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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in 백암아트홀, 2016.12.20 8시 공연





조성윤 토마스 위버, 이창용 앨빈 캘비. 엉톰, 창앨. 창조페어 이번 시즌 세 번째 공연이자 자체 둘공. 겨우 나흘만에 다시 만난 페어인데, 16일 공연과는 또 느낌이 전혀 달랐다. 똑같은 텍스트, 동일한 배우가 이토록 다르게 표현되고 보여질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랍고 즐거웠다. 지난 리뷰에서 다짐했던 것처럼 초반부터는 울지 않으려고 다짐했는데, 레밍턴 선생님 때부터 슬슬 시동걸다가 피캐온 전후부터 주륵주륵 눈물을 흘렸다. 여기 리뷰는 정말 좋았던 장면들 위주로만.



※스포있음, 매우 주관적인 해석 위주※



창앨은 지금까지 만나고 느꼈던 모든 앨빈들 중에서 가장 '현실적' 이고 '인간적' 이었다. 팔랑팔랑 나비를 쫒는 움직임에서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동시에 그런 자신을 바로 옆의 가장 친한 친구조차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않는 현실이 거추장스러워 보였다. 세상의 시선 따위는 괘념치 않지만, 자신이 신뢰하는 누군가의 애정이 없다면 무너져내릴 듯한 위태함이 느껴졌다. 강물에 떠내려가는 엄마의 목욕가운을 바라보며 "저 너머 바다로 가고 싶다" 하고 울먹이는 목소리. 현실이라는 벽을 감당하는 것,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갖는 것, 그를 통해 '자신의' 꿈을 꾸는 것, 그 어떤 것도 앨빈은 하지 못한다. 그저 살아 있기에 '계속 살아가' 는 것이 아닌, '나아가는' 삶을 사는 것조차 그는 할 수 없다. 특별했던 아이는 소중한 것을 너무 일찍 잃어버려서, 아이다움과 조숙함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애매한 경계선에 발이 묶여버렸다. 자신감 있게 반짝이며 나비를 부르는 엉톰 뒤편 어둠 속 창앨의 표정은, 무척 아팠다. 이제 내 친구 톰은 떠나겠구나, 하는 생각은 얼핏 스쳐갔을 뿐이다. 앨빈은 그 글의 영감이 어디서 왔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가져다 쓴 친구에 대한 배신감보다는, 그 영감을 저렇게 아름답게 글로써 표현해내는 친구의 재능에 충격과 씁쓸함을 느끼는 듯했다. 내가 했던 그 작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가 온전한 글로 완성시킨 내 친구. 톰은 앞으로 나아가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스친다. 톰이 말한 앨빈의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 가혹한 현실보다 앨빈 내면의 벽이 더욱 거대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버지 장례식장에서의 앨빈 대사들이 훨씬 무겁게 들렸다. 작품 이름 하나하나를 읊는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 있다. 영감의 근원이 자신이라는 인정 따위는 전혀 필요 없다. 그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또다른 소중한 사람을 위해 글 하나만 써주길 바랄 뿐이다. 그랬더라면, 앨빈은 어머니를 잃었던 6살 때처럼, 그렇게 '계속 살아' 갈 수 있었을 것 같다. 상실을 받아들일 위로, 삶을 이어갈 아주 사소한 계기. 하지만 앨빈은 그렇게 조지처럼 다리에서 떨어진 채 발견됐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냐. 둘러봐, 톰. 다 네 꺼야!" 따뜻하게, 다정하게, 마지막까지 톰을 위로하던 앨빈. 커튼이 닫히는 순간, 단상 앞 톰을 바라보는 앨빈의 얼굴에 쓸쓸함과 미련이 짙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함께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아쉬움, 삶 그 자체보다는 톰에 대한 애틋함이 큰 앨빈이었다. 



엉톰은 1876 이랑 나비의 넘버가 너무 좋아서 말랑말랑하고 눈부셨다. 1876 에서는 어린아이의 맑은 목소리가 너무나 반짝거렸고, 나비는 도입부를 들은 앨빈이 옆에 가만히 앉아서 계속해보라고 하자 얼굴을 확 피며 신나게 설득하듯 말하고 노래하며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펼쳐보이는 그 찬란함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 보고 들은 엉톰 나비 중에서 가장 '구연동화' 같은 느낌이었다. 강물과 바람과 나뭇가지가 실제로 눈앞에 펼쳐 지는 듯한 느낌. 그러다 Nothing There 부터 감정선이 너무 좋았다. 여러 압박에 짓눌려 마음처럼 글이 나오지 않는 답답함, "해가 지고" 에서 막혀 버린 이야기. 미친 것처럼 좌우로 왔다갔다하며 중얼거려보지만 떠오르지 않는 다음 문장. 뒤쪽 책상 위에 선 앨빈과 무대 앞쪽에 절망어린 표정으로 서 있는 톰. 흩뿌려지는 종잇조각들. 부정하고 도망치려 했지만 벗어날 수 없는 과거,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낸 근간, 본질적이고 복합적인 무언가, 앨빈. "늦었잖아" 끈질기게 따라붙는 말. 자신을 끌어안는 두 팔. 슬럼프의 이유, 제 능력 이상의 재능,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하지만 잘 알고 있었던 진실. 그 모든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의 엉톰 표정이 허망하면서도 서글펐다. 이야기를 말로 풀어내는 것과 글로 써내리는 것은 전혀 다른 거라고 위로해주고 싶지만, 들리지 않을 것 같은 얼굴이다. I didn't see Alvin 넘버 초반 가사가 살짝 마음에 안들긴 하는데 일단 넘어가자. 패배감을 인정하는 엉톰의 얼굴에선 미묘한 후련함이 스친다. 눈물을 쏟아 멍한 얼굴이지만, 내면의 진심을 오롯이 받아들였기에 경험할 수 있는 시원함이다. 그래서 아이 같은 얼굴로, "그냥 말해 주면 안 돼?" 라고 앨빈에게 물을 수 있다. 모든 감정을 쏟아내 지쳐버린 표정. 사랑하는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 "이 모든 게 너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는 앨빈의 말에 또다시 울어버릴 것만 같은 표정. 하지만 힘들어 보이는 어깨는, 앨빈의 언어로 위로 받는다. This is it. 이게 다야, 이게 전부야. 너와 내가 함께 경험한 이 모든 이야기가, 전부야. 눈 속의 천사. 아이 같이 천진한 얼굴. "약속하면 가도 돼?" 한결 편안해진 톰의 얼굴. 반면 오히려 애처로워 보이는 앨빈의 눈빛. 커튼이 완전히 닫힐 때까지 앨빈을 바라보던 엉톰이 앞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앨빈 이야기 하나, 해 드릴게요." 환하게 빛나는 미소. 전혀 쓸쓸해 보이지 않는다. 앨빈의 기억을 단단히 끌어안은 채, 엉톰은 꿋꿋이 다시 앞으로 걸어나갈 것이다. 





이 페어 눈싸움 강렬하다ㅋㅋㅋ 생각보다 못 맞추네 싶었는데 종이더미를 집어서 창앨 등을 후려치는 엉톰 때문에 빵 터졌다ㅋㅋㅋ 창앨도 지지 않고 폭력으로 맞서고ㅋㅋㅋㅋ 최고의 선물에서 자켓 벗으면서 이미 신난 표정의 엉톰과 옆에서 종이 말고 있는 창앨. 어린아이 답게 천진한 얼굴들, 엄청 궁시렁거리는 엉톰ㅋㅋㅋ 장례식장 숨어들어갈 때 창앨 보고 한숨 푹 쉬더니 "어처구니가 없네" 라고 하고 또 한참 머뭇거리더니 "야 너 날래다?" 하고 에라 모르겠다 하며 오징어(....) 같이 몸을 흔들며 따라갔다ㅋㅋㅋㅋ 너무 웃겨ㅋㅋㅋㅋ 그리고 나서 창앨 등 막 때리고ㅋㅋㅋ 이제 시작이야 부르기 전에 "야 임마, 마! 집필은! 마! 과정이야! 마!" 하는데 창앨이 입모양으로 따라하고 그러니까 현웃 터진 엉톰ㅋㅋㅋㅋ 16일에는 이 장면에서 창앨이 책상 붙들고 나가자며 징징거리면서 폴짝폴짝 점프하는데 거의 공중부양 수준이었다. 이날은 안했고. 이제 떠난다며 노래할 때 정말 가볍게 그 높은 책상 위에 훌쩍 올라서는 것도 되게 신기하다. 괴롭힘 당할 때 목 졸리는 연기도 리얼하고. 그걸 보고 "목을 졸리다니" 하며 연기 디테일 확실히 짚어주는 엉톰도 귀엽고.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넘나들고, 액자식 구성 및 대사의 반복으로 잘 정돈된 극이다. 다만 후반부 쯤에 애니 부분이나 위에서 언급한 아이디든씨 가사 같은 부분에서 생각보다 설명이 부족하다고 처음 느꼈다. 뭐, 덕분에 배우마다 페어마다 다양한 노선을 취하고 여러 가지 해석을 내보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도 볼 수 있는데, 조금 더 고민할 만한 부분이 생긴 것 같다. 솜 대사집... 없는 거 맞지?... 지금까지 네 번을 관극했는데, 전부 다 다른 포인트에 치이고 몰입했다. 스터디를 하게 되면 그런 날 것의 새로운 감상이 어려울 것 같아서, 극장을 나선 뒤에 프콜 등의 영상을 더 안 찾아보게 되는 것 같다. 다음 관극 때는 또 어떤 부분에 집중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이게 바로 창조의 예술!"



창조는 동갑내기 배우라서 다른 페어와는 차별화 되는 합이 있고, 무엇보다 듀엣에서의 목소리 조화가 너무 완벽하다. 아웅다웅 하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일단 다음 3차 관극도 이 페어...ㅎㅎ..... 말일 밤공은 올윈 (플미를 붙이는 업체라 보이콧 중) 이라서 패스했고, 이제 내년으로 넘겨야 한다. 다른 페어, 특히 요톰이랑 윱앨도 보고 싶다. 엉윱 평일공연 좀 넣어줘여... 이왕이면 금요일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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