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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주절/Easily

류몬테 지방공 합류

누비` 2017. 2. 15. 19:04

엄청 바쁜 날이라서 아침부터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었는데, 유난히 자꾸 폰을 만지고 싶었다. 슬쩍슬쩍 스크롤을 내리다가 혹시 오늘이 만우절이 아닌가, 날짜를 순간 다시 헤어볼 정도로 믿기지 않는 트윗을 읽고 일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예매창부터 켜서 천안, 울산, 창원 스케쥴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바로 남아있는 자리 중 그나마 제일 나은 자리를 잡았다. 잡고 나서도 이게 류몬테 회차가 맞는지 서너 번을 재차 확인하고서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일거리로 돌아갔다.


사실, 좀 짜증이 나야 맞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말이다.


류몬테 조기하차 소식에 치밀어오르는 아쉬움을 삭힐 수가 없어서 블로그에 따로 포스팅까지 했었다. 이번 지방공 일부 회차 합류 또한, 소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매우 불친절했다고 생각한다. 무슨 타임세일 공지마냥 덜렁 공개해놓다니. 심지어 어제 건승을 통해 새로운 사진까지 풀어주시며 새작품 시라노에 대한 기대와 격려를 요청했기 때문에, 공지 타이밍이나 루트에 대한 섭섭함이 응당 생겨야 마땅했다.


하지만, 정말이지 그저, 좋더라.기쁘더라. 행복하더라.


근래 유난히 류배우님 앓이가 심하긴 했다. 지뢰만 밟았다하면 끙끙거리고, 얼굴 보고 싶고 목소리 듣고 싶고, 7월을 위한 기나긴 인내의 시간이라 스스로를 위로하다가도 그럼에도 보고싶어 죽겠노라 혼자 슬퍼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내 삶에, 내 덕질에 어마어마한 존재였음을 실감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런 소식이라니, 이성이고 나발이고 일단 기쁘고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좀 진정된 후에 나름대로 논리를 세워보니, 그거더라. 기대감. 조기하차 때는 예매 당일날 총알 잔뜩 준비해놓고 한창 부풀어있던 기대감이, 스케쥴표 하나로 펑 터져버린 꼴이었다. 뽀송한 상태에서 얼음물을 뒤집어썼으니 짜증과 분노와 허탈감이 극에 달할 수밖에. 하지만 오늘은, 기대감이 그냥 제로였다. 조기하차한 사람이 지방공에 나온다니, 이거야말로 비합리의 극치이지 않은가. 물론 지방공은 주말에만 단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배우의 부담은 덜할 수 있지만, 그래도 누가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그걸 진심으로 생각했겠냔 말이다. 일말의 기대 정도야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건 희망사항 정도였겠지. 심지어 배우님 본인이 여지 없이 잘라버렸으니, 팬들은 그저 7월7일 시라노 개막일만 오매불망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기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 뜻밖의 소식을 듣는 순간 짜증보다는 흥분이, 허탈감보다는 반가움이 앞섰다.


물론 급한 업무 다 끝내고 여유가 생긴 뒤 곱씹어보니 살짝 어이도 없고 당황스러운 사건이라는 게 인지는 되더라. 그 유명한 '류번복' 이라는 별명을 이런 식으로 체험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고. 게다가 지방이 죄다 서울과 먼 도시들이라서 이동방법과 소요시간을 제대로 검색하고 나서야 현실감이라는 게 생겼다. 재작년에 입덕하고 나서 류지킬 따라 지방공을 가야하나 한참 고민하다가 대구라는 먼 거리에 포기를 했었는데, 창원은 대구보다 더 멀잖아! 케이티엑스 타면 왕복 일곱시간에 r석 하나 가격이더라. 일단 잡은 표 결제는 해두겠지만 안 갈 확률이 매우 높다. 못가면 그 돈으로 시라노를 두 번 더 볼게요...


아쉽게도 울산공은 아예 선택의 여지가 없는 날짜다. 딱 세시에 불참할 수 없는 결혼식이 있다ㅠㅠ 가기 싫었는데 더 가기 싫어짐ㅋㅋㅋㅋㅋ 에휴. 삼회차 전부 알버트 캐슷 다르던데 하필 울산공이 레오더라ㅋㅋㅋㅋ 택르망보다 택버트가 평이 좋길래 궁금했었는데 그 호기심은 이대로 묻어두는 걸로. 이엠개에 눈도장은 확실히 찍어놨으니 나중에 다른 뮤지컬에서 봐야겠다.


말 나온김에 첨언하자면, 엠개는 상상 이상으로 더럽게 질척거린다 증말. 건승 공지나기 전 중언부언하며 여지 남기던 것도 짜증났는데 이렇게 꾸역꾸역 어떻게든 질질 모시고 오다니. 류번복님께는 감사해도 댁들한테는 한 톨도 안 고맙다. 피 같은 내 돈이 거기 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열받아. 정말 이별하고 싶다. 구질구질하게 이러지 말고 쿨하게 헤어집시다, 좀. 팬텀도 오슷에 돈을 써야 하길래 지난 동순영으로 자막하기로 했다. 몰라, 나중에 아쉽든 말든.


아무튼 이 장황한 글의 결론. 류배우님, 한 달 뒤 천안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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