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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름신이 썩 자주 내려오는 편은 아니다. 특히 자잘한 가격의 것들은 굳이 소비하지 않고 넘어가는데, 보통 절실하게 원하는 게 아닌 일상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씩 내려오시는 지름신은 한 방에 큰 지출을 하게 만드셔서 그 자잘한 아낌을 전부 쏟아붓게 만든다. 이러한 소비 형태를 이미 대학교 1학년(=내가 용돈 정도는 혼자 벌기 시작한) 때부터 인지하고 있었기에 이제는 익숙하다. 이러다가 자동차도 지름류로 사게 될까봐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이 화제는 우선 면허부터 따고 이야기 하는 걸로.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난달 지출이 꽤나 커서 이번달은 최대한 아끼고 있었는데 오늘 빠밤!! 하고 하나 질렀기 때문이다.
어제 스타벅스 신상 텀블러가 공개됐다는 포스팅을 읽는게 아니었어... 하필 콜드컵이든 텀블러든 주황색이라는 것을 보는 게 아니었어... 텀블러가 스테인리스라는 걸 알아내는 게 아니었어... 그것도 홍시색? 약간 진한 주황으로 내 취향이라는 후기를 발견하는 게 아니었어ㅠㅠㅠ 가뜩이나 지난 신콘 때 첫날 텀블러를 안 사서 다음날 매진이라고 써있는 굿즈판매대 앞에서 땅을 치며 후회했는데 이렇게 여름 신상을 내다니 이건 음모다!!!! 왜 작년부터 주황색(특히 비비드주황)이 유행해서 나를 시험에 들게 하나요. 아 몰라 들고다녀야지 뭐. 차라리 톨사이즈라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무거울 거 같아. 엔간하면 아침에 드립커피 집에서 내려서 룰루랄라 학교에 들고가야지. 아, 콜드컵을 사지 않은 이유는 콜드컵은 들고 다니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사무실 같은 데서 사용하기에 좋다는 평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건 만팔천원 이건 삼만천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차이가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당.
그리고 벤스쿠키... 나는 한강진 역 쪽으로 오월의 종 빵집을 향했을 뿐이고. 가다가 맛있는 냄새가 났을 뿐이고. 돌아보니 누군가의 포스팅에서 봤던 벤스쿠키가 있었을 뿐이고ㅠㅠㅠ 오른쪽이 더블 초콜렛 청크, 왼쪽이 밀크 초콜렛 오렌지. 초콜렛 완전 내취향.. 둘 다 무지 단데, 목 마르지도 질리지도 않는 훌륭한 맛이었다. 오렌지는 오렌지 향이 무지 강하게 나서 좋았는데 초콜렛 맛은 하나도 안 난다는 게 함정. 칼로리는 칼로리 대로 느는 거잖아ㅠㅠㅠ 가격은 10g 당 370원... 인데, 역시 그람으로 가격 책정하면 비쌈ㅇㅇ 두 개에 6,040원... 밥 값이다!!! 후덜덜한 가격이지만 그 가치는 분명히 했다. 하지만 내 재정과는 너무나도 먼 당신....♬
오늘 초대 강연을 하나 들었는데, '여러분 앞의 현실히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라는 말을 두 번이나 들어서 마음이 불편하다. 많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생각하라는 건 일이학년 때 들었어야 하는 말이다...... 물론 그 때는 전혀 와닿지 않았겠지만.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남과 달라야 한다. 이 현실이 왜 이리 씁쓸할까.
네이버 월요웹툰 「일상날개짓」180화 (2010.11.16) 中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55143&no=180&weekday=mon
나는 지금 방황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무기력하게 권태로움에 젖어 포기하고 늘어져 있는 걸까. 나는 분명 오늘의 지름에 대해 글을 쓰고 있었는데 왜 이야기는 여기까지 흘러온 걸까. 의식의 흐름 돋네. 이 말은 정말 가슴을 찡 울리는 고마운 말이라고 생각해서 저장했는데, 왜 지금은 아픈데를 콕 찌르는 불편한 말이 되어 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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