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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in 홍익대 아트센터, 2017.08.22 8시 공연





마이클리 헤드윅, 제이민 이츠학. 마욤드윅, 제츠학. 마이클리 헤드윅의 첫공이자, 아시아 최초 영어로 진행하는 헤드윅의 첫 공연. 



헤드윅이, 언니가, 돌아왔다. 너무도 필요했던 시기에, 눈부시게 찬란한 빛으로. 온전히 영어로 진행되는, 미국 락스타의 해외투어를 쫓아 이 머나먼 아시아 서울까지 찾아온 언니의 이야기는 아름다웠고 아팠으며 또 애틋했다. 헤드윅이라는 영화를 혹은 뮤지컬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영어'라는 언어 따위는 절대 큰 장벽이 아니라 단언할 수 있다. 캐릭터에 딱 맞게 의심의 여지 없는 독일어 억양 가득한 영어 발음, 선명한 단어, 친절하고 풍부한 제스쳐, 능숙한 진행, 이 모든 것들이 이미 갖춰진 히스테리컬 하지만 다정하기 그지 없는 언니였다. 이 배우의 다른 필모를 몇 번 만나본 관객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배우 역시 첫공이다보니 조금은 긴장한 기색이 느껴지긴 했지만, 배우가 이 극을 정말로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한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유려한 태도에 오히려 '유일무이'의 공연을 보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직전 필모인 또다른 디바 마랑큰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솔직히 경탄스러웠고, 마이클리라는 배우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연륜과 감정이 뚝뚝 묻어날 지언정 배우 본체 또한 전혀 드러나지 않은 점도 정말 좋았다. 나름 2년 동안 만나온 배우인데, 여전히 새로운 필모를 마주할 때마다 기대 그 이외의 모습을 보여주는 점이 참 고맙다. 그리고 노래. 헤드윅 넘버를 마이클리 배우의 음색과 목소리로 불러주는 그 믿기지 않는 경험의 순간이 황홀하게 아름다웠다. 





※전부 스포※



기억나는 거 위주로 순서대로. 영어를 일백프로 이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오역 혹은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말장난 같은 애드립도 누락될 수 있음. 영어로 한 대사도 한국어로 자체번역 한 부분도 다수 있음. 길고 강렬한 공연이라 세세하게 기억하기 힘들다는 점은 헤드윅을 본 관객이라면 이해하리라 믿는다. 



기본적인 틀은 작년 올뉴메이크업이랑 거의 동일하다. 약간의 편곡과 약간의 조명 연출 변화 정도가 있는 듯 싶고, 중간중간 실시간 영상으로 담아내는 카메라 워크가 난잡해서 불호였다. 화려한 등장 장면, 배경음악에 아리랑이 깔리는 센스. 첫 의상은 초록색. 옷이 예쁘진 않지만 언니가 아름다우니 됐다. 제츠학도 처음으로 진행하는 영어 공연에 조금은 긴장한 듯 했으나 초반 소개 때 살짝 씹은 거 말고는 전혀 문제 없었다. Tear me down. 역시 행사 때와는 차원이 다른 본공의 이 느낌, 이 열기. 쭌감님 기타 입으로 뜯는 포즈 후에 엄지로 입술 아래를 쓱 훔치는 디테일. 제챡 나레이션 부분, "East and west, slavery and freedom, man and woman, top and bottom" 에서 모든 단어에 디테일 넣더라. 왼쪽 팔, 오른쪽 팔 뻗고, slavery는 수갑 찬 포즈, freedom은 만세. man은 마이크를 다리 사이에 달랑달랑, woman은 가슴. top and bottom은 위 아래를 손짓으로. 침 뱉어본 적 없는 언니였고. 시작부터 자긴 한국이 좋다며 인연이 있었다고, 여기 앵밴의 시초가 한국인 여자들이어서 자기들끼리 한국어 하고 또 자신에게도 한국어를 가르쳐줬다고 하고 시작하는 설명 좋더라. 좋은 말 많이 들었다고 하고 맛있는 음식 많다고 하는데 제챡이 엄청 큰 목소리로 "불고기!!!" 외치는 애드립에 빵 터졌다ㅋㅋㅋㅋ 억양도 그렇고 그 불만스런 표정으로 존맛을 한껏 담아낸 표정이 너무 귀여웠다ㅋㅋㅋㅋㅋ 한국인들 피부 좋다는 얘기하면서 24시간 운영하는 찜질방에서 dirty skin, 그거 이름이 뭐였지 하다가, "때!!! Thank you!! 때!!" 하면서 단어 알려준 관객한테 인사하고. 홍.익.대.아.트.센.터. 에서 좋은 극이 많이 올라왔는데 자기가 공연할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 올슉업, 꽃보다남자, 벽을뚫는남자, 그리고 록키호러쇼를 언급했다. 거기 주인공 넘 멋졌다는 말에 관객이 환호하니까 막 좋아하면서 자기가 누구 얘기하는지 아냐면서 "송용진!!!!" 하고 쏭랑큰 극찬했다ㅋㅋㅋㅋㅋ 그리고 록호쇼 끝나고 원래 올라올 극이 있었다면서 너네 모르냐고 그러다가 그거 망했다고 올라온 날 문 닫은 극이라고, 주인공 배우가 뮤지컬인지 몰라서 첫곡 부르자마자 목이 나가서였다는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근데 주인공이 안성기 배우라고ㅋㅋㅋㅋㅋ 관객들이 터지니까, "OHHH You know him!!" 하면서 좋아하다가 "Thank you 성.기!" 라거나 "I want to give a big huge to all 성.기" 이런 식으로 대사 치는데ㅋㅋㅋㅋㅋㅋㅋ 순전히 이름 때문에 고른 거였구만ㅋㅋㅋㅋㅋㅋ fast 어쩌고 하는 극에 대한 설명은 좀 날렸던데, 지난 시즌에서 자동차 자랑하고 스케이트 타고 다니는 고양이? 막 얘기해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예 뺀 건지는 다음 공연 봐야 알 수 있을 듯. 



토미도 약간 억양 섞인 발음인데, 목소리가 전혀 다르다. 월드 스타께서 "속죄의 투어" 라면서 DDP, 동대문 디지털 플라자에서 공연 중이라고 설명한다ㅋㅋㅋ 토미가 고마운 사람을 you! My Fans! 하니까 빡쳐서 "I Wrote Every Song On that Album!!" 하고 소리지르고 신문 다시 띄운다. "Who is mystery BEAUTIFUL woman?" 하고 기사 제목 읽으면서 동독에서 온 내가 락스타 토미 노시스랑 어떻게 저런 사인지 알고 싶어서 온 거 아니냐며 토미를 향한 분노에 빡치다가 진정하고 미안하다며 관객에게 사과하는 언니. "You know, the road is my home," 하면서 시작하는 어린 시절 이야기. 티비 속 미국 방송국 채널 보고 있다가 JCS를 봤다면서 헤븐 반주가 나오고 "JESUS!!!" 부분 불러서 심쿵. 이어 겟세마네 "WHY!!!!!" 부분도 불러서 정말 행복했다. "Absolute Power Corrupts." 한 뒤에 망충한 애기 목소리로 "Absolutely!" 한 뒤, "Better to be powerless." 하며 냉랭하고 무감한 어조로 말하는 것까지 좋았다. 오븐씬은 얼굴 안 대고 걍 카메라 정확히 바라보면서 했다. 여기 대사 너무 어렵고 잘 안들렸다. 뭐 거진 사람 이름이니. 맞춰지지 않는데도 억지로 들러붙어버린 퍼즐 같았던 엄마와의 이야기. 그 쓸쓸함에 벌써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는데, 마음의 준비를 채 끝내기도 전에 시작된 The Origin Of Love. 이 곡을, 이 배우의 목소리로 듣는 날이 올 줄이야. 그냥 너무너무 좋았는데, 유난히 꽂힌 부분이 하나 있었다. 한국어 번역과 원곡 가사 내용이 조금 다른 부분인데, "If we don't behave / They'll cut us down again / And we'll be hopping around on one foot / And looking through one eye" 하는 이 장면에서 그 처절함과 공포, 분노, 절망, 그 휘몰아친 감정을 하나로 모아 녹여내며 뽑아내는 마지막 eye- 부분이, 뭔가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길고 진하게 뽑아내는 단정한 음정 이면의, 절규 같았다. 이 부분 컷콜 때도 불러줬는데 본공이 아님에도 비슷하게 다가온 것을 보면 여기 단단히 꽂힌 듯하다.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야겠다며 그는 아빠였나? 아님 엄마? 그 반쪽은 나에게 없는 걸 가지고 있을까? 좋은 점만 다 가지고 가버린 건가? the looks, the luck, the love? 강제로 뜯어내진 걸까 아님 도망간걸까? 아님 내가 그런 건가? 그럼 섹스는? 정말 두 사람이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제착이 가발 쓰고 손거울을 보고 있는 걸 발견하는 헤뒥. 호루라기 불어대니까 혼비백산 하는 앵밴. 재키였나, 오븐으로 쓰는 자동차를 기를 쓰고 넘어가려고 해서 객석이 좀 터졌다. 언니가 짐을 발견하곤 "You Packed a BAG?!?!" 하면서 어이 없어 했다. 얘네 데리고 투어 다니기 너무 힘들다고, 얘네 다 불법체류자라고 관객에게 한탄을 한다. 유난히 Ladies and Gentleman 을 엄청 많이 말하는 언니였다. 특유의 발음으로. 이츠학을 비웃는 헤뒥에게 졔착이 "BITCH" 하고 욕한다. 언니 당황하면서도 음? 누가 내 이름을 부른 것 같은데? 하니까 다시 욕하고. 빡쳐서 다가오는 언니를 피해 다시 펩시 자판기 문을 여는 제챡. 쾅 닫고 좋은 것만 다 빼간 새끼야!! 하고 욕하며 사고 얘기 푼다. 리무진이 제 차인 마냥 자연스럽게 탔다는 말에 제챡의 풋, 하는 비웃음. 부들거리며 누가 비웃냐고 엄한 앵밴 추궁하는 언니. 제챡이 또 비웃으니까 Again?! 하면서 발끈하고. 암튼 마이크 대고 마약 흡입하는 소리도 내고 서로 캐치업 했다면서 그러다 사고 났다고 설명한다. 내 입을 다물게 하려고 돈을 제시했지만 자긴 향수 브랜드도 낸 사람이라며 넘나 자신만만하게 STOKER 하고 외치며 배경음 음산하게 깔린다ㅋ 칸드에 관한 멋진 논문을 썼다 쫓겨났다며 26살에 academic career was over, 하고 엎드려서 선탠 시작. I'm naked~ 하면서 누워있다가 졔착 루터의 부름에 뒤를 도는데 마이크로 거기 벌떡 선 걸 적나라 하게 표현하면서 자꾸 손으로 눌러서 내림ㅋㅋㅋㅋㅋㅋ 아 언니ㅋㅋㅋㅋㅋ 달콤한 구미베어의 유혹에 짜릿해하지만 그 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현듯 깨닫고는 되새기는 엄마의 충고. Absolute power corrupts. 도망친 다음날 길을 따라 흩뿌려진 과자들을 따라간 그가 만난 건, 커다란 Sugar daddy, 루터였다. 슈가대디 초반에 악기 소리 안나온 거, 음향사고 맞지? 키보드 분이 박수로 호응 유도하던데? 반주도 이상했고, 무엇보다 언니가 인이어 만지면서 소리 제대로 들으려고 하던데. 진짜 홍아센 음향팀 일 안합니까. 그래서 넘버 초반 집중이 와르르 무너졌지만, 카워시를 내 바로 뒷줄 남자 관객에게 해줘서 또 좋았다ㅋㅋㅋㅋ 아니 근데 언니 카워시 넘 못하시는 거 아닙니까ㅋㅋㅋㅋㅋ 좌석 팔걸이 위에 서는 게 불안해서 그런가, 그냥 찰랑거리는 치마 흔들기만 하던데요?ㅋㅋㅋ 객석 휘젓고 다니는 언니,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제챡.



그리고 결혼 이야기. traditional wedding은 아니었다면서, 예를 들어 프로포즈를 받을 때 무릎을 꿇은 건 나였어요! 하면서 한쪽이 아니라 양쪽 무릎을 다 꿇어서 순간 머릿속에 물음표가 둥둥 떴는데, 거기서 갑자기 핑크색 마이크를 가로로 세우고 적나라한 소리를 내며 블로우잡을........ 심지어 그 소리 중간중간에 I DO! I DO! 하는 탄성을 섞......... 언니ㅠㅠㅠㅠㅠㅠㅠ 제가 좀 많이 사랑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 오피석 관객 한 분이 빵 터졌는지 그쪽 보면서 왜 그렇게 좋아하냐고, "너.무.야.해.?" 하고 물어보는 언니 때문에 또 터지고ㅋㅋㅋㅋㅋㅋ 아뇨 딱 좋아요 계속 해주세요^^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웃다가, 이 지옥에서 벗어날 자유를 위해 하나는 여기 남겨둬야 한다는 엄마와 루터의 대사에 다시 울컥. 컨테이너 위로 올라가서 "To be free, you must give up a little part of yourself. DON'T MOVE!" 하고 시작되는 Angry Inch.  포크레인이 움직이고 수술대 조명이 나오며 그 아래 다리를 벌리고 누운 헤드윅의 그 고통스런 비명과 아픔. 말 그대로의 의미도 있지만, 암흑과 절망과 고통 뿐인 과거로부터도 강제로 거세 당하는 단절. 뿌리 뽑혀 나뒹구는, 지금까지의 인생. 넘버에 짓눌려 압사당하는 기분. 그래, 헤드윅이구나. 그의 절규가 터져나오는 용암처럼 공간을 찌르고 가르는 앵그리인치가, 숨을 턱턱 막히게 했다. 눈물 범벅인 얼굴로, 이제 떠난다고 말하며 예쁘게 미소 짓는 언니의 얼굴에, 넘쳐흐르는 감정이 곱게 곱게 침몰하며 가라앉았다. 여기서 제츠학이 그 노래를 부르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얼핏 하는 순간 시작되는 익숙한 도입부. 역시, creep 이구나. What the hell I'm doing here, I don't belong here, 하는 제챡의 노래가, 참 이츠학의 삶이고 아픔이어서 더 안쓰럽고 아팠다. 이 언니도 음색 참 예쁘다. 



금색 옷으로 갈아 입고 나온 언니. 잘 한다? 하면서 다시 제츠학을 구석으로 쫓아내고는 의자에 걸터 앉아 제 이야기를 이어간다. 장벽이 무너지는 걸 티비 속 화면으로 보고 있는 헤드윅. 홀로 남겨진 고독한 얼굴. 누구에게도 연락할 곳 없는 막막하고 고립된, 온 세상에 오직 자신만 버려진 듯한 표정. "I cry, because I will laugh if I don't." 하는 대사가 극에 두 번 나왔는데, 이 언니랑 참 잘 어울리는 대사였다. 한국 버젼에서는 "난 울었습니다. 아니 웃었습니다. 우느니 웃었습니다." 하는 장면이니까 맥락이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헤드윅의 한국어 번역이 '초월번역' 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말 훌륭하다는 점에 매우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원작 특유의 직설적이고 투박한 영어 대사들 역시 무척 헤드윅다워서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어 번역이 유난히 아름답고 잔인한 비장미가 있다면, 날 것 그대로 쏟아내는 영어 버젼은 어지러운 난장판 속에서 아득바득 피어오른 작지만 유일한 아름다움 같다고 느꼈다. 한국어 가사 특유의 섬세한 위로도, 영어 가사 고유의 마이웨이 식 위로도, 고맙고 소중하다.



아무튼 Wig In a Box. 눈물이 그새 흘러 얼룩진 헤드윅의 얼굴에 미처 추스르지 못한 내 감정도 다시 흘러넘친다. 하지만 담담한 듯 고요한 듯 쓸쓸한 듯 시작한 노래는 폭발적인 무대장악력으로 자신만의 매력을 마음껏 드러내버리는 헤드윅의 목소리로 점차 발랄한 생명력을 내뿜는다. 컨테이너 박스에 들어가면서 "Don't FUCK UP MY SHOW!!" 하는 헤뒥과 그 말에 "Don't fuck up the show," 하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리는 제챡. 알파벳 알지? 저기 다 나와! 하면서 관객을 안심시키는 제챡ㅋㅋ 화려한 가발로 재등장 하는 언니가 무대를 휘어잡는다. 곡 끝나고 빨대로 물 쪽쪽 빨아마시다가 예고 없이 오피에 분무기처럼 물 발사!ㅋㅋㅋㅋ 한 번 더 할까? 하고선 다시 했는데 완전 실패ㅋㅋㅋ 나한테 더 많이 묻었다며 울상 짓다가 펑키락제스쳐 보여줄까? 하면서 한참 입에 물 물고 오블 갔다가 왼블 왔다가 하다가 역시 불시에 자기 가슴에 주르륵 흘리듯 뿜어버림ㅋㅋㅋㅋㅋㅋ 정말 답다고 해야 하나, 고정애드립은 아닐 수도 있지만 마욤드윅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부분인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모피코트 가져와서 입혀주는 졔챡과 입으면서 덥다고 투덜거리는 헤드윅. 제츠학이 손선풍기 얼굴에 가져다 대주니까 뺏어들고 고터에서 산 거라고 깨알 자랑을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모피 코트 입고 걸어가는 자신을 멈춰 세우고 훈계한 동물보호단체 회원 얘기는 빠진 거 같은데, 나중에 모피 벗을 땐 이 죽은 시체 벗겨내라고 짜증스럽게 대사하는 건 했다. 이거 말고 이츠학한테 여권 들이밀면서 이거 찢어버린다? 하는 거나, 커다란 전화기 들고 와서 받는 거, 유대인 홍보 광고 찍었다는 것 등의 내용들도 없었다. 첫공이라 빠뜨린 건지 아님 아예 들어낸 것인지는 역시 다음 공연을 보고 와야 알겠다. 





문 한 번 더 열리고, 스스로를 토미 노시스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마토미의 말에 분노하는 헤드윅. 토미 스팩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상황 설명하기 전에 핸드잡 동작부터 해서 터졌는데, 아니 화장실에서 그 짓을 하고 있더라구요 문도 다 열어놓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어나갔다. 친절하게 그를 초대하는 헤드윅. 과거로 들어가보자며 손짓하니, 뒤쪽 차 보넷 열리며 닥터에스프레소바 간판이 나오고 위에서 조명이 내려온다. 여기서 부른 팝송도 꽤 길고 좋았다. 그리고 유명인이 오셨네요, 하면서 1열 중앙 관객 일으켜세워서 뒤돌라고, 얼굴 보여주라고 하는 언니ㅋㅋㅋㅋㅋ 수줍음 많은 소년이라면서 귀여워하고서는 시작되는 Wicked Little Town. 윤뒥은 토미석 관객만 빤히 보면서 불렀던 것 같은데, 마욤드윅은 객석을 전반적으로 둘러보면서 노래했다. 자신이 작곡한 곡이라며 조금은 떨리고 풋풋한 듯한 그의 표현이 좋았다. 이 장면 즈음부터 아예 주체할 길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아파.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선 다락에 올라가 토미와 이야기를 나누며 영혼을 공유하기 시작하는 헤드윅.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는 Jesus Christ 를 제 구원자로서 인정하냐는 토미의 물음에 대답하는 헤드윅. 선악과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마토미의 언어들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그 날. 눈썹 정리를 해주며 토미를 위로하던 헤드윅은, 그의 이마 위에 은빛 십자가를 그어주며 'Gnosis' 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근데 여기서!!!! 뒤쪽 은색크로스 영상이 안나오면 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영상팀 정신 안차리나요. 음정 조언을 해주고 마침내 완성한 부분, "Look what you done," 그리고 섬광처럼 온 세계를 감싸는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 처음으로 키스를 나누는 두 사람이, 헤드윅의 얼굴이, 그 표정이 마치 비로소 구원처럼 잡아낸 무언가를 붙든 여리고 위태로워보여서, 너무 아팠다. 그렇게 완벽한 짝을 찾았다 믿은 순간 찾아오는 절망. 이게 뭐야? That's, what I have to work with. 도망치려는 토미를 향해 원망하고 화를 낼 여지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헤드윅. Love ALL of ME! 라고 절규하지만, 남은 건 정적. The Long Grift. "Look what you've done," 하면서 첫 소절을 내뱉어보지만 차마 이어지지 않는 노래. 신경질적으로 스탠딩마이크를 가지고 나와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재차 첫 소절을 부르지만, 치밀어오르는 뭔가가 목을 턱 막아버린 듯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도망치듯 무대를 떠나버리는 헤드윅. 한참 눈치를 보던 제츠학이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노래를 시작한다. 넘버 후반에 등장하여 뒤에서 코러스를 넣어주는데, 인이어 및 음향의 문제로 코러스가 아니라 거의 듀엣 수준의 음량이어서 아쉬웠다. 음향팀, 일 안하죠? 우린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며, 담담한 듯 지친 듯 처연한 듯 이츠학에게 다가가지만, 그는 헤드윅을 밀치고 침을 뱉는다. 잠시의 정적 뒤 Hedwig's Lament. 그리고 Exquisite Corpse.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서 터져나오는 절규 같은 노래 속 반주가 공기를 찢어낼 듯 날카롭고 선명하게 울리는 그 한가운데에서 옷을 벗어 던지고 가발을 벗어 내팽개치고 머리망까지 신경질적으로 던져버린 뒤 토마토를 꺼내 양손에 쥐고 브라를 푸른 뒤 양 팔을 위로 치켜든 헤드윅. 악력으로 터뜨리며 목 부근부터 양손으로 제 몸을 내리치듯 점점 아래로, 무릎까지 퍽퍽 치고 문댄다. 그 처절한 마음을 온 몸으로 내뿜고 쏟아내는 그 절박함이, 공간을 장악한다. 쓰러진 그의 너머로 문이 다시 활짝 열리고 조명이 쏟아질 듯 그 어둡고 절망스런 공간을 비춘다. 마토미의, Wicked Little Town. 정말이지, 이 넘버는 너무나 완벽한 곡이다. 헤드윅 버젼과는 다른 가사, 다른 감성, 다른 목소리. 그가 건네는, 작별인사. 푸르른 조명과 연기 속, 토미의 가슴 위 부분만 구름 위에 떠 있는 듯, 마치 이 세상의 무언가가 아닌 듯, 다정하게 애틋하게 눈부시게 무대를 가득 채우는 그 순간이 참 오래 잔상에 남는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헤드윅은, 내팽개친 마이크를 주워 들고, 천천히 무릎을 숙여 바닥에 떨어져 있는 가발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린다. 꽤 긴 정적의 시간이었는데, 관객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모두가 몰입한 찰나였다. 가득했던 것이 한 순간에 통째로 사라져버리고 남아버린 공백. 무대 가운데로 돌아와 마지막 노래, Midnight Radio 를 시작하는 헤드윅. 가발을 든 채 손짓하자 다가와 그에게 가발을 씌워주려는 제츠학. 그런 그를 손으로 막고 고개를 살짝 저으며 가만히 그와 눈을 마주치는 헤드윅. 놀람, 당혹, 망연함의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제챡의 손을 꽈악 붙들어준다. 다시 한 번 고개를 흔들지만, 헤드윅의 손짓에, 그 눈빛에 그는 품에 안은 가발을 껴안고 울먹이며 무대를 뛰쳐나간다. 그 순간 무대에 남겨진 헤드윅의 어깨에 얹힌 지독한 고독. 그 음악, 그 몸짓, 그 영혼. 화려한 이츠학이 무대를 장악하고 천천히 뒤돌아 문을 나서는 헤드윅의 마지막 모습이, 사블에서 보이질 않았다. 그 마지막 실루엣이, 노선을 마무리하는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후우. 



컷콜은 짧게씩 4곡 한듯? 올진, 윅인, 슈가대디, 앵그리인치까지. 신나게 뛰어놀고 소리지르고 환호하며 마음껏 분출하고 왔다. 첫공이지만 거의 완벽했던 마욤드윅의 공연이 정말 좋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감정을 끝까지 쏟아냈지만 마지막 위로를 받는 부분에서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나에서 퇴장 직전까지, 앵밴 한 사람 한 사람을 전부 따뜻하게 바라보는 그의 디테일이, 역시 그 답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본인의 마지막 쓸쓸한 발걸음이 조금 옅어진 느낌이었다. 이건 헤드윅이 짙고 강렬하고 깊어질수록 훨씬 확연히 다가올 부분이니까 추후 공연들이 더욱 기대가 된다. 





마이클리 배우가 공연 전에 개인 인스타에 "Another DREAM come true. 도(또) 다른 꿈은 이루어졌다!" 라고 글을 올렸는데, 지난 번 gv 리뷰에서 언급했듯 나 역시 덕분에 꿈을 이뤘다. 공연을 거듭할수록 더 다채롭고 더 풍성한 감정을 위로를 공감을 전해줄 언니이기에, 남아 있는 공연들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반가워요, 헤드윅! 위로를 받고, 진정으로 스스로를 치유하여 다시 걸어볼테니, 끝까지,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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