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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in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18.08.03 8시 공연
류정한 빅터/쟈크, 한지상 앙리/괴물, 서지영 엘렌/에바, 안시하 줄리아/까뜨린느, 김대종 룽게/이고르, 김지호 어린 빅터, 이유주 어린 줄리아. 류빅터 15차 관극. 류한 페어 네 번째 공연이자 자넷. 갈수록 좋아지는 이 페어 덕에 행복하다. 두 배우 모두 컨디션이 아주 좋아서 넘버 하나하나의 퀄리티 자체도 높았는데, 그 안에 서사까지 완벽하니 내적 카타르시스가 어마어마했다. 류빅터 저음이 지닌 특유의 풍성하고 비단결 같이 고급진 부드러움이 완전히 제 모습을 찾았고, 지앙/지괴의 크고 넓고 깊은 저음과 선명하고 날카로운 고음이 명확하게 제 색을 찾았다. 근래 오블 위주로 앉다가 왼블통에 앉으니 장면마다 새로이 보이는 구도가 많아서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스포있음※
이날 류빅터와 한앙리는 몹시 친한 친구였다. 단하미에서 잘 설득되지 않는 지앙의 모습에 초조해하면서도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나가는 류빅과, 제가 겪어온 경험들을 되새기며 마침내 넘어가는 지앙이 손을 잡기까지의 개연성이 높았다. 지앙은 지난 류한 삼공 때보다 눈물이 적고 흥이 넘쳤는데, 류빅 역시 동화 되어 한껏 흥을 올리며 주거니 받거니 감정을 공유한다. 한잔술 시작 전에 대사를 주고 받을 때, 마치 지앙에게 위로를 바라는 듯 분노보다는 절망을 더 많이 담은 채 "뭔가 내 영혼을 삼키는 느낌이라고" 라고 울먹이는 류빅.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류빅의 왼손 위에 제 양손을 올려 꼭 붙들며 "자자," 하고 진정시킨 지앙은 그에게 술잔을 건넨다. 절망을 지앙의 잔에 따라주고 슬픔을 제 잔에 따르는 류빅. 세상 친했던 두 사람은 한잔술 넘버 중간에 두 번 정도 서로를 마주보며 "까아아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류빅은 벌떡 일어나 "소리질러!!!" 하고 기분을 돋구고, 지앙은 룽게가 왔는데도 테이블 위에서 계속 춤추고 있는 등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 빅터나가송 부분에서 그림자 영상이랑 룽게 가사 부분 타이밍이 안 맞아서 매번 거슬린다. "큰 돌로" 하는데 이미 그림자 빅터는 장의사를 내리쳐 피가 난무하고 있어서 김이 샌다. 사연 때 새로 좀 찍어왔으면.
살인자와 살인자맆에서 지앙 디테일은 지난 번과 동일했다. 겁먹고 혼란스러운 얼굴로 서있던 그는, 류빅의 부름에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후," 하고 숨을 토해내고선 일부러 가벼운 척 웃음을 담아 "와줬구나" 하고 말한다. 완전히 정색하거나 울면서 설득하던 이전 공연들과 다르게, 이날 류빅은 지앙처럼 애써 미소를 띄우려 노력하며 그를 설득하려 한다. 다 괜찮다는 듯,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듯, 그러니 너는 자백을 철회만 해달라는 듯. 지앙 역시 화를 내듯 소리지르는 부분 없이, 지치고 두렵지만 의지만은 단단한 목소리로 류빅을 이해시키려 한다. "그러니까 나 대신, '살아'." 라고 말하는 지앙을 향해 "아..앙리" 라고 부르며 망연히 서 있는 류빅. "친구야." 라는 부름에 "아..안돼." 라고 말하지만, 지앙은 그를 올곧게 바라보며 너꿈속을 시작한다. 무너져내려 무릎 꿇은 류빅은 유난히 고개를 푹 숙이며 흐느꼈다. 중간에 앞으로 나와 객석을 보며 노래하던 지앙은 "태양처럼," 하며 몸을 왼쪽으로 90도 트는데, 그 때 지앙과 류빅의 구도가 극적인 대비를 보였다. 류빅의 손을 붙들고 "날 위해 울지마 / 이것만 약속해 / 어떤 일 있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 약속해줘" 라고 부르는 지앙의 목소리에 뚝뚝 묻어나는 간절함이, 이날 류빅을 생창으로 이끈 가장 강력한 요인이었다. "제발 부탁이야 안돼" 라고 울면서 끌려나가는 류빅. 난간을 붙든 채 처형대를 올라가던 지앙은 "내가 가진" 하다가 "모든걸," 부분에서 울먹이며 갑자기 다리가 확 풀리며 계단 위에 무너지듯 주저 앉는다. 다 올라가서 단두대 머리 부분을 흘낏 본 지앙은 "너의 꿈에~~" 하고 길게 음을 뽑고, 두려움과 망연함에 울먹이다가 다시 단두대의 머리 넣는 구멍을 돌아보고선 "살고 싶어!!!!!!" 하고 쏟아내듯 마무리한다. 빅터의 꿈에 함께 하리라는 마음과 더불어 단어 뜻 그대로 살고 싶다는 마음을 중의적으로 담아낸 "살고 싶어" 였기에 한앙의 죽음이 매우 안타까웠다. 삶의 미련이 이토록 철철 넘치는 앙리였기에, 지괴가 2막 도망자에서 빅터를 한없이 냉랭하게 조소하며 비웃는 것이 납득됐다.
그렇게 앙리의 머리를 주워온 빅터는, 생명창조를 시작한다. "내면에 감춰진 두려움 외면하고" 하는 가사가 새삼 유의미하게 다가왔는데, 나는왜 넘버 직전 엘렌에게 "두려운 게 아니야!!" 라는 목소리에 두려움이 뚝뚝 묻어나던 것이 떠올랐다. 2층에서 팔 뻗는 디테일 다 하고, 1층 테이블에 올라가 형형한 눈빛을 뿜는 류빅터. "내게 저주를 퍼부어라" 하며 양팔을 벌려 들어올리곤 "신과 맞서!!!" 하며 양손 주먹을 꽉 쥔 채 하늘을 노려본다. 거칠게 코트를 벗어 던지고선, "생명은 어차피 우연의 소산물" 부분까지 그대로 테이블 위에 꼿꼿이 서서 적대적이고 도발적인 눈빛으로 신을 노려보고 선 류빅터. 단하미를 떠올리듯 짓씹으며 "신의 섭리 같은 운명 따윈 없다" 하면서 생창 기계를 작동시킨다. "붉.은.피.솟.구.쳐 온몸을!!! 불태워라" 하며 양팔을 벌린다. "너의 창조주가 명하노니!" 부분을 한 호흡에 명령조로 찍는 디테일 사랑한다. 이날 생창 정말 좋았는데. 뛰어들듯 계량기 쪽으로 몸을 돌려 숫자를 확인하고 내려가서도 빛 들어오는 실린더들을 확인하고선 왼쪽 레버를 하나 씩 올린 뒤 지괴를 꺼내온다. 태어난 지괴가 철침대에서 떨어지자 류빅터는 몸을 숙인 채 다가가 조심스럽게 손을 댄다. 신음을 토해내며 잔뜩 몸을 바닥에 가깝게 웅크린 채 엎드린 지괴를 향해 쉬이이이, 하며 손을 내밀어 "진정해" 라고 말한 류빅터는 갑자기 몸을 휙 날리며 바닥에 납작 엎드려 지괴와 똑같은 포즈를 취한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을 이루는 지괴와 류빅. 찰나의 순간 치닫는 비극. "룽게!!!" 하고 와아아악, 신음을 토해낸 뒤 "안돼," 하고 절망 어린 소리를 내뱉는 류빅. 울먹이며 부르는 또다시 넘버 도입. "발버둥쳤는데" 하면서 무대 왼쪽에 서있는 지괴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 슬픔과 공포가 동시에 어린다. 비틀대며 쇠사슬을 손에 쥐고 다가가면서 "나의 꿈들도," 부분에 허망한 울음을 섞는다. 이를 악물고 지괴의 목을 조르던 류빅과 발버둥치던 지괴는 함께 왼쪽으로 넘어지는데 그 포즈가 또 동일했다. 류빅과 지괴의 눈이 마주치고, 뒤돌아 뛰어가는 지괴를 보던 류빅은 제 오른손을 내려다보며 혼란과 공포에 뒤덮인 표정을 짓는다. 첫 발은 시선을 돌리지 않았지만 난간에 맞았고, 두 번쨰는 눈을 꾹 감고 고개를 확 돌린 채 총을 쏜다. "안돼--" 하며 비명 그라데이션에 마지막 광소를 토해내는 류빅터.
2막. "그렇게 부르지 마!!" 소리 지르고선 특유의 신음을 길게 토해내는 지괴. 역시 도망자에는 지괴 신음이 섞여야지. 지괴는 류빅과 줄곧 눈을 맞추며 잔인한 말을 쏟아내며 비아냥댄다. 실험일지를 던진 지괴는 "이기적인 인.간." 이라거나 "널 위해 헌신했던 친구의," 하며 몇몇 단어를 강조한다. 류빅터는 덜덜 떨며 눈을 불안하게 굴리다가, "그 동안 내가 겪은 세상, 내가 겪은 인간, 그리고 내 눈물을." 라는 지괴의 말이 비수라도 되듯 음절 하나하나에 움찔거린다. 넘어진 지괴 대역을 향해 손을 뻗다 차마 보지 못하겠다는 듯 뒤로 돌아 고통스러워 한다. 보지 못하고 총을 쏜 류빅터는 뛰어가며 "쫓아!" 라고 소리친다. 남세 격투 장면에서 지괴는 이미 싸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표정과 행동을 보인다. 쉽고 빠르게 상대를 제압한 지괴는 목을 꺾으려다 말고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고 한참을 뚫어지게 바라보다니 망설임 없이 툭 손을 놓는다. 오른손을 들어 머리를 짚으려다 말고 그대로 제 목의 상처를 향해 손을 가져다 댄 지괴는, 손목의 상처 또한 매만지고선 휘청댄다. 지괴는 이고르가 상대를 죽이는 것까지 전부 보고 나간다. 넌괴물에서 류쟠이 "인간인 척 / 고귀한 척 / 너 같은 괴물 어.울.리.지. 않아" 하고 부르는데, 절망 넘버에서 지괴가 류빅을 향해 "고귀한 척 집어치워" 라고 쏘아붙이는 말을 어디서 배워왔는지 새삼 인지가 됐다. 인간이란 그저 '고귀한 척' 하는 존재일 뿐임을, 지괴는 많은 인간들을 만나고 기대하고 실망하며 확신한다. 추바야에게 지고 나서 자신을 향해 못된 말을 쏟아내는 까뜨린느를 향해 안녕, 손짓 디테일을 안하는 것만으로도 지괴가 얼마나 체념과 절망에 짓눌려 있는지 느껴졌다. 난괴물 마지막에는 슬픔이 차올라 고통스럽게 낑낑거리는 신음을 토해내며 조심스럽고 애절하게 안녕, 하고 손을 흔들었기에 "이 세상에 혼자 / 단 하나의 존재" 인 괴물의 고독이 훨씬 부각되었다. 너꿈속에서 지앙이 손을 마주하며 깍지 끼는 손동작을 했었는데, 난괴물에서 지괴도 이 동작을 몇 번 했다. 상처. "나도 길을 잃었는데," 하며 슬픈 미소를 얼굴에 띄운 지괴는 무대 앞쪽에서 객석 위쪽을 바라보며 "저 별이 되고 싶어했어." 라고 대사를 이어간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손," 하고 다정하게 말하며 손을 꼭 붙든 채 호숫가에 앉는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인간행세를 하겠지?" 하고 말하는 지괴의 목소리에는 인간을 향한 회의감이 묻어난다.
"무슨 소리야?" 하는 류빅의 말에, 1막에서 그가 그랬던 것처럼 손을 들어 "쉬이이이이" 하며 달래듯 진정시키듯 나지막히 말하며 비웃는 지괴. 엘렌의 죽음에 룽게가 죽었을 때처럼 아아아아악, 신음을 토해내며 "안돼" 하고 절망하는 류빅터. 자신 앞으로 달려오는 어린 줄리아를 발견한 류빅터의 공허한 눈빛이, 그날의 내가 넘버 장면이 주마등처럼 피어오르는 환상일 뿐임을 주지시켰다. 가지말라는 줄리아의 말에 울먹이며 웃는다. 약속하라며 내민 줄리아의 새끼 손가락을 향해 간절하게 제 손을 뻗다가 직전에 멈칫하며 "내가 돌아오면 모두가 위험해져" 하고 절망 어린 목소리로 울먹거린다. 슬픔에 메어오는 가슴을 턱턱 치며 힘겹게 걸음을 떼는 엘렌과 그를 바라보며 "누나아아" 하며 엉엉 우는 빅터. 어릴 적 엄마를 살리겠다던 일념처럼, 누나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류빅터는 제대로 된 판단도 없이 그의 시체를 끌어안은 채 성으로 돌아온다. 절망. 류빅이 휘두른 파이프를 집어던진 지괴는, 역시 1막에서 류빅이 그랬던 것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를 바라보며 양 팔을 벌린다. 단하미의 류빅/지앙과 절망의 지괴/류빅이 상하 반전이 되었다면, 탄생한 순간의 지괴/류빅과 복수를 예고하는 순간의 류빅/지괴가 좌우 반전이 되었다. 난간에 한껏 몸을 기대 숙이며 마지막까지 냉랭하고 잔인하게 비아냥댄 지괴는 웃으며 창 너머로 뛰어내린다. 총성 두 번을 들은 류빅은 "안돼, 안돼!!" 하며 줄리아의 방으로 뛰쳐 들어간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자의 후회.
북극. 지난 삼공과 디테일 자체는 비슷했다. "빅터, 빅터, 이제 이해하겠어?" 하고 묻는 지괴의 목소리와 눈빛은 지앙 그 자체였다. 오른손을 뻗어 빅터의 뺨을 만지고선 더 가까이 다가가 그와 이마를 맞붙인 채 "이게, 나의, 복수야." 하고 웃음기 어린 마지막 선고를 내뱉는 지괴. "아, 앙리," 하며 쓰러진 괴물을 향해 앙리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돌아오지 않는 대답. 위로 기듯 올라가 두 번째의 비명 같은 고함을 지르다가 그대로 객석을 향해 돌아선 류빅은 오른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으어어어, 하고 룽게와 엘렌의 죽음 앞에서 토해냈던 신음소리를 낸다. "차라리 내게 저주를 퍼부어라" 하며 하늘을 응시하며 왼손을 뻗고선 "신과 맞서 싸운!" 하며 주먹을 꽉 쥔다. 마치 생창 때 그랬던 것처럼. 끌어안은 지괴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마치 눈을 감겨주듯 얼굴 전체를 한 손으로 덮는 류빅. "프랑켄슈타인" 하고 마지막에 괴물의 얼굴을 가슴에 꽉 끌어안으며 고개를 파묻는다. 이날 류빅은 제가 사랑한 모든 존재들의 죽음을 보며 "안돼!" 라는 말을 매번 했다. 앙리, 룽게, 엘렌, 줄리아, 그리고 괴물의 죽음 앞에서까지. 끝없이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끝끝내 저주를 이겨내지 못하여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으로 가득한 지옥에 빠져드는 빅터가 유일하게 토해낼 수 있는 절규, "안돼". 신의 섭리란 존재하지 않고 제 의지에 따라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낼 수 있다 믿으며 주체적으로 저항한 인간이었기에, 벗어날 수 없는 비극에 사로잡혀 온전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낙폭이 몹시 컸다.
북극 장면에서 무릎 꿇고 이마를 맞댄 채 마지막 복수를 선고했으면서, 커튼콜 때 똑같은 자세로 앉아 이마를 맞대고 앙드레김 포즈를 하며 환하게 웃다니. 절망과 슬픔으로 넘실거리는 새드엔딩은 잊고, 웃으며 극장을 나가라는 배려인가요. 한잔술에서 "빅터 앉아," 하고선 류빅과 눈 마주치니까 "앉으세요, 앉아있어" 이러면서 횡설수설하는 핝앙을 보며 빵 터졌었는데, 컷콜에서 류빅이 오른손으로 짠, 하며 소개하니 그를 향해 반사적으로 고개를 살짝 숙이는 지괴의 모습에 재차 웃음이 나왔다. 류배우님도 비슷한 생각이셨는지 놀리듯 웃으면서 고개를 쭉 앞으로 빼며 끄덕끄덕거리니까, 지괴도 마주 끄덕끄덕 거리며 웃었다. 포옹하려다말고 바닥에 무릎을 쓸며 소리지르란 모션을 취하는 지괴와 같이 따라하며 호응 넣는 류빅 덕분에 유쾌하게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 서로 막 추켜올려주고 부둥부둥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이 페어 사랑한다고 몇 번 말했더라? 류한 박제 좀 주세요, 뉴컨컴ㅠㅠ 이런 훌륭한 공연을 박제하지 않는 건 이 시대를 함께 살지 못해 이 배우들을 보지 못하는 후손들에게 큰 죄를 짓는 거란 말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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