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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in 엘지아트센터, 2017.08.16 8시 공연
김동완 시라노, 최현주 록산, 임병근 크리스티앙, 이창용 드기슈, 김대종 르브레. 뎅라노, 블리록산, 빙티앙, 용기슈, 대종르브레. 뎅블리빙용빅벨. 시라노 6차, 뎅라노 2차. 뎅블리 및 뎅빙 페어 자첫.
근 한 달만에 만나는 오빠얌 공연이었는데, 본공 첫공에 비해서 훨씬 능수능란해져서 1막 초반에 치솟는 광대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발성을 조금 바꿨다더니, 내 취향에는 훨씬 잘 맞아서 행복했다. 6차 관극 쯤 되다 보니 류라노와 차이 나는 부분들을 상당히 많이 발견할 수 있어서 속으로 노선이나 넘버 변주, 어조, 애드립 등을 대조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앙상블 배우분들 애드립도 눈에 많이 들어왔는데 여전히 얼굴과 이름 매치가 어려워서 속상하다. 아무튼 이번 리뷰는 두 시라노의 디테일 차이 위주로 진행할 예정이다.
※스포 있음, 단어나 문장 인용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기억 의존)※
공연을 시작해 넘버. 무대를 가리고 있던 빨간 커튼이 걷히면서 무대 양 옆에 예쁘게 묶여 있다가 록산 넘버 중에 위로 올라가더라. 부부 중에 남편으로 나오는 분이 김지욱 배우님 맞나? 직전 관극에서도 그렇고 이날 관극에서도 그렇고 목소리 좋으신 게 떼창을 뚫고 나와서 시선이 갔다. 정성진 배우님 마지막 부분에 높은 음으로 화음 잡아주시는 거 늘 킬링포인트인데 개막 초에 비해 조금 힘들어보이신다ㅠ 힘을 내요, 리니에르!! 몽플뢰리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며 "당장 무대를 비워라!" 라고 하는 뎅라노. 류라노는 "당장 무대를 떠나거라!" 라고 명령한다. 류라노가 "발음도 안되는 혓바닥으로 시를 논하다니. 게다가~" 하면서 이어가는 부분을 뎅라노는 "시를 논하질 않나, 심지어~" 하면서 문장을 이어버린다. 너무 사소한가ㅋㅋ 전반적으로 뎅라노는 구어체의 느낌이 강한 어미와 어조를 사용하면서도, 극적이고 정확한 발음으로 '희곡'이 그대로 무대 위에 옮겨졌음을 여실히 느끼게 만든다. 배우 본인이 극을 해석하고 이해한 뒤 소화해서,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어미를 바꾼다던가 대사를 한 줄 더 집어 넣는다거나 하는 변형을 준다. 예를 들면, 조금 뒤쪽이지만 크리스티앙과 처음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내가 록산의 오빨세" 하는 부분을 류라노는 그냥 넘어가는데, 뎅라노는 "뭐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온 사이지만 그게 그거 아닌가. 아무튼 내가 록산의 오빨세." 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원작을 잘 모른다거나 극을 한 번만 보는 관객에게 몹시 최적화 된 디테일이다.
다시 극 흐름으로 돌아와서, 나의 코. "울퉁불퉁 바다코끼리 같나" 하는 류라노 부분을 "바다해삼" 이라고 단어를 바꿔 부르는 뎅라노. 류라노가 위엄있게 찍어 부르는 느낌이라면, 뎅라노는 보다 쾌활하고 유쾌하게 부른다. 단상 위로 뛰어올라가면서 웃는 디테일을 류라노는 초반에 하다가 요새 안하는데, 뎅라노는 노선에 맞게 '하하핫' 웃으면서 뛰어간다. 여기 초반 넘버들에서 변주가 좀 있었는데 오빠얌 목소리랑 잘 어울렸다. 노선도 장난기 가득한 반짝거리는 눈을 가진, 자신이 원하는 삶 그대로 사는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대단해," 하며 박수치는 대종르브레에게 정말 칭찬하는 줄 알고 신나서 다가갔다가 "정말 대단하게 미쳤어!" 하는 비아냥에 별다른 타격없이 생글생글 웃으며 신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굳이 르브레 옆에서 칼 한 번 더 뽑아보고. 열이 올랐는지 검은 가죽장갑을 벗어서 오른쪽 가슴 안쪽에 쑤셔넣고, 록산 끝나고 나서 리니에르들 대화할 때 옆에서 다시 꺼내 끼더라. 록산 가정교사인 김정은 배우 등장하니까 패닉해서 호들갑 떠는데, "라그노네 빵집 어디였지? 맨날 갔는데!" 하고 애드립해서 터졌다ㅋㅋ 이제 라그노네 빵집은 "노틀담 42번가"로 확정된 건가 보다ㅋㅋ 가정교사 퇴장하고 "오, 록산!" 하면서 뒤로 쓰러지는 건 류라노 뎅라노 둘 다 하기 시작했고. 르브레가 뒤에서 받쳐준다. "어떻게 말 할 수 있었겠어, 이런 코를 가지고" 라고 하는 류라노와 다르게, 뎅라노는 "이런.. 울퉁불퉁한(?) 걸 달고서" 하는 식으로 '코' 라고 지칭조차 하지 않았다. 록산 넘버, 너무 좋았다. 오빠얌이 저음에 강한 타입은 아니지만, 발성 바꾸니까 초반 저음도 안정적이었다. 무엇보다 그 반짝거리는 감정선이 너무나 설레고 애틋했다. 웅성거림과 함께 리니에르가 등장하고, 뎅라노가 세 번이나 찢어 바닥에 내팽개친 경고장 앞에 무릎꿇고 앉아서 울먹이며 "나 한동안 어디 시골 구석에서 찌그러져 살거야" 라고 하니까 옆에서 동료가 같이 종이를 주워준다. "찌그러져 살아?" 할 때 류라노는 엄한 듯한 표정이면서도 묘하게 웃음기가 묻어났는데, 뎅라노는 완전히 정색한다. "나 좀 재워줘!!!" 라고 르브레에게 소리를 질러서 깜짝 놀랐다ㅋㅋ 거인을 데려와. "허나 칼로 펜을 꺾으려는 자" 이 부분 변주가 좀 있었던 거 같은데 정확하게 기악이 안난다. 넘버 후반에서 "백 명이든 / 천 명이든 / 고통이든 / 파멸이든" 하는 박자에 맞춰 류라노는 가로로 네 차례 칼을 휘젓는데, 뎅라노는 라이브 영상에서 공개된 홍라노처럼 무릎 꿇은 자세로 칼을 세워 바닥에 꽂고 왼팔을 가로로 쭉 편 채 자신만만하게 번뜩이는 형형한 눈빛으로 정면을 곧게 바라보며 노래한다. 뎅라노는 딱 이 장면에서만 무릎을 꿇었던 것 같다. 류라노는 얼론 중간과 가스콘맆에서 객석에 등진 채 동료들을 향해 무릎을 꿇는데 뎅라노는 거기서 꼿꼿하게 서있었다.
페스트리와 시 넘버. 임기홍 라그노 갈수록 찰떡이심. 중간에 여앙들이 무대 상수 쪽에서 캉캉 추시는 거나 가운데에서 치마 흔들며 열정적으로 춤추는 게 시선을 끈다. 오른손 상처를 일부러 드러내려고 오른쪽 손목 프릴을 굳이 옷 안쪽으로 밀어넣고 나온 뎅라노의 치밀함ㅎ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면서 앙상블 쫓아낼 때 "영업 끝났어요!" 애드립 재미있었다ㅋㅋㅋ 정은배우에게 챙겨주는 빵이 뭔가 류배우님이랑 다르던데?ㅋㅋ 마지막 티라미'수'는 똑같았고. 처음 빵 챙겨줄 때 정은배우가 앗싸, 하는 표정으로 주먹 쥐고 화이팅 포즈 취하는 디테일 어느 순간부터 생겼는데 귀엽다ㅎ 다시 들어왔을 때 뎅라노가 빵바구니 채 안겨주며 "힘내요! 천천히!" 하면서 응원했고. 고백할 게 있다는 블리록산의 말에 일어서면서 그대로 몸을 뒤로 빼 테이블에 등을 가져다댄다. 상반신은 태연한 척 하면서 하반신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달달거리며 다리를 오른쪽으로 꼬았다가 왼쪽으로 꼬았다가 하는 디테일에 웃음이 많이 나온다. 뒤로 기대다가 테이블 밀었는지 록산 노래 시작하니까 잽싸게 각 맞춰서 미는 거 보고 좀 터졌고ㅋㅋ 그나저나 록산이 "눈만 마주친 사이" 라면서 묘사하는 '누군가' 넘버의 내용은 너무나도 완벽 그 자체인 이상형을 말하고 있어서 새삼 그가 철없게 느껴졌다. 블리록산도 상대배우에 따라 약간 노선이 달랐는데, 뎅라노와 페어일 때는 초반에 더 어린 느낌인데 후반부에는 오히려 더 성숙하고 넓은 이해심을 가진 어른의 느낌이다. 포우 공연에서도 그랬지만, 오빠얌은 소년미가 강해서인지 종국에는 주변 인물들이 보듬어주고 더 애달파하게 만드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서 매번 심장 한 켠의 뭔가를 자극한다. 애틋함, 안쓰러움, 연민, 이런 감정을 잘 끌어내는 배우이기에, 오빠얌을 아낄 수밖에 없다.
가스콘. 시작 전에 시라노가 동료들에게 "안 그런가?!!" 할 때 걱정과 근심 투성이면서도 자포자기한 듯한 울상으로 오른손을 들어 그 말에 같이 호응하는 대종르브레 귀엽다ㅋㅋ 가스콘이야 뭐 좋았고, 테이블 위에서 빰빰빰빰빰, 하는 반주에 맞춰 박수 치고 발 구르는 안무는 류배우님이나 뎅옵이나 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빠얌, 분발하세요^^ 마지막 끝나고 뎅라노 기준 왼쪽에 이상호 배우랑 다른 배우 한 분이랑 칼 부딪히면서 엄청 큰 소리로 좋아하더라ㅋㅋ 돈키호테를 읽어보라는 용기슈의 말에 류라노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저와 닮은 점이 참 많더군요." 라고 받아치는데, 뎅라노는 "그의 삶이 곧 제 삶이니까요" 라는 식으로 대꾸한다. 용기슈가 집어넣으려는 칼을 제 칼로 막고선 "별들이 있는 곳으로 올려줄지도 모르죠!" 하는 대사도 좀 달랐던 거 같은데, 여기서 김봄 배우한테 시선을 뺏겨서 정확하게 기억이 안난다. 김봄 배우가 빨간치마 입은 앙인 거 같은데, 용기슈가 칼 뽑으니까 부대원 배우 한 명의 허리춤에 있는 칼을 뽑아들려고 애쓰는 디테일이 너무 귀여웠다ㅋㅋㅋㅋ 그러다가 뎅라노가 칼 뽑으니까 호오, 하는 표정을 지으며 동작을 멈췄다가, 그의 멋진 대꾸에 역시, 하는 감탄과 만족의 표정을 만면에 가득 띄운 채 박수 치는 것까지 넘나 사랑스러우셨다ㅋㅋ 김봄배우가 시라노 제일 짱팬 같아서 관극할 때마다 시선이 간다ㅋㅋㅋㅋ 대종르브레가 건넨 술을 마시면서 엄청 수다떠는 뎅라노. 여기서 얘기 좀 해달라고 오는 사람이 김지욱 배우 맞지? 가정교사 소개해주는 것도 이 배우고. 아닌가. 암튼 중간에 뎅라노가 술병 건네니까 고마워하면서 한 모금 마시더니 엄청 독하다는 듯 인상 찌푸리는 것까지 엄청 세세하게 연기해서 좋았다. 앙상블 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지금 엄청 쳐내면서 얘기하고 있는 중이다. 코그로ㅋㅋㅋㅋ 빙티앙 너무 찰지다. 류라노는 씩씩거리고, "대인배! 대인배!" 하고 스스로 외친 다음에 "괜찮아, 난 괜찮아. 자!" 하면서 이어가는데 울먹울먹거린다ㅋㅋ 반면 뎅라노는 "아닌데? 여기거든? 이거거든?" 하면서 발끈하며 하나하나 다 반박하는 날선 모습인데 하찮다ㅋㅋㅋㅋ 빙티앙도 류라노와 페어일 때보다 훨씬 어린 느낌이다. 애기상에 생글생글 웃으니까 엄청 순진하고 망충미 넘치더라. 여자 앞에 서면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빙티앙의 한탄에 "난 여기가 엉망인데" 하면서 손으로 코를 감싸듯 하며 얼굴을 가리키는 뎅라노 디테일 인상적이었다.
낭송회 가기 전 자신을 찾아온 드기슈의 말에 당황하면서 머리를 굴리며 할 말을 생각하는 블리록산의 연기가 플뷰에 비해 훨씬 설득력 있어졌다. 손짓이나 목소리톤 하나 하나가 예쁘면서도 잘 정돈되어 있어서 왜 별명이 '블리'인지 매번 깨닫는다. 용기슈 솔로는 매번 좋고. "사랑할 수밖에 없잖아" 하고 마지막 뽑아내는 음색이 참 좋다. 록산 손등 보면서 "어후~" 하는 디텔은 볼 때마다 터지는데, 갈수록 쭈왑, 하는 키스소리가 커지고 있어서 더 웃긴다ㅋㅋㅋ 빙티앙은 자신만만해 하다가 록산이 등장하니까 뎅라노 팔을 껴안듯이 꽉 붙들어서 뎅라노가 거의 거머리 떨쳐내듯 뿌리치고 퇴장했다. 벤치씬에서 음절 하나 씹었는데 배우가 슬쩍 현웃 터져서 더 재미있었다ㅋㅋㅋ 빙티앙 솔로도 엄청 좋다. 이거 넘버 없었음 어쩔 뻔했어. 넘버 중간부터 뒤쪽 배경 위에서 커다란 달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온다. 넘버 끝날 때쯤 무대 하수에서 시라노가 재등장 하여 기둥에 기대고 서있고, 무대 중앙에서 크리스티앙이 노래하며, 발코니 위에서는 록산이 등진 채 혼자의 슬픔에 빠져있다. 여기서 류라노는 크리스티앙을 좀 쳐다본 것 같은데 뎅라노는 록산 방향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노래가 끝나고 나서야 빙티앙에게 시선을 두며 다가간다. "록산을 불러! 지금!" 하면서 발코니 아래 그림자 속에 숨은 뎅라노. 류라노는 그래도 나름 조용한 소리로 대사를 알려주는데, 뎅라노 목소리 너무 크더라ㅋㅋㅋㅋㅋㅋ 중간에 빙티앙이 그나마도 단어 하나 틀리니까 "어휴 저 멍청이!" 하기도 했고. 록산의 추궁에 류라노는 들어오라고 손짓하는데, 뎅라노는 어떻게든 이어가려고 하다가 빙티앙이 자발적으로 들어오니까 왜 들어오냐고 구박하더라. 처음에 조심스레 몇 마디 대꾸하다가 목을 살짝 가다듬고 최대한 빙티앙처럼 목소리 내려고 했다. 록산의 답가에 류라노는 완전히 감정에 젖어 행복해했지만, 뎅라노는 오롯이 그 목소리에 집중하면서도 표정에는 행복함이 아니라 쓸쓸함이 묻어났다. "진실한 나의 그대여" 하는 가사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건 동일했고. 빙티앙은 지난 번처럼 발코니 아래에서 록산의 고백을 들으며 행복해하는데, 너무 밖으로 나와서 어이쿠, 하며 록산에게 들킬까봐 다시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는 표정에서조차 기쁨이 뚝뚝 묻어났다. 다시 그림자로 들어가 옷매무새를 정리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뎅라노에게 '고마워요,' 하고 입모양으로 인사하는 행복한 얼굴의 빙티앙. 모자를 벗어 왼손에 들고 팔을 뻗어 빙티앙에게 빛으로, 행복으로 향하는 길을 안내하는 뎅라노의 어깨가 고독하다. 천천히 걸어 달빛 아래로 나온 뎅라노는 아련하게 발코니를 올려다본다. 그의 입술에 닿는 나의 이야기. 빙티앙과 동일한 타이밍의 손짓이 애틋하다.
록산이 편지의 내용을 바꿔서 읽은 뒤 편지를 시라노에게 건네는 건 8월 초부터 공통으로 바뀐 듯한데, 류라노는 그 편지를 받아 펼치고 빠르게 눈으로 훑는데, 뎅라노는 이미 그 내용이 다른 것을 짐작한다는 듯 굳이 읽어보지 않고 받아든다. 록산의 입에서 나온 '결혼'이라는 단어에 류라노가 더 놀라고, 뎅라노는 담담한 표정이다. 이런 미세한 차이들 때문에 뎅라노가 보다 원작에 가까운 노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뎅라노는 '직관'이 발달하여 큰 감정의 변화를 밖으로 내보이지 않고 속으로 잘 숨기고 감추는데 능숙하다. 2막에서 나이가 들수록 점점 제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며 속으로 썩어가는 이유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빠얌이 캐릭터 고민을 정말 많이 하고 분석했다는 점이 섬세힌 연기에 녹아 있어서 보는 내내 뿌듯하고 행복했다. 리니에르를 비롯한 가스콘 부대원 3명이 등장하는데 다같이 둥글게 머리 맞대자마자 "아아! 그거!" 하고 빛의 속도로 흩어져버리는 거 뎅라노 때만 하는 디테일이라는데 덩그러니 남겨진 뎅라노 너무 귀엽다ㅋㅋㅋ 초반에는 "달에 사는 건 토끼야!" 하는 말에 "야 임마 달에 사는 건 두꺼비지!" 라고 대꾸했었는데 요새는 그냥 "달에 사는 건...... 토끼지!" 이렇게 하더라. 달에 두꺼비가 살고 있다는 설화가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바꾼 거 같다. 가면 안 쓰고 모자 앞으로 눌러 쓴 채 시작한 뎅라노의 삐리빠라뽕... 이 아니지, 달에서 떨어진 나. 중간에 벤치 올라섰을 때 록산의 가면을 집어들고, 얼굴에 아예 가면을 가져다 대는 류라노와 다르게 모자 챙 쪽으로 멀리 가면을 들고 있는 뎅라노. "지구인 주제에 튕기지마라" 하면서 부대원들은 무대 상수 쪽에, 용기슈는 하수 쪽에서 뒷걸음질 치는 부분이 있는데 용기슈 스탭 박자 맞추는 거 귀여웠고ㅋㅋㅋㅋ 중간에 "공격해!" 하고 애드립하는 뎅라노 때문에 또 터졌다ㅋㅋㅋ 그리고 얼론. 달을 바라보며 뒤돈 채 서있다가, 모자를 오른쪽으로 던지듯 떨구고 칼 뽑아들며 객석을 향해 몸을 돌리며 강렬하게 시작한다. 아파도, 하는 부분 끝나고 칼 떨어뜨린 뒤 다른 동선 없이 제자리에서 끝까지 불렀다. 뎅옵 특유의 종종거리는 발걸음은 여전했지만, 극 전반적으로 굳이 필요 없는 동선은 자제하는 듯해서 조금 걱정됐다. 얼론 엔딩은 무대 상수 쪽을 향해 옆으로 선 자세로 양팔을 옆으로 확 뻗으며 마무리했다. 마지막 조명 길어서 좋았다.
이제 2막. 크리스티앙이 정찰 나갔다는 말을 듣고 류라노는 "하여간 가만히 있질 않는구만!" 하면서 편지 쓰러 쿨하게 가버리지만, 뎅라노는 "나가지 못하게 하랬잖아! 하여간 이 친구 참!" 하면서 르브레를 구박한다. 용기슈와 대립할 때 "꽁무니를 빼셨나요," 하고 묻는 류라노와 다르게 "후퇴하신 겁니까" 하고 바꿔 부르던 뎅라노. 여기서 중대장 카르봉 역의 임재현 배우님 목소리도 좋고 자연스러운 대사도 좋긴 하지만,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며 강약을 더 넣으면 훨씬 좋을 것 같다. 크리스티앙의 이별편지 넘버에서 "그건 왜죠?" 하는 질문에, 류라노는 "그녀를 보지 못하는 건," 라고 하는 가사를 뎅라노는 "이 사랑의 끝을 보지 못하는 건," 이런 비슷한 느낌으로 바꿔불렀다. "내가," 하고 멈칫하고 정정하는 부분이 2번 있는데, 두 번쨰 정정할 때 살짝 자책하는 듯한 표정으로 "아니, 자넨" 하고 수정하는 뎅라노 디테일 좋더라. 록산 등장. 마차에서 록산의 손을 붙잡아주는 배우가 누군지 정확하게 모르겠는데 깨알같이 연기하더라. 그의 손을 잡았던 자신의 손 냄새를 맡으며 기뻐하고, 뒤쪽 통 위에 올라가서 "부인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하고 외친다. 그 옆에서 다른 배우가 같이 좋아하기도 하고, 나대는 모습에 구박을 하기도 한다. 라그노가 빵을 나눠주며 다들 들떠있는데, 무대 상수 쪽에 서있는 빙티앙은 뿌듯함과 벅참, 감격의 표정을 지으며 록산만을 바라보고 있다가 그에게 달려가듯 다가가 껴안고 키스한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발견한 뎅라노는 씁쓸한 표정으로 술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여기 지난주 토요일에 류라노는 술을 입에도 안 대서 "자네는 누가 봐도 술에 취해 있군!" 라는 용기슈의 대사가 어색했었는데ㅋㅋ 영광을 향해 넘버 시작하는데, "죽기밖에 더 하겠나" 이 부근에 시라노, 크리스티앙, 르브레 셋이 부르는 부분에서 오케 반주 제대로 안나왔다. 악기 하나가 통째로 마디 날린 것 같은데.... 안 그래도 금관 얘기 많이 나오던데 오케도 분발 좀 해주세요! 엘아센 자리마다 음향 퀄리티 편차가 극심하다는 점 때문에 음향팀 자체에도 좀 불만이 많은데, 앞좌석 시야를 위해 음향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는 건가요? 흠.
빙티앙도 1막에 비해 2막이 훨씬 성숙한 느낌이다. 보다 시야가 넓어진 어른이 된 그는 록산의 고백과 시라노의 글에서 진실을 깨닫고 그를 추궁한다. 폭탄소리가 나자 뎅라노는 록산을 몸으로 감싼다. "폭탄소리.." 하고 텀을 둔 뒤 "아니면 내 심장소리거나." 하고 중얼거린 뒤 진실을 고백하려 하지만 르브레가 달려온다. 크리스티앙의 죽음에 대한 충격, 이어지는 깨달음. 이제는 결코 전할 수 없는 진실. 크리스티앙에게 다가가 "그녀가 진실로 사랑한 건 자네야" 라고 위로를 건네는 목소리가 선명한 거 좋았다. 절망스런 얼굴. 류라노는 중앙 소품 뒤쪽에 서서 "아듀," 하고 "록산!" 을 띄어서 말하는데, 뎅라노는 소품 앞에 서서 "아듀 록산!" 하고 작별을 고한다. 록산의 손수건을 매단 창의 끝을 두는 위치도 정반대고. 순앤가스콘 중간에 록산의 하얀 손수건을 소중하게 얼굴에 가까이 가져대는 디테일도 좋았다. 가스콘맆 떼창 사랑합니다. 엄청.
15년 뒤. '최고의 남자' 넘버는 무척 좋지만, 그 외의 대사 주고받는 장면은 이제 좀 지루하다ㅠㅠ 계단을 걸어올라오는 뎅라노. 지난번 뎅 자첫 때도 느꼈지만, 오빠얌 아픈 연기, 그리고 '늙은' 연기는 좀 어색하다. 계단 위에서 "나의 공주님" 이라고 록산을 칭하는 류라노와 다르게, 뎅라노는 그런 호칭을 따로 하지 않는다. 바로 록산 가까이로 걸어와서 대사를 치는 뎅라노. 코트를 벗어 대충 의자에 던지듯 걸치지만, 모자는 벗지 않는 뎅라노. 주간소식통 류라노는 "니들이 하는 건 정치가 아니야. 니들이 하는 건 코미디야!" 라고 하지만, 뎅라노는 "니들이 하는 건 드라마지! 막장 드라마야! 대본 좀 고쳐와!" 라고 하더라. 이날 뎅라노는, 죽음을 앞두고 진실을 대놓고 고백하려고 왔더라. 편지를 보지도 않고 노래하고, 희미한 미소까지 지으며 록산을 향해 한 마디 한 마디 진심을 다해 노래한다. 자신의 상처를 보고 슬퍼하는 록산을 향해 자신을 위해 울지 말고 크리스티앙을 위해 울어달라면서, 류라노는 "눈물을 남겨줘요," 라고 하고 뎅라노는 "눈물을 나눠줘요," 라고 하더라. 하늘을 삿대질하면서 류라노는 죽음의 신이 오고있다고 외치는 반면, 뎅라노는 달이 자신을 마중나오고 있다고 한다. 달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안그래도 뎅라노는 얼론에서 달을 껴안는 듯 양 팔을 활짝 벌리는 자세를 취했었다. 마지막 대사가 류라노와 뎅라노가 많이 다르다. 뎅라노는 "거인을 데려와!! 백 명을 데려와!! 천 명을!!" 이런 식으로 외친다. 얼론맆 직전, "티끌 한 점 없는, 내 영혼" 이라는 대사를 하는데, 뎅라노는 원작 그대로가 훨씬 잘 어울렸을 것 같은 시라노였다.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재치와 유머를 잃지 않는 시라노 말이다.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얼론맆을 부르며 끝내야 하니까, "내 영혼" 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합했으리라. 마지막에서야 제 입술로 결실을 이룬 뎅라노가 예기치 못한 마지막 순간에 나무토막처럼 쓰러진다. 류라노는 머리를 하수 쪽으로, 뎅라노는 상수 쪽으로. 바들거리는 손을 들어올려보지만, 류라노와 다르게 뎅라노는 마지막 "록산..."을 부르지 못하고 희미한 촛불이 휙 꺼지듯 생명이 사그라든다. 뎅옵이 표현하는 죽음은, 허망하지만 죽는 당사자만큼은 가장 자유롭기 때문에 보는 이로서는 너무나 아프고 고통스럽다. 블리록산은 마지막 편지를 하늘로 치켜올린다. 초반에는 높게 치켜들고 한참 있어서 좀 어색했는데, 요새는 살짝 들어올리고 품에 꼭 끌어안은 채 시라노를 껴안는다.
생각보다 길어졌네. 시라노마다 디테일이 다르니, 참 힘들다ㅋㅋ 다음 7차 관극은 류라노 마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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