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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
in 엘지아트센터, 2019.01.23 8시
황예영 마틸다, 문서윤 브루스, 유호열 토미, 강희준 나이젤, 이우진 에릭, 김연화 아만다, 김요나 라벤더, 송두나 앨리스, 김우형 트런치불, 방진의 미스 허니, 최정원 미세스 웜우드, 문성혁 미스터 웜우드. 마틸다 자넷이자 자막.
이로써 네 명의 마틸다를 전부 만났다! 같은 상황과 대사를 각기 다른 매력으로 표현하고 전달해준 경이로운 마틸다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더불어 다른 모든 배우들과 이 극을 한국에 올리기 위해 노력해준 모든 사람들에게도 온 마음을 다해 감사를 전하고 싶다. 소중한 추억의 일부로 지니고 있던 이 이야기를, 이토록 멋지고 눈부시게 마주할 수 있어 행복했다.
아이, 그것도 자신이 "특별함" 을 알지 못하는 여자 아이의 이야기. 머스마, 라는 호명에도 매번 꿋꿋하게 "나는 여자예요" 하고 반박하고, 울음이 터질 만한 상황에서도 꼿꼿하게 "한숨 쉬며 견디는 건 답이 아" 니라며 저항하는 아이. 이 아이를 돕는 건, 가정학대라는 같은 경험을 공유한 여자 어른이다. 이 아이의 이야기를 가장 잘 경청하고 응원하고 칭찬해주는 사람도 여자 어른이다. 심지어 그들을 괴롭히는 극악한 악인마저도 여자 어른이다. 주인공이든 조력자든 악당이든, 인물의 성별이 남성이 아니더라도 이야기는 충분히 정상적이고 일상적이다. 소년 뿐만이 아니라 소녀 역시 이야기의, 현실의,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여성 또한 남성과 똑같이 특별할 수 있고, 악독할 수 있고, 괴로워할 수 있고, 트라우마에 잠길 수 있고, 누군가에게 가장 눈부신 별이 될 수 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보여준 뮤지컬 마틸다는, 그래서 여성극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더불어 이 작품은 "아이" 가 주인공이자, "아이들" 이 직접 이끌어가는 극이다. 성인 배우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내뿜는 어린 배우들이 전달하는 에너지는, 그 자체만으로 생명력 넘친다. 이야기 속의 아이들 또한 유약하지만 강인하고, 위태롭지만 단단하다. 온갖 위협과 폭력과 억압과 박해에도 불구하고, 아이다운 장난과 유머와 발랄함을 잃지 않는다. 쵸키와 첼시 등의 잔인한 학대에 대한 공포로 덜덜 떨면서도, 절대 호락호락하게 수긍하거나 순종하지 않는다. 트런치불의 의자에 방귀쿠션을 올려두고, 때로는 꿀을 바르고, 케이크를 훔쳐 먹고, 그가 마실 물에 도롱뇽을 넣은 아이들은, 그 결과물을 보고 키득대고 킬킬거리며 즐거워한다. 이것이 순수하고 자유로운 아이들이 지닌 힘이다. 친구를 위해, 옳지 않음에 저항하기 위해, 쵸키라는 두려움을 이기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이 놀라운 아이들은, 마침내 당당하게 맞서 리볼팅을 선언한다.
"틀려 먹은 세상의 뒤틀려 먹은 애들
미친 몸짓으로 빡친 춤을 추고
눈치 따윈 안 보고 지치지도 않아
틀린 틀을 비틀어 싹 다 깨부숴!"
작년 9월부터 시작된 "이 기적 같은 아이" 들의 무대 위 대장정이 이제 보름 정도 남았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멋지게, 아무도 다치지 않고, 막공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란다. 대배우님들이 뿜어내는 강렬한 힘과 눈부신 열정과 엄청난 노력과 놀라운 재능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마틸다의 이야기가, 그대들의 존재가, "불공평하고 또 부당할 때" 마주하는 수많은 "옳지 않" 음에 맞서는 "쬐끄만 용기" 를 선사해주리라.
"어른이 되면
아무리 버겁고 힘든 짐도 버텨낼 수 있겠지
어른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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