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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은 아침 먹고 워크샵을 끝낸 엄마를 데리러 공항 근처로 갔다. 





제주도의 자동차 렌트는 운전경력이 최소 1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제약조건이 있더라. 제주의 해안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조수석에서 흐린 날씨의 바다를 넋놓고 바라봤다. 전날 분노를 야기했던 풍차가 시야에 자주 들어왔다.   





공항 근처는 비행기 소리가 어마어마하더라. 그리고 파도가 얼마나 세던지, 상당히 높은 저 벽에 부딪혀 산산히 부서지는 파도의 차가운 물방울들의 공격을 여러번 받았다. 엄마를 픽업한 뒤 서부두로 직행했다.  







물회랑 갈치찜, 생선구이. 엄청 맛있었다. 역시 부두 쪽 식당들은 해산물이 신선하니 음식맛이 평타는 치는 듯.





점심식사를 끝내고 제주돌문화공원으로 향했다. 입장료는 5,000원인데 완전 강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자연이 만들어낸 독특하고 매력 넘치는 '작품'들을 엄청나게 구경할 수 있다. 





입장 전에 화장실부터 들리는데, 나오니까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더라...... 3월 중순인데 어마어마하게 추웠다ㅠ 제주 돌문화공원은 1,2,3코스로 구성된 광대한 생태공원으로, 야외가 꽤 많으니 날씨를 유념하고 방문해야 한다. 팜플렛을 인용하면, "한라산 영실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설화를 중심 주제로, 제주의 형성과정과 제주민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돌문화를 종합적,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박물관이자 생태공원" 이란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조성 중인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관람객이 별로 없었다.   





산책하듯 가벼운 걸음걸이로, 옷깃을 여며가며 표지판을 따라가면 쉽게 관람할 수 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돌들이 지닌 위용은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돌 하나하나에 얹힌 소원들의 무게가,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묵직하게 만든다.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들이 제주 특유의 정체성을 강렬하게 드러내준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이렇게 자기 개성 뚜렷한 휴지통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청소하기는 힘들겠지만, 이보다 자연 친화적일 수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디어 참 좋은 듯^^b





실내 박물관 입장! 볼거리가 정말 많아서, 전시품 하나하나 들여다보느라 한참동안 밖으로 나오질 못했다.





시선을 확 잡아끄는 제주의 지도. 가까이 가보면, 고도에 따라 높낮이가 다른 입체적인 형태다. 바다는 유리고.





지질학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눈이 탁 트일 자세한 설명들과 샘플들이 잘 전시되어 있다.





'수석'을 전시해 놓은 관. 전부 개성이 넘쳐서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한참을 구경했다.










자연스럽게 형태를 갖추게 된 돌들은 그저 우연의 산물이 아니냐, 라고 의구심 어린 목소리를 낼 수도 있겠지만, 막상 두 눈으로 이 독특한 전시품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잡생각이 싹 사라졌다. '돌'이 지닌 세월의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기분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다보면 모든 감정들이 잔잔하게 가라앉더라. 





카메라가 잘 잡아내지 못해서 아쉽지만, 현무암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춘 전시품을 육안으로 쉽게 볼 수 있다.





이게 돌이란다. 용암이 굳어버린 듯한 독특한 형태. 






기괴하게 느껴질 정도로 음산한 조명을 받고 있던 길쭉한 전시품의 맨 꼭대기에 마치 십자가 같은 형상이 있어서 뭔가 신기했다. 보는 내내 로뎅의 조각품, 지옥의 문이 연상됐다. 이 인상은 절대 사진으로 전달이 안 될 듯ㅠㅠ 






한참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어두운 그림자와 어우러지는 전시품을 빤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기묘한 분위기.






이 전시품들이 다 돌이라니, 믿을 수 없어.........!!! 라고 중얼거리고는 가족사진 하나 찍고 밖으로 나왔다.





마치 두개골 같은 커다란 돌. 그 추위에도 꿋꿋이 녹차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야외 전시장을 걷기 시작했다.







제주전통초가집을 구경하며 숲길을 걸었다. 여름에는 모기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어쩐지 바다 건너의 만화가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상되던 동자석들. 전부 다 독특해서 계속 카메라 렌즈를 들이댈 수밖에 없었다. 하나 같이 개성넘치는 자태를 뽐냈다.





돌하르방들. 맞은편은 직접 체험하는 부스였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전부 휴업 중이었다.





아까 눈 오지 않았었나.....?.... 유럽 저리가라 할 정도의 날씨 변화. 바람이 많은 섬 제주는 끊임없이 변한다.





너무 넓어서 일일이 챙겨보기 힘들었다. 뼈까지 시려오는 바람에 한껏 몸을 웅크리며 나가는 곳을 향해 걸었다.






실내 전시관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동화일러스트 특별전시 기간이었다. 수채화의 색감이 매력적이다.





바다에 나가있는 가족의 안위를 바라는 간절함이 훅 와닿던 작품. 투박한 손과 굳게 닫힌 입가가 인상적이다.







동양이라고 해야 하나, 중국풍의 이미지를 강렬히 풍기던 일러스트. 금방이라도 전래동화 하나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표정 하나하나의 디테일이 살아있다.  





빠르게 달려나가고 있는 엔트........?ㅋㅋ 





마지막으로 이곳을 스치듯 지나치며 돌문화공원에서의 두어시간 관람을 마무리했다. 진심으로, 제주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단언컨대, 세계 어디를 가도 이런 곳은 만나지 못할 것이다.





다음 행선지는 돌문화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비자림. 여기도 정말 강추. 산책로가 길지 않고, 걷기도 수월하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이 평탄하다. 입장료는 1,500원. 넉넉히 한 시간 정도면 전부 돌아볼 수 있다. 





비자림은 천연기념물 374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비자나무 특유의 향이 산책로에 짙게 배어있어, 걸음걸음마다 삼림욕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의식하지 않아도 숨이 깊게 들이쉬어진다. 폐가 맑아지는 기분이 절로 든다.





얘는 새천년비자나무. 8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여기가 반환점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비자림을 돌아보고 나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돼지고기를 잔뜩 사와 숯불에 구워먹으며 어마어마하게 푸짐한 저녁식사를 했다. 정말이지 느긋함의 극치를 달리던 가족여행이었다. 내 오른발 상태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었고, '가족' 여행인만큼 무리한 일정을 잡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아무래도 발은 염증 같아서 의도치않게 금주를 해야만 했던 것이 한으로 남았다.......... 막걸리랑 소주도 전부 맛만 봤다ㅠ 보리막걸리는 별로더라.



썩 재미있는 포스팅이 되지 않아서 아쉽다ㅠ 그때 감정이 많이 바랜 것도 있고, 일정 자체가 많지 않았기도 하고. 다다음주로 예정되어 있는 제주 재방문은, 가족과 함께 가긴 하지만 혼자 뽈뽈거리며 돌아다닐 예정이기 때문에 3월보다는 나름 알찬 포스팅을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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