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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다 보니 좋은 아티스트들의 화려한 콘서트 및 공연 정보가 이곳저곳에서 흘러 넘친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눈길을 사로 잡은 포스터가 있었으니.......
(인팍 딕펑스 공연 상세설명 발췌)
그나마 덜 망했던 슈스케4, 그 중에서 탑2에 든 실력파 밴드 딕펑스 되시겠다. 딕펑스는 엠오빠가 심사위원을 본 광주 예선에 참가했기 때문에ㅋㅋ 잘 알고 있음ㅋㅋㅋㅋ 실력도 훌륭해서 나는 우승할 줄 알았는데ㅠㅠ 아무튼 신나는 밴드! 여장도 불사하는, 개성 넘치는 멤버들! 특히 키보드 치는 분이 정말 후덜덜 한 실력을 지닌 능력자! 라는 것 정도만 안다. (이 쯤이면 거의 다 아는 건가;;;) 이번 연말 콘서트 상세설명이 내 마음을 저격!
"그대들의 핸드폰은 불과 32기가, 하지만 우리가 그대들 마음속에 담아 줄 추억의 양은 32테라 급이니."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사진과 같은 증거물을 남겨서 훗날 그것을 다시 볼 때 당시의 감정을 생생하게 되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다들 공감할 것이다. 머리 속에만 남아 있는 기억은 시간이 흐를 수록 옅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ㅠ 그래서 팬들은 공연장의 그 뜨거운 열기를 나중에도 기억하기 위해, 수차례 금지를 당하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메라 렌즈를 끊임없이 무대로 향하게 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사진을 통해서 그 때의 상황과 순간순간의 장면을 남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작 그 귀중한 시간을 함께 즐기지 못했다면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진으로 남은 잘생기고 멋진 그들의 모습에 감동하고 본인의 사진실력과 운에 뿌듯해하는 것. 이러한 것이 '함께 미치며 즐기기 위해' 수개월 간 총력을 다해 공연을 준비했던 아티스트들이 정말로 바라는 것일까? 정말로??
개인적으로 몇 차례 콘서트를 직접 경험해 보니, 팬의 입장에서 직찍에 대한 태도만큼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엄청나게 잘 나온 직찍 혹은 직캠을 보고 즐기며 감사의 마음이 절로 들게 되는 소비적인 태도는 팬으로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취하게 된다. 하지만 콘서트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고 그것이 아티스트들의 지적 재산권이라는 사실 역시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또한 (다행히도 아직까지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바로 옆에서 대포 들고 설치는 분이 계시면 나처럼 콘서트 때 무대 위의 가수와 함께 같이 미쳐서 날뛰며 즐기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되도 않는 음치 능력을 살려 악악 대며 같이 따라부르고 있는데 옆에서 동영상 찍고 있으면 혹시나 내 돌고래 소리가 거기 담길까봐 알아서 자제하게 되는 게 사람 심리 아니냐며......... 이처럼 내가 가지 않은 공연에서, 혹은 갔더라도 나와는 먼 좌석에 위치한 소위 대포녀(혹은 드물게 남자도 있지 않을까)들이 올려주는 그 자애로운 자료들에는 감사하면서도, 정작 나와는 결코 근접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는 이러한 불편한 진실..ㅠㅠ
하지만, 직찍을 보지 못하는 건 다만 아쉬울 뿐이다. 그냥 딱 그 뿐. 반면에 공연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되는 건 깊은 빡침과 회의감, 들인 시간과 돈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허탈함과 씁쓸함이라는 엄청난 비용을 초래한다. 뭐 그렇다고 내가 지금부터 직찍이나 직캠 안보겠다고 선언한다는 건 아니고ㅋ 다만 좀 그 순간을 최대한 열심히 즐기자는 것이다. 어차피 직캠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dvd가 발매되면 dvd를 구매하는 팬들이고, 어떻게든 감시의 눈길을 피해서 찍을 거 다 찍는 사람들 역시 근절되지는 않을 거고. 직찍 올리는 사람에게 페널티를 부과해봤자 그럼 개인소장으로 돌 테고....... 그러니까 성숙한 공연관람태도를 점차 알려 나가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주변에 피해 안가는 정도로 그저 기억하기 위해 슬쩍 몇 장 사진 찍고 소장하는 정도까지는 양해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서도.... 정작 내 옆에서 영상에 오빠들 목소리만 담겨야 되니까 조용히 하라고 고나리하면 바로 빡쳐서 열심히 반박할 것 같긴 하다.....ㅎㅎ 어려운 문제다 정말. 아무튼 딕펑스의 저 포스터로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바야흐로 콘서트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