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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드윅을 마주한 건 이날이 두 번째였는데,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고통스러울만치 애틋하고 사랑스러웠다. 근래 '관극'을 통해 내보내지 못했던 눈물을 펑펑 쏟아냈고, 마지막 Midnight Radio 장면의 여운이 짙고 깊어 gv 중반까지도 계속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야만 했다. 그 와중에 거의 무반주나 다름 없는 작은 소리의 엠알을 배경으로 이 곡을 온전한 쌩라이브로 들려준 마이클리 배우 덕분에 더욱 크고 깊은 위로를 받고 왔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했던 건, 두말할 것 없이 헤드윅이었다.



영상은 고정이고, 노래 위주로 감상하기 위해 찍었다. gv를 통해서 마이클리가 보여줄 헤드윅에 대해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어서 무척이나 알찬 시간이었다. 처음 헤드윅 출연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생각했던, 한국인의 외양이지만 안은 미국인이라는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언급하며 'different' 라는 단어를 두어번 입에 올렸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해를 위한 고민이나, '영어'라는 일종의 장벽을 가진, '한국을 방문한 헤드윅'으로써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에 대한 homework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How far can you go, 라고 묻는 진지한 눈빛, 그 모든 것들이 가슴에 푹푹 박히며 그의 헤드윅을 여러모로 상상하게 만들었다. 무척이나 묵직한 울림의 아픔이, 오히려 위로가 되는 순간. 마이클리의 헤드윅을 직접 마주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며, 그 찰나를 공유할 순간이 너무나 기대된다.


쇼노트 임양혁 프로듀서님은, 헤드윅 덕후임이 온 몸으로 뿜어져 나와서 괜한 유대감이 생겼다. 마이클리와의 작업을 여러 해 동안 조율해왔다면서 연출 쪽에서도 여러 가지로 고민 중이며 좋은 결과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헤드윅이 공연이 올라오는 바로 그 장소에 '방문'한 것이라는 컨셉이 극 시작부근에 분명히 존재하고, 그렇기 때문에 원어로 공연하며 완전히 새로운 관객들과 소통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헤드윅의 무대가 유의미하다고 강조하던 프로듀서님의 말에서 이러한 '도전'이 그저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 꾸준히 고민해오던 '헤드윅의 정신'이었음이 절절히 묻어났다. 헤드윅이라면 분명 그냥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를 공부하고, 자신의 소중한 관객들을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며 "넌 해내야 해!" 라고 마이클리 배우에게 강조하는 것을 보며 연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자막이 없는 게 당연하며, 그렇기 때문에 무대에서 '몸부림치는' 마이클리의 헤드윅을 만나고 공감할 수 있을 거라 단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헤드윅이 본래 마이클리 자신만큼의 한국어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드디어!" 라고 말하는 마이클리 단어 선택 역시 흥미로웠다. 헤드윅을 'HE'라고 지칭하는 것도 생각해 볼 여지가 좀 있을 것 같다. gv 초반에 'she,' 라며 미안하다고 정정하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아예 그냥 계속 he라고 지칭하더라. 이 외에도 헤드윅이 트랜스젠더이지만 그게 본인이 정말로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자유를 주겠다며 유혹한 루터의 권력에 휘둘려 이끌린 길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는 말 또한 관객 입장에서 고민해 볼 만한 부분이고. 마이클리의 헤드윅을 보면 헤드윅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헤드윅을 이해할수록 여러분 자신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해준 것도 좋았다. 확실히 극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하고 있는 그 밑바닥에 '헤드윅'에 대한 애정이 선명하게 느껴저서 행복했다. "I love Hedwig," 하는 그 말이 너무나 진심이라서, 고마웠다. 



헤드윅을 하는 게 꿈이었다며, 꿈을 이뤘다고 행복해하는 배우 마이클리를 만났다.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나 역시, 그대가 하는 헤드윅을 만나는 것이 꿈이었다고. 무대 위에 서는 당신 덕분에, 나 역시 꿈을 이뤘다고. 그래서 벌써부터 행복하다고. 사랑 받기 위해 스스로를 바꿔야할 필요는 없다며 내면이 중요하다 말해주는 마이클리라는 배우가 있어서, 큰 위로가 된다고. 존재 자체가 참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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