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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in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18.08.11 2시 공연
류정한 빅터/쟈크, 카이 앙리/괴물, 서지영 엘렌/에바, 안시하 줄리아/까뜨린느, 김대종 룽게/이고르, 김지호 어린 빅터, 이유주 어린 줄리아. 류빅터 18차 관극이자 재삼연 통틀어 프랑켄 30번째 관극. 류카 페어 자넷. 페어세미막이자 강제자막.
이번 주말은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노선 파악이나 디테일 기억 등은 아예 포기하고 그저 관극 자체에만 집중하려 애썼다. 짱짱한 류빅터가 짙고 맹렬한 감정선을 내뿜으며 넋 놓을 틈 없이 휘몰아쳤기에, 토일 모두 무사히 끝까지 관극할 수 있었다. 이제 류빅터 회차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컨디션 난조로 인해 황금 같은 공연을 무던하게 감상했다는 것이 참으로 속상하다ㅠㅠ 심지어 토요일은 류카세미막이자, 페어막 단관 때문에 강제 자막을 당하는 날이었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이 성악 페어를 보러 대구를 두 번 내려가야 하는 걸까.
※스포있음※
1막 처음에 중위앙 경례 고쳐주고 "그렇지~" 하고 비아냥 거리며 나가는 류빅터. 또다시 넘버에서 괴물의 목을 졸랐던 제 두 손을 내려다보는 류빅터 디테일은 고정됐는데, 그 찰나에 일렁이는 눈빛에 담긴 감정이 갈수록 명확해진다. 2막에서 돌아온 괴물이 "빅터 프랑켄슈타인, 나의 창조주여." 하고 부르자, 뒤돌아 그를 올려다보며 "너였어" 라고 말하던 대사를 "너였구나" 라고 바꿨다. 막연했던 짐작과 두려움을 현실로 마주한 자가 내뱉을 수 있는 탄식같은 깨달음. 토일 공연 모두 "너였구나" 로 하신 걸 보니 이 역시 고정 디테일이 될 듯하다. 2막 북극. 괴물이 죽은 뒤, 위로 올라가 두 번째로 고함을 내뱉으며 뒤로 확 돈 류빅터는 머리를 짚으며 황망함과 망연함이 뒤덮인 표정을 짓다가, 괴물 신음소리를 또 냈다. 처음 북극에서 괴물을 향해 뱉었던 신음은 그를 향한 도발이자 비아냥, 더 나아가서는 자신 역시 괴물과 똑같은 '존재' 로서 마주하겠다는 의사표현이었다. 그리고 이 절망의 신음은, 결국 제 창조물을 제 손으로 죽이고 오롯이 혼자 남겨진 빅터가 괴물 그 자체가 되었음을 상징하는 듯했다. 류빅터는 "나는, 나는" 하고 괴물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앙리.." 하고 부르고선 "프랑켄슈타인" 하고 마지막 절규를 한다. 신음소리와 앙리를 부르는 디테일을 토일 모두 하셨기에, 이 또한 고정될 듯하다. 생창, 생창맆 모두 "신과 맞서 싸워" 하며 왼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다 주먹을 쥐는 디테일을 계속 하는 류빅터. 차라리 저주를 퍼부어라 말하면서도, 생의 마지막까지 신과 맞서 싸우는 '인간' 으로 남는 최근 류빅터의 노선이 늘 처절하고 고통스럽고 힘겹다. 류배우님이 토일 모두 두 번째 커튼콜까지도 맹렬한 감정을 미처 추스르지 못한 얼굴이어서 새삼 울컥했다. 막공이 코 앞으로 다가와서 슬프지만, 배우들 멘탈 생각하면 두 달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극임은 분명하다.
단하미에서 "아니! 과학은 생태계를 뛰어 넘어!" 라는 류빅터 말에 반박하며 "아니요! 과학은 그 의미를 밝혀낼 뿐!" 이라 말하는 카앙의 패기가 엄청났다. 무신론자냐는 카앙의 물음에 "아니! 신을 믿어!" 하고 강조하는 류빅터까지, 서로의 의견을 끝없이 반박하며 제 논리를 펼치는 두 사람의 대립이 팽팽하여 새삼 위압적인 단하미였다. 확고한 신념으로 고지식하고 뻣뻣하던 지난 공연들에 비해, 이날 카앙은 보다 인간적이었다. "유약한 인류를 변화의 무한한 존재로" 라는 단하미 후반 가사가 잘 어울렸고, 너꿈속 맆 역시 "나약한 날 원망했었네" 하는 부분에서 지치고 힘들던 지난 날을 새로이 돌이켜보며 빅터의 꿈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느낌이었다. 신념이 강건했기에 지독한 현실을 마주했을 때 무너지고 좌절하는 고통을 더욱 극렬하게 느꼈을 앙리였다. 너꿈속에서 류빅터가 끌려나가는 걸 보고 있다가 철창 쪽으로 뛰어가 묶인 손을 들고 흔드는 것과, 처형대 계단을 오르기 전 군인들의 팔을 뿌리치는 디테일은 이전과 동일하게 했다.
이날 카괴는 "나는 불행하기에 악하다 / 악하기에 복수를 원해" 라는 대사에서 "악하다" 기 보다는 슬퍼보였다. 카괴는 불행하기에 슬프고 외로웠다. 슬프기에 원망할 대상이 필요했고, 그 원망의 대상은 자신을 만들고도 책임지지 않는 눈 앞의 창조주였다. 난괴물에서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두 번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절대자는 신이 아니라 창조주 빅터 프랑켄슈타인이고, 그래서 그는 창조주에게 복수를 원한다. 절망 넘버에서 객석을 향해 그림 같이 서있던 카괴는 "안돼 너는" 하며 오른손을 쫙 뻗어 류빅터의 목을 조르는데, 류빅터가 버둥거리다가 오른손을 뻗어 자신의 코트 깃을 붙드니 카괴는 그 손을 단호하게 떼서 조롱하듯 꽉 붙잡는다. 자신의 창조주인 빅터를, 그의 절대자가 되어 심판하겠노라 선언하는 카괴. 그 선언에 잠식 당하듯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고통스러운 절망의 신음을 토해내는 류빅터.
한잔술에서 요기 맞았다며 입술 왼쪽을 가리키며 카앙에게 이르는 류빅터. 앙리가 맞을까봐 걱정하며 일어서고, 덩치 큰 추바야앙 뒤에서 양손 주먹 꼭 쥐고 때릴 듯 하는 모션은 이날부터 추가됐다. 박수 소리에 지레 놀라 왼쪽 머리를 감싸쥐며 엄살을 피우다가, 상황을 파악하고 웃으며 박수를 친다. "살인을 하지 않고서야!" 하며 테이블에 등을 기댄 채 큰 소리로 말하는 류빅터의 말에, 카앙이 앙상블 쪽을 보며 "이 친구 농담이 늘었네요" 라고 하고 류빅을 끌어 당긴다. 류빅터는 "농담 아니야!" 하며 그 손을 뿌리치며 성질을 부린다. "앙리, 여기선 내 의지가 통하질 않아" 하고 이름을 부르는 건 고정 디테일 됐다. 카앙 춤 보고 발 두 번 구르며 춤 준비하고, 앞에 나와서 카앙 춤 보며 검지 또 입술에 대고 에이 저거보단 내가 잘하지, 하는 표정으로 자신만만하게 춤추는 류빅터.
오늘 오케 지휘는 음감님이었는데도 엉망이었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넌괴물과 난괴물 넘버에서 절정을 찍었다. 넌괴물 넘버에서 반품 드립하고 웃는 부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먼저 오케 반주가 들어가버려서, 류쟈크가 오케 쪽을 설핏 보더니 "그가 뭐라할까 궁금하지 쓸모 없으니 내다버려줘요" 파트를 속사포처럼 부르며 끝부분을 맞춰냈다. 난괴물 넘버에서도 중후반부터 인터벌 전까지 박자 미묘하게 안 맞아서 거슬렸고. 일요일 부음감님은 배우들 마지막 음이랑 오케 끝내는 거랑 하나도 못 맞춰서 화가 났다. 일요일은 진짜 전반적으로 오케 엉망진창이어서, 잘 모르는 내 귀에도 음정 이상한 게 여러 번 들렸고, 마지막까지 반주 음정 이상해서 매우 신경쓰였다. 토요일 공연에서 생창 기계 오른쪽 실린더 불도 몹시 늦게 들어오는 등 기계가 늦게 시동이 걸렸고, 마지막 류빅터가 총을 쏠 때 두 번째 총탄이 또 안나와서 상수 백스테이지에서 대신 소리를 내줬다. 돈 받고 일하시는 프로분들이 이러시면 돈 내는 관객은 몹시 곤란하고 불쾌합니다. 오케, 음향팀, 무대팀, 소품팀 끝까지 잘 좀 해주세요.
그나저나 류쟈크 헤어스타일은 초반처럼 앞머리 없는 걸로 다시 바뀌었더라. 대체 기준이 뭐지? 자꾸 바꾸니까, 막공 때 초연처럼 금발 류쟠 한 번만 해준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욕심만 생긴다. 이날 커튼콜은 카괴가 류빅터에게 폭 안기고, 같이 머리 위 하트를 만들어줬다. 이 페어 정말 자막한 걸까? 아직 못 보내겠는데ㅠㅠㅠㅠ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한 번만 더 보게 해주세요ㅠㅠㅠㅠ 아 진짜 단관ㅠㅠㅠㅠㅠ 류카 성악 페어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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