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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in 샤롯데씨어터, 2017.12.15 8시 공연



서경수 앤드류스, 조성윤 바렛, 전재홍 에드가 빈 외 원캐. 타이타닉 자첫자막. 독특한 형태의 무대 구조나 주조연 구분없이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주인공인 대극장 공연, 출연 배우들의 실력 등등을 감안했을 때 극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자첫을 망설였던 이유는 역시 '소재' 때문이었다. 2014년 4월 이후, 가라앉는 배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겼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최근에 개봉했던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배가 세로로 잘리며 가라앉는 그 장면에서 거의 숨도 못 쉬고 좌석에 온 몸을 기댄 채 공포에 사로잡힌 경험을 하며 괜찮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 극이 아무리 좋아도 회전은 절대 돌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고, 관극 후에는 오히려 극이 그렇게 마음에 들진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결말을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점진적으로 그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예상했던 바와 사뭇 달랐다. 담백하고 건조한 후반부의 연출이 이 극을 보다 침착하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든 동시에 감정적인 몰입이나 격렬한 공감은 차단시켰다. 그래서인지 각오했던 '숨이 턱 막혀오는' 공포는 단 한 장면에서만 느꼈을 뿐, 무사히 관극을 마칠 수는 있었다. 소재에 대한 스트레스는 귀가길 내내 극심한 두통을 느끼는 정도에서 그쳤다. 



전반적으로 극 자체의 완성도는 괜찮았는데, 개인적인 취향에는 썩 부합하지 못했다. 음악은, 여러 사람이 화음을 쌓아올리는 부분은 엄청나게 풍성하고 아름다웠지만, 솔로 부분들은 대부분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4열 중블에 앉았는데 음향이 전반적으로 답답했고, 무엇보다 초반에 배 소개하는 부분에서 가사들이 너무 안들려서 좀 짜증났다. 음향 문제 및 배우마다 다른 대사전달력의 문제가 결합되어, 가사가 들리다 안들리다 하니까 몰입이 떨어졌다. 무대는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도 더 좋았다. 정말 배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도 들고, 무대를 깊게 쓰지 않고 상당히 앞쪽에 벽을 만들어서 공간을 제한시킨 것이 공연장을 한층 아늑하게 만들었다.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 있는 점도 '배 위의 악단'을 연상시키며 그들 또한 이야기의 일부가 되도록 만들었다. 모든 캐릭터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각각의 꿈을, 생각을, 이야기를 하도록 만든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1인 다역을 하는 배우들의 깨알같은 디테일들이 극 중 인물들이 한층 더 생생하게 살아숨쉬도록 만들었고, 그 점이 후반부의 비극을 극대화시켰다. 다만 비극을 보여주는 방식이, 건조하다 못해 냉정했다. 흘러넘치는 '살아남은 자들'의 감정이, 그 냉정함에 잠식되어 여운을 남기지 못했다. 슬픔과 애도에 매몰되지 않기 위한 연출의 의도가, 오히려 이 극의 '의도'를 모호하게 만든 것 같다. 모든 예술작품에 주제의식이나 교훈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전하고 싶은 바'는 명확하게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 관극 이후 이틀 동안 고민을 해봤지만 이 극은, 잘 모르겠다. 사고의 원인, SOS의 첫 사용 등등 실제 사건의 디테일한 요소를 살리면서 리얼리티를 추구했고, 배 위의 모든 사람들이 각각의 이야기를 지닌 존재였음을 강조하며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비장미를 부각시켰다. 이렇게 기존 여타 대극장 극들과는 다른 포인트로 극을 구성한 점은 신선했으나, 극을 곱씹으며 고민해볼만한 여지를 찾지 못한 점은 아쉽다. 



지루하거나 뻔한 요소가 없어서 좋았지만, 리뷰를 풀어나갈만한 '꺼리'가 없어서 난감했다. 요새 관극을 많이 안해서 감이 확실히 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사랑하던 취미가 시들하니 영 기분이 살지 않는다. 내년 대극장 라인업이 어마어마하던데 그 때까지 좀 참고 기다려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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