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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니제티 오페라 리타(RITA)

in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2015.11.11 8시 공연





새로운 공연장과의 만남. 그리고 새로운 장르와의 만남. 사실 오페라와 뮤지컬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오페라를 보고 온 지금도 확 와닿지가 않는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역시 음악이겠지만, 여전히 그 분야는 문외한이기에 차이를 뚜렷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다만, 극 내내 강조하는 한 가지. "오페라도 쉽게 즐길 수 있다!!" 라는 주제의식에는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왔다. 그리 길지 않은 런닝타임 내내 웃느라 바빴고, 극장을 나온 뒤에도 저절로 발걸음이 경쾌해지고 행복했다.  





원캐스트. 리타 장유리, 베페 이경수, 가스파로 최재림, 도니제티 조순창.



리타의 장유리 씨는 말 그대로 꾀꼬리 같은 소프라노로 아름다운 노래를 선사했다. 소심한 베페를 연기하면서도 노래는 끝내주게 멋지던 이경수 씨도 좋았고, 극 처음부터 끝까지 퇴장하지 않고 구석에 앉아 시선을 강탈하며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만들어 나가던 작곡가 도니제티 역의 조순창 씨 역시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이 극을 예매하게 해준 이유, 최재림 가스파로. 정말 노래를 너무너무 잘한다. 단순히 '잘한다'의 칭찬 이상으로, 상황과 음악과 연기에 맞춰 강약조절이나 목소리 변화 등을 자연스럽게 가미하며 정확한 딕션으로 부르는 그의 노래는, 극상의 찬사를 보내도 아깝지 않다. 앞으로 무대에서 자주 봅시다ㅠㅠ 넥도 예매해놨어요...♡  



※스포 있음※



가사가 정말 말그대로 병맛이다ㅋㅋㅋㅋ 은어와 비속어가 우아한 노래와 어우러지며 더욱 큰 웃음을 유발한다. 패러디도 꽤 많았는데, 지앤하의 '지금 이 순간'도 있었고, '희망사항' 가사를 '김치리조또'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 배우들의 슬랩스틱 연기도 맛깔난다. 슬로우모션의 결투장면은 어쩜 그렇게 생동감 넘치면서 리얼하게 연기하는지, 그저 감탄과 웃음이 절로 터져나온다. 근데 또 노래는 쓸데없이 멋있어ㅋㅋ 고급스런 병맛극이다.



근데 묵찌빠 세 번째 판 마지막에 누가 틀린거야ㅋㅋㅋㅋㅋ 아니 가스파로가 이겼다는데, 왜 두 사람의 마지막 손동작이 다른 거죠. 왜죠. 호응이 좋아서 애드립이 조금 더 추가되었다는데, 자첫자막이니 뭐가 애드립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배우들도 관객들도 모두 즐겁게 극을 완성했다는 것만 알겠다. 원래 웃음과 개그요소 위주의 극이나 작품 등을 즐겨보는 편이 아니고, 그 순간만 깔깔거리며 웃을 뿐 금세 현실로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이 극은 웃고 즐긴 행복한 여운이 꽤나 오래 남는다. 위트 넘치는 대사들과 좋은 음악이 가미되어서 그런가. 여기에 마주보고 있는 두 대의 피아노. 오로지 그 반주 위에 얹혀 섞여들어가는 배우들의 목소리. 생동감이 가득하다. 



다만 역시 제재 자체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역지사지로 돌아온다는 철학적 교훈도 담겨 있지만, 일단 가정폭력이잖아요...... 강자가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은 성별과 관계없이 옳지 않습니다ㅠㅠ 아무래도 오페라가 만들어진 시대상도 있고, 근래에 조금 예민한 사건들이 여럿 터져서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있다보니, 미묘한 불편함은 어느 정도 감안하면서 관극했다. 그래서 스토리는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ㅋㅋ 





정통 오페라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꼭 보고 싶다. 약간의 지루함을 뛰어 넘는 예술을 보다 생생하게 느껴보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다. 이렇게 소소하게 지평을 넓혀가다보면, 어느 순간 조금 더 깊어질 수 있겠지.





충무아트홀에서 프랑켄 지뢰도 낭낭하게 밟고 왔다. 오늘 새벽에 풀린 티져를 벌써 야외대형전광판에 재생하고 있었다. 아, 진짜 첫공 꼭 봐야 하는데..ㅠㅠ 제발 회식이나 워크샵 잡히지 마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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