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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가드
in 엘지아트센터, 2019.12.06.8시
김선영 레이첼, 이동건 프랭크, 최현선 니키. 여왕레이첼, 동건프랭크, 현선니키.
생각치도 못한 여왕님의 차기작 덕분에 미뤄왔던 이 극을 만날 수 있었다. 모든 장면마다 등장하여 노래를 하는 여왕님을 120분 내내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완벽하게 행복한 시간이었다. 너무나 유명하고 너무나 빤히 결말이 보이는 스토리 안에서도, 특유의 정서가 뚝뚝 묻어났다. 탑스타 레이첼 마론의 화려한 넘버도 눈부셨지만, Greatest love of all 등 짙은 호소력과 감수성이 필요한 넘버들이 너무나 훌륭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1막 마지막 I have nothing. 곡 자체가 지닌 부드럽고 유려한 흐름을 매끄럽게 풀어내며 절정으로 치닫는 감정, "당신도 나와 같" 나며 간절하지만 우아하고 꼿꼿하게 묻는 카리스마,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정열까지. 사랑이 남긴 상처로 인해 방어적이지만 사랑이 주는 행복을 알기에 갈구할 수밖에 없는 여왕레이첼은, 스스로를 내던지기 보다는 "용기를 내" 보라며 상대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강함 이면의 위태로움과 갈급함 너머의 주체성을 끌어안은 채 당당히 홀로 서는 그는, 별명 그대로 '여왕' 이었다.
록호쇼에서 마젠타로 만났던 현선니키에게 새삼 반하고 왔다. 재지한 그루브를 맛깔나게 살리는 부드럽고 힘있는 음색이 아름다웠다. 내년으로 예정된 렌트의 넘버들과 아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관극 내내 했다. 동건프랭크의 첫공은 깔끔하고 담백했다. 딕션이 아주 좋아서 만족스러웠고, 프로포션이 너무 훌륭해서 눈이 즐거웠다. 첫 무대로 힘과 용기를 많이 얻었길, 그리하여 계속될 공연들도 하나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채워나가길 바래본다. 장면마다 열정적인 앙상블 배우들 덕분에 함께 즐거운 관극이었다.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결의 인물을 여왕 답게 소화해내는 모습이 눈부시게 멋졌다. 앞으로도 무대 위에서 하고 싶은 걸 다 하시길 바라며, 늘 언제나 응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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