월 부산에서 "나 놀거야" 라고 하신 뒤로 장장 7개월이나 쉬시다니. 시라노 재연을 올리시느라 무대 아래에서 바쁘셨겠지만, 배우 류정한을 사랑하는 관객으로서는 무대 위에 부재하신 이 기간이 무척 길고 그리웠다. 초연과 많이 달라진 재연 시라노를 마음껏 사랑하며, 류라노와 함께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했다. 상세한 이야기는 시라노 정산글에 다 적었으니 생략하고, 헤드윅이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시라노와 같은 시기에 돌아와서 많이 보지 못했다. 특히 마언니는 더 많이 만났어야 했기에 아쉽다. 고통스럽고 아파도 헤드윅으로 인해 가까스로 숨을 쉴 수 있던 경험이 많다.
레베카, 아이다, 마리앙, 보디가드. 여성극이 많은 연말을 보낼 수 있어 기쁘다. 2년 만의 뎅옵 외박콘도 너무너무 반갑고 행복했다. 뎅언니의 올진럽을 들으며 크게 위로받았다. 3년반만에 만난 류막심도 반가웠고. 세어보니 1년 동안 69번의 관극에 48개의 극을 만났더라. 2020년에도 고민하고 성찰하고 사유하고 행복할 수 있는 극이 부디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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