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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in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2018.12.20 8시 공연


 

최정원 벨마, 김지우 록시, 남경주 빌리, 김경선 마마. 시카고 자첫.


영화를 비롯한 영상으로는 자주 접했지만, 무대 위 공연을 보는 건 처음이기에 설렘 반 기대 반의 마음을 안고 객석에 앉았다. 직관적이지만 강렬한 조명 아래에서, 섹시한 블랙 의상을 입고, 금관과 현악기와 피아노와 드럼이 선사하는 매력적인 재즈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끈적하고 매혹적인 춤을 매끄럽게 선보이며 유혹하는 이 극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첫 안내멘트에서 언급한 대로 보드빌처럼 극 중간중간에 앙상블이나 지휘자가 다음 무대를 소개하는 연출이 인상적이었고, 무대 등퇴장 동선도 흥미로웠으며, 앙상블들이 무대 양끝에 놓인 의자에 앉기도 하고 지나치기도 하며 객석과 함께 극을 관망하도록 하는 구성 또한 재미있었다. 무대 위에서 함께 호흡하며 공연의 일부가 되는 연주자들과, 행동과 대사 등 연기까지 병행하는 지휘자의 존재가 극을 한층 생동감 있게 만들었다. 게다가 배우들은 또 얼마나 훌륭하던지. 시카고라는 극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음색들이, 활짝 만개했다가 급작스럽게 오므라들었다가 다시 또 활짝 만개하는 듯한 그루비한 넘버를 너무나 완벽하게 표현했다. 동작과 동선도 합이 딱딱 맞아서 희열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주연 배우들은 굳이 말이 필요 없는 캐스팅으로 일부러 맞춰 갔고, 기대 그 이상이어서 몹시 행복했다. 정원벨마는 벨마 그 자체였고, 경선마마는 존재 만으로 무대를 장악하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지우록시도 록시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완벽히 표현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갔다.



이 관극에서 유일하게 아쉽고 속상했던 건, 다름 아닌 커튼콜이었다. 배우들이 이토록 훌륭하여 극 중간중간에도 계속 크게 환호를 보냈고, 커튼콜에서도 앙상블 호명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났는데, 그 큰 성아센 대극장에서 관객이 아무도 안 일어나더라. 어지간하면 주변 신경 안 쓰고 스스로의 감상에 따라 기립 여부를 선택하는 관객임에도 불구하고, 미동도 없이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뒤쪽 객석의 분위기에 순간 당황하여 다시 앉아버렸다. 그리고 다시 일어날 타이밍을 놓쳐서 결국 끝까지 앉아서 큰 박수와 커다란 환호만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공연이 좋았는데 기립을 못해서 너무 속상하고, 배우들과 오케에게 미안하고, 못내 찜찜하다. 만석에 가까운 대극장에서, 이렇게 호응이 짜고 기립도 없는 관극이 처음이라서 당혹스럽고 슬프다. 공연 엄청 좋았는데. 다음 시즌에 이 배우들 다 돌아와서 꼭 이 캐슷으로 자둘을 할 수 있길 바란다ㅠㅠ 오늘 혼자 제일 많이 소리 질렀지만, 그 이상으로 보내야만 했던 찬사를 전하지 못해 미련이 남는다.


성아센 1층은 처음 가봤는데, 오케피트가 대서양 수준이라서 마지막에 정원벨마와 지우록시가 던지는 장미꽃이 객석 근처에도 안오더라. 성아센 1열이 블퀘 8열 정도의 거리감이었지만, 그래도 멀리서나마 경선마마의 새우젓이 될 수 있어서 행복했다ㅠㅠ 정말 너무 멋지세요ㅠㅠ 최고임bb 쇼뮤지컬은 크게 좋아하지 않는 취향임에도, 이 멋지고 매력적인 극만큼은 그저 무한한 애정을 보낼 수밖에 없네. 다음에 돌아오면 꼭 반드시 기필코 챙겨봐야지. 신시의 캐시카우니까 금방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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