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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역시 둘째날 못지 않게 러프한 일정이었다.
여행만 가면 일찍 일어나는 병이 도져서, 밍기적거리는 가족을 뒤로 하고 숙소의 자전거를 끌고 나가 30분 정도 바닷가를 돌아다녔다. 새카만 돌 위에 점점이 박힌 새하얀 갈매기들.
길 한편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구분되어 있어 자전거 타기가 수월했다.
닷새를 묵었는데 저 정자에 사람이 앉아있는 건 한 번도 못 봤다. 간단한 아침산책을 마치고, 서귀포시로 향했다. 가는 길에 한라봉도 한상자 사서 차로 이동할 때마다 끊임없이 까먹었다.
첫 번째 목적지는 큰엉해안경승지. 호텔이 있어서인지, 주차장이 잘 되어 있다. 뜨거운 햇살에 선글라스 하나씩 얼굴에 걸치고 탁 트인 바다를 향해 걸어내려갔다.
이 계단을 내려가면 순간적으로 시야가 확 트여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산책로 정말 잘 되어 있다. 일요일 오전인데도 관광객이 많지 않아 느긋하게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역광이라 사진이 마음에 들게 찍히진 않았지만, 바다냄새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눈에 새겼다.
낚시 하는 분들이 여럿 보였는데, 이 거센 파도 속에서 물고기가 잡히나요........?!?
이 길은 올레길이기도 하다. 올레5길을 증명하듯 올레길의 리본이 드문드문 걸려있었다.
'엉'은 바닷가나 절벽 등에 뚫린 바위 그늘이나 굴을 의미하는 제주어로, 남원큰엉은 화산활동으로 흘러내리며 퇴적된 현무암질 용암층이 바닷가에서 해식작용을 거치며 형성되었다. 두 눈으로 보면 저절로 감탄이 터져나올 정도로 거대하고 독특하다.
밤에 조명이 켜지면 나름대로 귀엽고 운치있을 법하다. 연인이 함께 걸으면 참 좋을 코스 같다.
다음은 쇠소깍. 어른들이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관광지라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어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는데, 결과는 실패. 주차하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고 사람도 많고,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수중자전거나 보트, 카약 등을 타면 쇠소깍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겠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합쳐지는 곳.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이라는 뜻의 '쇠소'와 마지막을 의미한 '깍'이 합쳐져 이름이 지어진 쇠소깍은, 확실히 이국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기대치를 너무 높이고 가는 건 실망의 지름길이다.
물은 진짜 맑더라. 독특한 색의 새가 기막힌 자리에 앉아있길래 냉큼 찍어봤다. 나에게 쇠소깍은, 오메기떡으로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듯하다. 오메기떡 완전 맛있어ㅠㅠㅠㅠ
보목포구의 물회가 맛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포구 근처로 가서 아무 가게나 골라 들어갔다.
자리물회. 독특한 양념이라며 주방 어머니께서 괜찮겠냐고 물어보셨는데, 정말 맛있었다. 뜨끈한 성게미역국도 시켰는데 흡입하느라 사진을 못 찍었나보다. 하나도 비리지 않고 입 안 가득 바다내음이 퍼졌다.....♡
한산한 항구를 둘러보며 부른 배를 잠시 두드리고는 다시 출발.
네비게이션이 이상한 길로 안내를 해서 엄청나게 좁은 길로 들어서 한참을 헤맸다. 결국 후진으로 되돌아나왔다. 날이 맑아서 눈덮인 한라산 정상이 잘 보였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 한라산 등반을 계획하고 있는데, 부디 날씨가 도와주길 간절히 빈다... 백록담 보고 싶어!!!!!!
제주도스러운 길가. 가로수로 야자나무를 심을 수 있는 한국의 동네는 제주도 뿐이다.
이중섭거리 도착! 주말에는 수제 예술품을 파는 노점이 열린다고 해서 일부러 일요일에 방문일정을 잡았다.
의외로 한산한 거리. 시간이 지날수록 슬슬 사람들이 늘어나긴 하더라.
흐드러지게 핀 목련. 거의 지기 직전이었다.
그릇이나 장신구, 액자 등 종류가 상당히 다양했다.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소품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갑이 계속 열릴 법한 곳이다. 옆쪽에는 전시관도 활짝 열려있다. 나는 메인거리의 가게 하나에서 팔찌를 득템!
한참 아이쇼핑을 하고 다시 제주시로 넘어왔다. 성산일출봉을 가긴 했는데, 발이 도저히 저길 오를 만한 상태가 아니라서 결국 포기했다. 이번에는 올라가서 일출을 보고 싶은데...!! 가능할까^^....
세화 5일장이 폐장할 즈음 들려 장을 보고, 잠시 핫초코 한 잔의 여유를 가졌다. 이틀 전만 해도 올레길에 대한 열의를 품고 이 길을 열심히 걸었었는데, 하며.
아기자기한 소품과 큼직한 퍼즐. 상당히 매력적인 일러스트였다.
싼 가격에 잔뜩 사온 싱싱한 갈치를 바로 구워서 따뜻한 쌀밥과 먹으면, 남부러울 것 없는 완벽한 식사가 됩니다. 새삼 입에 침이 고이네. 여기에 매콤한 갈치찜도 먹었다. 가족여행은 역시 먹부림여행이죠!!!
포스팅을 쓰다보니 아쉬움이 잔뜩 남은 여행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번에는 꼭, 보다 나답게, 보다 즐겁게, 보다 행복하게, 후회나 아쉬움이 별로 남지 않는 여행을 하고 와야지. 3월 제주여행기, 이제 하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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