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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도 넘게 지나서야 포스팅을 하는 패기.....!!! 실은 곧 제주여행을 또 갈 예정이라서, 재방문 전에 이전 여행을 정리하는 작업이 꼭 필요할 듯 하여 꾸역꾸역 시작한다. 지금껏 여러차례 글을 완성하려는 시도를 하긴 했는데,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오지 않아서 계속 중도에 그만뒀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완성해야지.



3월 중순의 4박5일 제주여행기, START.





아빠의 마일리지를 사용해 대한항공을 탔다. 목요일 이른 새벽의 인천공항은 넓고 휑하다. 그 아침에도 바쁘게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쩐지 쓸쓸하기도 눈부시기도 하다.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의 조합........?! 푸른 새벽이구나아.





창가 자리에 앉으면 늘상 찍게 되는 비행기 날개 사진. 이코노미 타면 늘 날개 조금 앞쪽의 좌석에 앉게 된다.





묵었던 숙소는 구좌읍의 평대리에 위치해있다. 곧 가게될 11월 여행에서도 동일한 숙소에 묵을 예정이다.






제주도 특유의 돌담들. 구멍이 술술 뚫려있는데도 오히려 그 덕분에 거센 바람에서 튼튼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숙소에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바다가 있어서 풍경이 참 좋았다. 





멀리 풍차도 많이 보였는데, 이것이 올레길의 아픔을 예고했던 것이었다.....!!!........ 풍차가 유난히 많은 이유가 대체 뭘까요^_ㅠ?? "김녕하도 올레"라는 정식명칭의 올레20길이 지닌 별칭은, "바람의 길"이었다.



(이미지출처: http://www.jejuolle.org/)



약 5-6시간이 소요된다는 이 길을 전부 걷지는 않았다. 평대리 근처부터 시작해 행원포구까지 가서 스탬프 찍고, 도저히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어서 큰길로 나와 버스 타고 숙소에 들려 잠시 쉬다가, 이번에는 반대방향으로 걸어 제주해녀박물관에서 스탬프를 찍고 시내를 관통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가족여행이라 내 페이스대로만 걷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날씨가......!! 바람이......!!!! 어마어마했다.





시작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올레'가 '집 대문에서 마을 길까지 이어지는 아주 좁은 길'을 의미하는 제주어라는 사실을 알고 시작하면 좋다. 끝없이 이어지는 제주 돌담길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다. 






올레길 여행은 주로 바닷가를 걷게 되리라 생각했었는데, 상당한 오판이었다. 바다가 갑작스레 짠 하고 등장해서 반가워하는 것도 잠깐, 올레길의 표식들을 쫓아 걷다보면 금세 바다는 시야에서 사라진다. 






날이 좀 흐리긴 하지만, 뒤편으로 바다가 잘 보였다. 일상집과 바다와 돌담길이 어우러진 제주도스러운 풍경.






3월이라 유채꽃이 길가에 많이 피어있었다. 샛노란 색이 강하게 시선을 잡아끌어서 발걸음이 저절로 늦춰졌다.





파란색은 정방향, 주황색은 역방향이다. 올레길 표식을 찾는 건 어쩐지 보물찾기 같았다. 이 길이 맞는건가, 하고 스스로를 의심할 즈음에 갑작스레 뿅 등장해서 안도하게 만들었다. 표식이 없으면 무조건 직진! 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뭐, 아니라면 다시 돌아가면 되는 거고. 도보여행을 하려면 느긋함이 필수요소다.





잠시 해안가 벤치에 앉아 쉬는 10분 동안, 한 번도 허리를 펴지 않으시던 어머니 한 분.  





가라고 하는 길이 너무 좁아서 여러 번 불평을 내뱉었다. 허리를 푹 숙이고 가까스로 헤치고 가야했던 길.






파밭, 마늘밭이 엄청 많았다. 특히 마늘 냄새가 아주 진해서 유채꽃 향기마저 묻어버릴 정도였다. 더 많았던 것은 무덤이었고. 혼자 올레20길을 걸었더라면 상당히 음산하고 오싹했을 듯하다. 좌가연대 직전 길에 유난히 많았다. 밭 근처에 산재한 무덤들을 보며, 죽음이 삶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문화임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슬슬 가까워지는 풍력발전기. 쉼없이 돌아가고 있는 날개가 바람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저 날개 하나의 크기와 무게가 정말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제주의 바람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저 말처럼 생긴 표식의 이름은 '간세'. 느릿느릿한 게으름뱅이라는 뜻의 제주어 '간세다리'에서 따왔다고 한다.





마을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올레길을 걷는데, 사람이라곤 한 명도 만나질 못했다. 평일이라 다들 일하러 간건가. 





바닷가가 다시 나오니, 정말 견딜 수 없이 추워졌다. 저절로 이가 덜덜 떨려올 정도로 너무 추워서, 스탬프까지만 어떻게든 찍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작은 구멍가게에서 산 과자부스러기를 엔진삼아, 억지로 걸음을 뗐다. 설상가상으로 빗방울이 슬금슬금 떨어지는데, 강한 바람을 타고 위가 아닌 앞과 옆에서 아프게 내리쳤다..ㅠ





드디어 발견한 스탬프ㅠㅠㅠㅠ 제주시 올레 패스포트를 구매했기 때문에 스탬프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 하지만 첫날 이렇게까지 고생을 했더니, 다음날부터는 완전히 해탈해서 이 집착병이 싹 나았다ㅋ 이번 여행에도 가져갈 예정이지만, 역시 되도록 집착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차피 기념일 뿐인데, 뭐.





두시간 늘어지게 쉰 다음, 이번에는 혼자 가볍게 길을 나섰다. 표지판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흔들렸고, 심지어 신호등도 떨어질까 무서울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더라. 역시 바람의 섬, 제주.  





의외로 드물었던 정낭. 하나만 걸쳐 있으니 주인이 멀리 가지 않았다는 뜻이겠지만, 나머지 두 개는 어디에...??





강한 바닷바람을 오랜 세월 맞다보니, 가지가 상당히 치우치게 뻗어버린 나무 한 그루. 제주의 상징인 '바람'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모습이다. 





이 길은 주로 밭이고 평지라서 걷기 편했다. 날도 조금 덜 흐려져서 기분도 좋아졌고.







혼자서 노래까지 흥얼대며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음, 내가 생각했던 올레길이야.





바다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추위가 걱정되긴 했지만, 점점 줄어드는 목표거리에 조금 더 힘을 내서 걸었다!





시내를 통과하게 되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발견한 소화전. 스머프가 생각나는 색깔이 정말 귀여웠다.






이 날은 오일장이 열리지 않아서 텅 빈 공터였지만, 이틀 뒤 장이 열린 것을 보니 북적북적 사람 냄새가 나더라. 폐장 무렵에 들려서 갈치를 엄청 많이 샀다. 갈치찜에 갈치구이까지, 갈치는 원없이 먹고 왔다...♡ 






제주도 특유의 맑고 푸른 바다색. 멀리서부터 몰아치는 큰 파도가 끊이질 않았다.





귀여운 벤치. 이 근처 바다를 마주하는 1층짜리 카페들이 꽤 많았다. 느긋하게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여유부리기 딱 좋을 장소랄까. 첫 날은 왜 이런 여유를 부리지 못했는가.......!!!.....





드디어 도착한 목적지, 해녀박물관. 도착할 즈음이 딱 박물관 입장시간 마칠 시간이어서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또다른 제주의 상징물, 돌하르방. 





제주시 패스포트를 지른 이유 중에 주황주황하다는 점도 없지 않았습니다^_^ㅋ 이번 여행 또한 서귀포시보다는 제주시에 치중할 예정이라, 도장 몇 개 정도 더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권은 상당히 때 타는 재질입니당.



3월 제주도 여행의 첫 날은 정말이지 올레20길 걷는 게 끝이었다. 아빠가 저녁 즈음에 제주에 도착하셔서 잔뜩 장을 봐오셨길래 늦은 저녁을 푸짐하게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만 이 긴 산책이 상당히 발에 부담을 줘서 다음날부터 발이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x키 런닝화를 신고 울퉁불퉁한 돌길을 걸었더니 발에 바람이 들었던 것 같다. 염증도 생겼고ㅠ 그래서 나머지 제주여행이 엄청나게 힘들었다ㅠㅠ 이토록 여행이 힘들었기에 여행기도 잘 써지지 않았다, 는 건 역시 핑계겠지ㅋㅋ 이렇게 첫 날은 아픔을 남기며 종언을 고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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