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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키스

in 엘지아트센터, 2018.01.26 8시 공연





카이 루돌프, 김소향 마리, 민영기 타페, 신영숙 라리쉬, 송용태 요제프, 전수미 스테파니. 카돌프, 소향마리, 민타페. 더라키 자둘. 소향마리 첫공.



배우 첫공이 카드사 행사 단관일이라니. 믿을 수가 없어서 예전 스케쥴을 찾아봤는데 이날이 소향마리 첫공 맞더라. 실제 역사에서는 루돌프가 31살에 마리가 18살이었기 때문에 이번 캐슷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많았다. 배우의 생체적 나이나 외모가 역할의 폭을 한정짓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작품 안의 맥락에서 관객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의 괴리가 없다는 전제를 만족시켜야 한다. 그 말인 즉슨, 한참 연상인 루돌프 캐슷의 연령대를 이전 초연재연 캐슷 연령대와 비교하여 대폭 내리는 시도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역인 마리 캐슷의 연령대도 적절하게 조절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만나고 온 김소향 배우는 영상이 공개된 프레스콜보다도 더 아름답고 설득력있게 마리를 풀어냈으며 카돌프와의 케미도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지만, 20대 후반의 다른 루돌프 캐슷과 만났을 때는 연상연하의 본래 분위기가 표현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배우마다 달라지는 재해석을 통해 루돌프와 마리의 관계성을 재설정할 여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애초의 설정과 연출의 의도에서 동떨어진 그 '여지'를 굳이 만들어야 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카돌프의 지치고 고된 혁명가의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성숙한 노선이 잘 맞물려 이날 공연 자체는 좋았지만, 다른 루돌프와의 케미는 다소 걱정이 된다. 그렇지만 소향마리를 또 보고 싶은 이유는, 저돌적으로 혁명을 꿈꾸던 이상주의자가 한 사람을 사랑하고 온 몸을 내던지며 생의 끝까지 함께 하는 로맨티스트로 이어지기까지의 설득력이 높았기 때문이다.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자둘 관극이라는 개인적 이유도 있었겠지만, 소향마리를 보면서 적어도 이 캐릭터가 장면장면을 뛰어넘으며 급작스럽게 변화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배우 자첫이었는데 너무 사랑스러우셔서 점수가 플러스 된 것도 있다ㅎ 커튼콜 때 감정을 미처 추스르지 못한 듯한 얼굴에 더 애틋해졌고. 동소향 페어로 한 번 더 볼까 고민 중이다. 



카돌프는, 황태자보다는 혁명가였다. 곧고 신념 있는 자세를 유지했으나, 왕족 특유의 몸에 밴 듯한 귀족미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이 배우를 아리랑 초연과 삼총사에서 만나고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었는데, 확실히 예전에 비해 연기가 엄청나게 좋아졌다. 힘을 좀 빼고 유들유들하게 장면을 이끌어가는 주연배우의 아우라에 감탄했다. 갈팡질팡하는 루돌프의 고민과 번뇌, 그로 인한 행동의 연결고리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노선도 좋았다. 다만 작품을 쉬지 않고 해서 그런지, 목에 피로가 축적된 느낌이 드는 건 좀 안타까웠다. 물론 노래는 다 좋았는데, 원래 실력을 알고 있는 입장에선 이번 작품 끝나고 잠깐 쉬는 것도 성대를 위해 좋을 것 같다는 주관적인 생각을 해봤다. 신영숙 배우님도 목 상태가 베스트는 아니어서 속상하긴 했지만, 이 역시 내 기준일 뿐 공연 자체는 무척이나 시원하고 멋졌다. 더마스터로 인해 신챠밍에게 새삼 치여서 앓고 있었는데 너무나 사랑스럽고 멋지고 우아하고 아름답고 다 하셔서 엄청 좋았다. 라리쉬 분량 좀 더 주세요ㅠㅠ 민영기 배우님도 자첫이었는데, 와 정말 멋지더라. 목소리도 멋지고 발음도 좋고 연기도 몹시 매력적인데, 무인에서 엄청 귀여우셔서 잘못하다 치일 뻔했다ㅋㅋㅋㅋ 이번 삼 10주년 패스할까 했는데 민라미스 보러 갈거다. 개인적으로 아주 낮은 저음보다는 그 위쪽 음역대의 목소리가 무척 매끈하고 멋있었다. 민막심 돌아오면 꼭 보고 싶다. 작년에 왜 안 봤니ㅠ 전수미 배우는 이국적인 외모부터 인상적이었는데 노래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노선이 인상적이었다. 박혜미 스테파니가 왕족의 고귀한 혈통에 방점을 두었다면, 전수미 스테파니는 꼿꼿하게 자존심을 유지하려는 동시에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루돌프에게 존재를 인정받으려 노력하는 처절함을 더 명확히 보여줬다. 두 배우 모두 좋아서 스테파니는 캐슷을 크게 가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극은 정말 취향이 아닌데 너무 재미있다. 젠장. 재미있는 이유의 팔할은 선명한 성격을 지닌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나머지는 와일드혼 특유의 강강으로 맞부딪히는 몇몇 넘버들과 앙상블들 드레스 의상이다. 그리고 취향이 아닌 이유의 구할은 창녀촌 장면이다. c열 정중앙이었는데도 차마 무대를 보지 못하겠어서 계속 무대 상수 쪽 루돌프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성을 사고 파는 공간을 화려하게 보여주는 것이 흥미를 유발하는 쇼뮤지컬의 요소가 결코 아니라는 점을 빨리 깨달았으면 한다. 여성을 도구화하고 유희와 소비의 대상으로 소모하는 장면을, 이제 그만 보고 싶다. 매번 대극장극 리뷰에서 비슷한 비판을 하는 게 나도 많이 지겨우니까, 이제 좀 바뀝시다. 올해 라만차나 프랑켄슈타인 등이 다시 올라오는데, 두고 볼 거다. 아, 엠개극으로는 엘리자벳이 있구나. 2막 중간에 그 장면 연출도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 관객으로서 부디 사연은 좀 나아졌길 바란다. 하아. 더라키를 아마 최소 1번은 더 볼텐데 벌써부터 저 장면들이 걱정되고 싫다. 완전한 보이콧이 불가능한 이상, 최대한 덜 보면서 비판하고 지적하는 것이 변화의 가능성이라도 만들 수 있다고 믿기에 매번 이런 언급을 할 수밖에 없다. 불편한 걸 불편하다 말하고 수정을 요구해야, 바뀔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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