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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위키드송

in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2015.11.10 8시 공연





막 내리기 전에 한 번 더 보고 자막했다! 두 달 만에 다시 본 극인데,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 대사들이 많아서 신기했다. 그럼에도 지루해지지 않고 내내 몰입하며 관극했다. 





송영창 마슈칸, 조강현 스티븐. 이 분이 엉...이라 불리던데 누가 이유 좀...ㅠㅠ 별명 유래를 도저히 모르겠다ㅠ



어쩌다보니 또 조강현 스티븐을 만나게 됐다. 지난 번보다 더 가까운 자리에 앉아서 원없이 얼굴 감상을 하고 올 수 있었다ㅎ 초반보다 살이 좀 빠지신 건지 바지가 헐렁하더라. 전반적으로 초반에 봤던 공연보다 더 능숙하게 대사를 치고 애교와 애드립이 많아졌다. 처음 수업하는 장면에서 목 풀 때 삑 한 번 내고 현웃 터지셔서 같이 빵 터졌다ㅋㅋ 웃지 마세요, 이러니까 영창마슈칸이 나 안 웃어, 라며 살짝 정색하는데 또 그게 어찌나 재미있던지. 딱히 어떤 마슈칸과 합이 더 좋다, 등의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스포 있음※



영창마슈칸은 1막 내내 화가 많이 나있었다. 허스키하고 긁어내는 보이스에 분노를 가득 담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니까 귀도 아프고 조금 불편했다. 가사도 씹히고. 그런데 2막에서 너어무 좋았다. 완급조절을 적절하게 넣는 연기력은 1막부터 인지하고 있었는데, 2막에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폭발하는 감정선을 표현해내는 그를 보며 2막 중후반 내내 배우들과 같이 눈물을 주륵주륵 흘렸다. 자살시도 장면에서 애교가 뚝뚝 넘치는 마슈칸을 보며 애써 웃고 있었는데, 피아노 반주를 넣으며 자신의 '동화'를 내뱉는 그의 목소리와 눈물에 숨이 턱 막혀왔다. 올드위키드송, 잊고 싶은 과거 기억을 커다란 관에 집어 넣고 깊은 물 속에 가라앉히며 쏟아내는 두 사람의 시구. 결코 벗어날 수 없겠지만 꾹꾹 눌러담고 다시 똑바로 일어서는, 복잡해보이지만 단순한 인생. 



1막에서 스티븐이 처음으로 격렬한 감정을 경험하는 연주 장면이 있는데, 거기 연기가 조금 아쉬웠다. 스티븐의 카타르시스가 잘 안보였다. 그러나 오페라를 보고 온 뒤 마슈칸의 말들에 무심한 척 툭툭 대꾸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환희에 가득차 찬사를 내뱉는 행복한 표정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리고나서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며 여러 사람의 모자를 쓰고 연주를 하는 엉티븐의 그 얼굴. 베토벤의 음악에서 갑자기 울컥 치고 나오는 감정이 강렬하게 가슴을 흔들었다.   





이제는 흔해진, 익숙하게까지 들리는 비극적인 이야기.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평생 끝까지 따라다니며 괴롭하는 인생의 전부. 세동마슈칸은 괴팍하고 어디로 변할지 예측하기 힘든 어르신이었고, 영창마슈칸은 분노조절장애가 살짝 가미된 가까이 하기 힘든 노친네였다. 두 노선 모두, '마슈칸' 이라는 캐릭터의 인생을 설득력있게 설명했다. 분명 1막에서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스티븐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2막에서는 마슈칸의 표정에서 눈을 떼고 싶지 않아서 계속 시선을 번갈아가며 뒀다. 아, 그리고 영창마슈칸이 노래 가르치면서 같이 부르고 흥얼거리는 디테일 좋았다. 정말 보컬을 가르치는 선생님 같아서 몰입이 잘 됐다. 엉티븐 노래 목소리는 역시 좋았고.



재연 왔으면 좋겠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극이다. 올드위키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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