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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말, 학교 수업은 자체휴강하고 6박7일의 일정을 잡고 런던으로 향했다. 네덜란드에 5개월 정도 살면서 나름 유럽의 날씨에 적응했다 믿었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크나큰 착각이었음을 런던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영국을 가보지 않은 자, 감히 나쁜 날씨를 경험해봤다고 말하지 말라...!! 그러나 이런 험난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6박이나 한 호스텔의 딱딱한 매트리스와 맛없는 아침식사에도 불구하고, 나는 런던을 격하게 사랑하게 됐다♡ 기회가 닿는다면 1,2년 정도 런던에 살면서 일하고 싶다.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여전히 가슴 속에 남아 있다.
이토록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콕 집어 표현하기는 어렵다아.... 포스팅을 하다보면 런던에 대한 애정이 행간 사이에 뚝뚝 묻어날 것이므로 글을 쓰며 도시의 매력에 대해 중간중간 이야기하겠다:)
이지젯을 타고 스키폴 공항을 출발해 런던 루튼 공항에 도착했다. 시내까지 이동하려 미리 버스를 예약했는데, 멍청하게 예약내역을 프린트해가지 않아서 초반부터 헤맸다ㅠ 당연히 공항 내의 버스 회사 부스에서 프린트해줄 것이라 생각했건만, 프린트 기계가 고장났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공항 안쪽에 비치된 컴퓨터에서 직접 프린트를 해오라고 요구했다. 짜증스런 마음으로 헤매다가 관리원에게 물어봤는데 그로 인해 상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어눌하게 묻는 영어를 곧바로 알아듣고 영국식 발음을 천천히 말하며 친절하게 도움을 준 것이다. 바로 그순간부터, 런던이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이 급격한 호감으로 바뀌었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무사히 타게 된 버스의 창밖으로 점차 시내로 들어서는데, 런던만의 독특한 분위기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당시 향수병에 살짝 젖어 있었는데, 여타의 유럽 도시보다 훨씬 더 서울과 비슷한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식민지배를 당한 서울이 일본의 도쿄에서 영향을 받아 기초가 만들어졌는데, 그 도쿄는 영국 런던을 보고 배워 구축한 도시이므로 런던과 서울은 공통점이 클 수밖에 없다는 나만의 비유랄까.....? 섬나라 영국이 유럽 대륙 나라들과 다를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고 있긴 했는데 실제로 체험한 것이 그것을 증명했기 때문에 신기했다.
아무튼 사진 없이 사설이 길었는데, 호스텔에 체크인하고 짐을 두고 본격적인 관광에 나섰다. 일주일 치 여행을 하나의 포스팅에 밀어 넣어서 스압이 심하다!!! 런던 메트로와 버스를 무한정 이용할 수 있는 트래블카드 7일권을 £27.60로 구매하여 여행 내내 주구장창 빨간 버스를 타고 런던 시내를 돌아다녔다. 보증금은 마지막날 카드를 반납한 뒤에 돌려받을 수 있다. 교통비가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트래블카드가 굉장히 유용하다. 그리고 런던의 대부분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들은 입장료가 무료다. 특별전시의 경우 입장료를 받긴 하지만, 상설전시는 그냥 입장해서 관람하면 된다. 비록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은 그 가격이 꽤 비싸다는 단점도 있긴 하다. 그러나 대영박물관이나 내셔널갤러리 등 굵직한 박물관은 입장료가 무료라는 거. 예술, 특히 미술 쪽 하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박물관에 출석체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도시가 바로 런던이다.
런던브릿지 근처의 호스텔에서 도보로 템즈 강변을 걸어 이동했다. 옆에 셰익스피어 글로브 전시관이 있었는데 입장하지는 않았다. 사진으로는 푸른 하늘에 날씨가 좋아보이지만..... 음...... 푸른 하늘 바로 아래에서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가 일상적인 곳도 바로 이 도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참혹한 모습을 담아낸 사진 특별전에 들렸다.
그리고 테이트 모던 갤러리를 방문했다. 딱딱하고 답답한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는 '모던'함을 풀풀 풍기는 발랄하고 개성넘치는 작품들으로 가득했다.
입장료가 없는 대신, 박물관 내부 곳곳에 donation, 즉 기부를 부탁하는 통이 비치되어 있다. 박물관 내부 지도나 설명서 같은 경우도 "자발적으로" 1파운드를 기부하고 가져가라고 안내판이 붙여져 있다. 지키는 사람이 없기에 그냥 막 들고 가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훌륭한 예술작품들을 무료로 관람하고 입을 싹 닦는 건 바람직한 문화시민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자정해주기를. 그나저나 테이트 모던 갤러리의 기부통이 다른 박물관에 비해 가장 위트 있었다. 동전을 넣을 수 있는 구멍이 여러개 뚫어져 있고 잘 조준하면 통 바닥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색색깔의 조형물 위에 동전을 안착시킬 수 있다. 마치 게임하듯 동전을 기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내부를 보니 지폐도 생각보다 많았다.
상설전시관의 입구에는 이렇게 주제와 간략한 설명이 적혀있다. 입구의 이 벽은 연도표 및 작가들의 이름을 사용하여 멋지게 꾸며 놓아서 다른 벽과는 차별이 됐다.
현대 회화 작품도 많았고,
끌로드 모네의 작품도 있었다! 엄청난 크기의 캔버스에 혀를 내두르다 일부만 찍었다. 가서 봐야 감탄이 나온다.
책을 덕지덕지 캔버스에 붙여 놓은 작품. 입체감 넘치는 책을 보고 있노라니 책장을 넘기고픈 충동이 들었다.
천장에 설치되어 있던 강렬한 붉은색 계단.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길인 것 같아 직접 계단을 오르고 싶었다.
가전제품들이 연결되어 있어 저 불이 번갈아가며 들어온다. 독특해서 한참 구경했다.
쉴새없이 영수증을 뽑아내던 작품. 시사하는 바가 뭘지 한참을 앞에서 생각했다.
한 사진작가 전시관에서 발견한 한국어와 한국의 사진들.
방문 기간 당시 진행되고 있던 미로의 특별전시. 입장료를 받았다.
한참 구경하다가 다리가 아파서 창가 근처에 기대 잠시 쉬는데 문득 창 너머의 한 광경이 시선을 확 잡아끌었다. 화창한 하늘 아래 푸른 잔디밭, 그리고 잔디 위에 털썩 앉아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 이 소소하고 일상적인 장면이 시간을 멈추고 스스로 예술작품이 되는 순간. 그 전율이 여전히 생생하다.
독특한 현대적 감성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 전시관 뿐만이 아니라 복도의 안락한 의자에 앉으면 화력발전소였던 본래의 모습이 남아있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무료 와이파이ㅠㅠ 늘 와이파이를 찾아 길을 헤매는 교환학생으로서는 마치 천국과도 같았던 곳...... 너무나 강렬하고 편안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밖으로 나오면 오른편의 밀레니엄 브릿지가 보인다. 건너편에는 세인트폴대성당이 있다. 도보로만 건널 수 있는 밀레니엄 다리를 통해 템즈강을 건넜다.
왜 내부를 들어가지 않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ㅠㅠㅠ 하얀 외관이 인상적인 웅장한 세인트폴 대성당.
많은 인파로 북적이던 피카델리 서커스. 런던 최고의 번화가로, 저기 옥외광고 비용이 어마어마하다고. 한국의 대기업 광고가 있어 우리에게 친숙한 곳이기도 하고, 영드 셜록 프롤로그에 항상 등장하는 거리이기도 하다.
아무 생각 없이 대로를 따라 걷다가 코벤트 가든까지 갔다. 코벤트 가든은 세번인가 네번을 갔는데 어떻게 된 게 제대로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다아..... 허허..... 길 구경하다 서점이 있어서 들어섰는데 흑인 남자 한 명이 말을 걸어왔다. 일하러 런던까지 넘어왔다는데 어째 탐탁치 않아 두 시간 정도 같이 다니다가 밤에 클럽 가자며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길래 틀린 번호를 주고 다른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헤어졌다...... 여행할 때는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하철을 타고 킹스크로스 역으로 향했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그 역이다. 너무나도 조악한 9와 4분의3 정류장에 큰 실망을 했다ㅠㅠ 이럴 줄 알았으면 이 동떨어진 역까지 결코 안왔을 텐데 허허.
킹스크로스 바로 옆에는 멋진 건물이 있는데 생 팬크라스 역이다. 외관만 구경하고 다시 런던 시내로 향했다.
이제 대영박물관 이야기로 넘어가자. 까칠한 시선으로 평가했을 때, 그닥 탐탁치 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제국주의 역사를 적나라하게 내보이고 있는 곳으로, 남의 나라 유산을 버젓이 자기 것인 마냥 떳떳하고 뻔뻔하게 전시해 놓는 것이 얄밉고 위선적이다. 하지만 관람자 입장에서 보자면, 훌륭한 박물관이기도 해서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전시실이나 관람객 동선 배려 및 자세한 작품 설명들은, 왜 대영박물관이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지를 충분히 이해하게 만들었다. 파리 루브르랑 너무 비교됨. 대영박물관 역시 루브르 박물관 못지 않게 유물이 많지만, 그래도 관람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4.50를 주고 빌려서 관람하며 사용했다.
내부의 탁 트인 공간은 그레이트 코트로, 원래 대영도서관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중앙은 열람실이다.
오디오를 참고해서 일단 한국관부터 향했다. 관람하다 힘 빠지기 전에 보고 싶었기 때문에 곧장 향했더니 그리운 한글과 익숙한 한옥이 저절로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국관은 규모가 작다. 딱 하나의 전시관, 그것도 작은 규모의 방에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이건 열 개 정도밖에 남지 않은 희귀한 함이라는데, 생전 처음 본 유물이었다. 한국관을 쭉 둘러보며 생각한 건, 한국인, 그것도 역사에 꽤 관심이 있는 내가 봐도 생소한 전시품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놀랍기도 하고 걱정도 됐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도 익숙하지 않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이곳을 통해 한국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는 외국인들이 과연 '제대로' 한국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한국관이 따로 있는 건 유의미하지만, 여러모로 다양한 잡생각을 하게 만들어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넓은 중국관의 한쪽 벽면은 독특한 도자기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일본관에는 사무라이 복장을 비롯해 의복, 불상 등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독특하게도 이집트의 관에 그리스식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대표적인 대영제국의 이집트 약탈품들. 생각보다 더 많다. 미라는 물론, 관이나 벽화를 뜯어온 것도 많았음.
사진 화살표 부분의 책자는 각 전시실마다 비치되어 있는 것으로, 전시실의 작품들에 대한 설명이 잘 적혀있다. 관람을 적극적으로 돕는 유용한 제도였다. 나는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기 때문에 그냥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잠시 구경했는데 관람 순서까지 나와있어 매우 실용성이 있었다.
독특한 시계들이 잔뜩 전시되어 있어 굉장히 재미있었다. 시계만큼 섬세하고 과학적인 실용품은 없는 듯.
세계를 통틀어 세 개밖에 없다는 악기. 바이올린처럼 생겼으나 바이올린은 아니라고. 섬세한 장식이 돋보였다.
그릇.....인데, 그냥 말 그래도 '장식용'인 듯. 저기에 무슨 음식을 넣어 먹어ㅠㅠ 물만 부어도 해물탕 같겠다ㅋ
진짜 금을 실로 만든 뒤 그 실을 꼬아 만든 머리 장식. 무게가 어마어마할 듯.
망토처럼 입는, 어깨에 걸치는 옷이라는데 이 역시 굉장히 희귀한 유물이라고 한다.
근엄하게 앉아 있는 보살들.
인도의 신도 보이고,
센스 넘치게 걸터 앉아 있도록 전시해 놓은 불상도 있었다.
유리관 안에 있어서 잘은 안보이지만, 굉장히 독특한 표정과 자세라서 찍어 봤다ㅋㅋ
이 전시품을 보고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 붕어x만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다고 합니다....ㅠㅋㅋ
마치 도서관 같은 이 전시실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관람을 마치고 대영박물관을 나서니 펼쳐지는 푸른 하늘.......이지만 런던은 저 하늘 그대로 굵은 빗방울을 한참 떨어뜨리다 다시 개었다가 또 비를 뿌리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나를 농락했다. 두 번째 날 비를 쫄딱 맞고 다녀서 옥스포드에 간 세 번째 날 컨디션이 난조였다ㅠㅠ
아무튼 대영박물관은 단순하게 좋다/나쁘다로 평가할 수는 없는 곳이다. 다양하고 개성넘치는 유물들을 한군데에서 몰아볼 수 있는 기회는,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다. 그러나 그 편리함이라는 결과물이 잘못된 역사에 의해 가능하게 된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쇼핑의 거리, 소호에 갔다. 리버티 백화점에 들려 한국과는 전혀 다른 백화점 분위기를 구경했다.
카푸치노와 타르트로 요기를 하고 내셔널갤러리로 향했다.
내셔널갤러리 앞 트라팔가 광장. 비가 와서 온통 젖어 있다.
내셔널 갤러리. 가운데 계단 쪽이 중앙 입구다. 이곳 역시 입장료는 무료!! 욕심부리지 않고 두 번 나눠 관람했다. 내부는 촬영금지라 사진은 없다. 갤러리를 구경하다보면 그림들 앞에서 캔버스 가져다두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학생과 수첩들고 가볍게 드로잉하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칠 수 있다. 부담없이 갤러리에 방문해서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굉장히 부러웠다.
그 후에는 같은 호스텔의 아래쪽 침대를 사용하고 있던 한국인 언니와 함께 빌리엘리엇을 관람했다. 데이시트로 £19.50이라는 착한 가격에 stalls석에 앉았는데, c2라서 시야제한이 조금 있었다ㅠㅠ 시대와 배경 상 강한 영국 사투리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빌리 역의 남자아이가 나이에 비해 훌륭한 연기, 노래, 춤을 선보여 감탄했다.
세 번째 날의 일정은 당일치기로 런던 근교 옥스포드에 가는 것이었다. 버스로 이동한 뒤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며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시내로 나갔다. 사진은 옥스포드 시내 중심지인 시계탑.
활기찬 시내의 모습. 카드 전문점이 따로 있는게 신기해서 이것저것 구경했지만, 디자인 퀄리티는 한국이 훨씬 취향이라서 뭘 사지는 않았다.
옥스포드에는 옛 도시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많았다.
해리포터 촬영지로 유명한 크라이스트 처치 입구다. 입장료는 £6.00였다.
아마 실제 학생들이 사용하는 기숙사였던 듯. 그래서 출입은 당연히 금지되어 있다. 여기서부터 뭔가 꽁기한 기분이 가슴을 채우기 시작했다. 옥스포드는 분명 내 취향에 부합할 듯한 고풍스러우면서 풍부한 분위기를 간직한 도시이건만, 명문대와 그 소속학생들 특유의 배제성, 폐쇄성 등이 만연해있기도 한 답답한 도시였다. 내가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잡념이 머리 속을 배회하기 시작하면서, 전날 비 맞으며 싸돌아다닌 컨디션 난조까지 겹쳐 옥스포드를 구경하는 내내 기분이 가라앉았다.
아무튼 본래의 목표였던 영화 해리포터 식당으로!! 기분이 뭔가 묘했다.....
벽면 가득 초상화들이 걸려 있고, 긴 테이블이 독특했다. 실제 식당으로 사용되는 곳이기 때문에 테이블 세팅을 하는 남자도 있었고, 무엇보다 음식 냄새가 살짝 났다. 식사시간은 출입금지고.
식당을 나와 나름 규모가 있고 화려한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정갈하게 세팅되어 있는 성경책들. 보여지기 위한 관광지로서가 아니라,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장소라는 점은 타인의 일상을 단편적이나마 관음할 수 있다는 짜릿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ㅎㅎ
교회의 아름답고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길 바로 옆을 흐르는 강에는 보트가 많이 정박되어 있었다. 영국은 조정경기가 발달한 나라이고, 옥스포드 역시 조정의 본고장 중 하나로 유명하기 때문에 기분이 묘했다. 2011년에 무도가 장기프로젝트로 조정을 했었는데 아마 7월쯤 옥스포드에 해외촬영 왔었을껄...?ㅋㅋ 생각해보니 그 시기에 같은 대륙에 있었네 우왕ㅋㅋ
북적거리는 학생들의 무리.
정말 유명한 보들리안 도서관. 굉장히 특이한 외관에 한참을 쳐다봤다. 내가 이 건물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ㅋㅋ 신기하기도 하고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
이건 래드클리프 카메라였던 듯....... 하도 오래전이기도 하고 옥스포드가 썩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아니었기에 내부에 들어가봤던 것 같은데도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ㅠㅠ
그나마 날씨가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구석구석 걸어다니기에 적합했다.
꽤 규모가 있던 서점.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한국의 서점과 별다를 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고 옥스포드는 끝. 어떻게든 이미 예약한 버스 시간에 맞춰 시간을 때우려고 했는데, 정말 치가 떨릴 정도로 이 도시를 벗어나고 싶었다. 한국에서의 내 일상과 비슷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이 도시의 분위기에서 한시바삐 도망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버스정류장 가서 가장 빠른 버스로 런던에 돌아왔다.
그리고 뮤지컬 위키드 보러갔다. 학생할인으로 £27.50에 Stalls J38이라는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화려하고 크고 몽환적이고 판타지스러운, 위키드 특유의 무대. 호주 위키드 팀이 내한했을 때 보러갔는데 무대는 동일했다. 이제 뉴욕 브로드웨이 가서 보면 위키드는 대충 미션 완수일 듯><♡ 미드 글리로 위키드 노래를 처음 접했기 때문에 영국식 발음으로 노래하는 게 생소하지만 독특해서 매력있었다. 특히 popular 노래 발음이 너무 귀여웠다고 합니당ㅋㅋㅋ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독특하게 재해석해 오랜시간 롱런하고 있는 위대한 뮤지컬!! 노래도 좋고 지루할 틈이 없는, 눈과 귀가 모두 풍부해지는 위키드 덕분에 기분전환이 됐다.
네 번째 날 아침, 근위병교대식을 보러 버킹엄 궁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만난 세인트 제임스 공원. 잔디 위에 비치되어 있는 저 의자는, 유료다.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으면, 갑자기 사람이 다가와 돈을 요구한다ㅋㅋ
사람이 꽤 많으니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더 일찍 가야 할 듯.
열맞춰 행진하고 있는 근위관들. 음악이 울려퍼지는 게, 내가 진짜 여왕의 나라 영국에 있구나 싶었다.
스코티쉬 전통 복장을 한 군인도 있고.
전율을 느낄 정도로 영국에 왔음을 느끼게 해준 마차.
그리고 트라팔가 광장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근처 샌드위치 체인점에서 아침을 먹고 광장으로 갔다.
이날은 프리미엄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FC바르셀로나와 (당시 박지성 씨가 몸담고 있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날!!!!! 런던은 하루종일 축구경기에 대한 열광으로 뜨거웠다. 영국인데 의외로 바르샤의 팬이 많아서 놀라웠다. 응원하러 영국까지 날아온 그들의 열정에 찬사를! ㅋㅋㅋ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내셔널 갤러리를 보고 근처의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 갔다. 역시 내부촬영이 불가였다. 유명한 사람들의 초상화를 보며 역사를 되씹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재미있었음!!
초상화 미술관 가기 전 트라팔가 광장의 모습.
그리고 두 시간 후 광장의 모습..!!!! 엄청나다, 진짜ㅋㅋㅋ
코벤트가든에 가서 한참 아이쇼핑했다. 진짜 맘에 드는 반지가 있어 무지 고민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 결국 눈물을 머금고 포기....ㅠ........ 쇼핑은 자고로 후회가 없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그 반지가 아른거리는 걸 보면 그건 진짜 샀어야 했다 ㅠㅠ
그리고 한국인식당에서 점심 먹으며 티비를 보다가 정말 경기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서 직접 암표를 살 수는 있겠지만, 사람도 많고 힘들 것이라며 식당 사장님이 만류하셔서 결국 저녁 때 펍에 가서 맥주 마시며 현지인들 사이에 섞여 시청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컨디션이 며칠째 계속 난조라 결국 지금까지 내 여행 경험의 최초이자 유일무이하게도,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것을 감행했다!!! 가서 한두시간 정도 자고, 내키지 않는 몸을 일으켜 다시 시내로 버스 타고 나와 펍으로 들어갔다.
작은 펍이 빼곡히 사람들로 들어차 있었다. 펍마다 응원하는 팀이 있었던 듯. 축구선수 중에 박지성 선수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당연히 맨유를 응원했는데, 바르샤 팬이 많아 조금 눈치도 보였다ㅋㅋㅋㅋ 동양 여자애가 혼자 펍에서 축구 보고 있으니까 주변에서 말도 걸고 건배도 하며 흥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단 하나 아쉬웠던 건 맨유가 처참하게 패했다는 거......ㅠㅠ ㅋㅋㅋ 맨체스터는 교환학생 학기 끝나고 1박 하러 갔는데, 위에서 잠깐 말한 미드 글리가 '최초로' 해외공연하러 맨체스터와 런던에 왔기 때문...ㅋㅋ 그래서 맨체스터 경기장도 못가고 딱 공연만 보고 다시 유럽 대륙으로 돌아왔다ㅠ 이 부분은 포스팅 하지 않을 예정이다.
다음날이자 다섯 번째 날은 일요일이었다. 런던은 일요일이면 시간이 멈춘다. 아침에 길을 걷는데 너무 고요해서 마치 사진 속에 퐁당 빠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마주한 런던의 대표 명물! 런던아이와 빅벤!!
런던아이는 꽤 비싼 가격이고, 런던 날씨가 정말정말 좋아야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기에 깔끔히 포기했다. 칸이 커서 타는 인원수가 꽤 많다. 평범한 대관람차와 다른, 캡슐 모양이 유니크하다. 런던 답다는 느낌??
템즈강과 어우러져, 어디서 찍어도 위용을 뽐내는 런던아이.
올려다보느라 목뒤가 엄청 뻐근했던 빅벤! 화려한 시계탑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다니ㅠㅠㅠㅠㅠㅠ
내부투어 받을 기회가 없어 아쉽긴 하지만, 외관의 길쭉길쭉한 화려함이 아쉬움을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았다.
영국의 국회의사당인 빅벤 앞에서는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위 농성자들이 많았다.
하늘색과 표지판이 어우러져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앞 공원에도 사람들이 느긋하게 잔디밭 위에 앉아 평온한 일요일 오전을 즐기고 있었다.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으로 갔다. 별 생각 없이, 큰 기대 없이 간 곳이었는데, 관람 내내 다양한 작품들에 감탄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독특한 부조로 장신된 잔해들.
조각이 이렇게나 생동감 넘칠 수 있다니! 색감 역시 독특하고.
이 외에도 보석 전시가 휘황찬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쪽은 사진촬영이 불가라,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꼼꼼히 구경했다. 숨겨져 있는 보물들을 찾고, 부잣집에 숨어들어가 보석을 훔치고, 한 나라의 공주에게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목걸이를 선물하고.... 온갖 소설 시나리오가, 이 박물관을 구경하다보면 저절로 떠오를 것만 같았다. 유일하게 자발적으로 donation을 감행한 미술관이 바로 이 V&A 미술관이다.. 너무 좋았음!!!
미술관 외관마저도 톤다운 된 붉은색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1층에 레스토랑도 있어서 식사도 할 수 있다.
런던하면 역시 베이커 스트리트♡ 셜록홈즈 전신상이 지하철 입구에서 관광객들을 맞이해준다.
셜록홈즈 박물관이다. 입장료는 £6.00이다. 1층의 기념품가게는 입장료 내지 않고 그냥 들어가볼 수 있고. 줄이 길어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내부로 입장할 수 있었다. 한줄평을 하자면, 박물관 중에서 가장 조악하고 값비싼 입장료 대비 돈과 시간이 아까웠던 곳이다. 나름대로 셜록홈즈를 많이 사랑하는 축에 속하는 내가 이렇게 느낄 정도면 진짜 별로라는 뜻..... 랄까 여기 좋았다고 하는 리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간단하게 방을 설명해주던 (KFC 모델 같이 생기신) 아저씨.....
소설 속 한 장면을 실물 크기 밀랍인형으로 만들어 전시해놨는데, 원작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쥬얼을 보면 두근거려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ㅠ 사진만 몇장 찍고 후다닥 나와 기념품 가게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박물관 뒤쪽으로 조금 걸으면 리젠트 파크라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공원이 있는데, 여기가 훨씬 재미있었다.
웨딩촬영을 나온 커플. 신부의 옷을 보면 바람이 얼마나 불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일요일 오후는 역시 가족 단위로 피크닉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가들.
따뜻한 햇살을 느끼며 벤치에 앉아 밀린 일기를 쓰는 등,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5월말 리젠트 파크에는 장미가 한창이었다.
여섯 번째 날 첫번째 일정은 런던탑. 호스텔에서 걸어가며 찍은 기념비.
다른 다리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장난감 같이 생긴 독특한 타워브리지.
£17.05를 내고 런던탑 입장! 폐쇄되어 있는 요새 같은 곳이다.
물이 흐르는 수로. 어쩐지 반지의 제왕2가 떠오르는 비쥬얼에 저절로 렌즈를 들이밀었다. 물속을 보면 동전들이 많이 떨어져 있다. 어딜 가나 물에 동전 던지며 소원 비는 건 동일하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탑 내부를 쭉 둘러볼 수 있는데, 이렇게 재연을 해놓은 것이 인상깊었다. 여기는 왕의 침실.
한구석의 좁은 방은 왕의 기도실이었다. 소설에 등장할 때 상상해봤던 비쥬얼과 비슷해서 재미있었다.
런던탑 미니어쳐. 내벽 성곽을 따라 한바퀴 돌 수 있고, 안쪽 건물들은 다양한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와 고대의 조화랄까. 높고 세련된 고층빌딩 옆에 잘 보존된 건물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이런 건물들 안에 들어가면 전시실을 볼 수 있다. 영드 셜록2의 3화에서 모리아티가 침입했던 곳이 바로 이 런던탑이다. 왕관과 보석류를 전시해놓은 곳은 사진촬영 금지였다.
템즈 강변의 전혀 다른 전경. 런던탑은 둘러보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시간 넉넉히 잡고 구경하는 게 좋다.
런던탑에서 소호 쪽으로 넘어와서 마치 현지인처럼 길을 누비며 쇼핑을 했다. 맘에 쏙 드는 녹색 핸드백도 사고 (그 후의 여행에서 내내 유용하게 사용했다), 애플스토어 들어가서 기계 이것저것 눌러보고, 서점과 음반샵에도 들어가보고... 사진은 음반샵 구석에서 발견한 버클이다. 글리가 영국에서 이 정도로 인기있었을 줄이야!! CD도 꽤 많아서 결국 와블러 씨디 하나 사옴..ㅋㅋㅋ 왼쪽 하단의 버클 하나 사서 카메라줄에 달고 다녔다.
그리고 뮤지컬 We Will Rock You를 보러 갔다. 원래 예정에 넣지 않았던 뮤지컬이었데, 공연 끝나고 나오면서 든 생각은 '안 봤으면 후회했겠다!!!'였다. 학생할인으로 £30.00라는 거액을 들였는데, 그만큼 자리가 좋긴 했다. Stalls석 D열 11번으로 가깝고 시야도 좋았다. 너무나 유명하고 훌륭한 퀸의 노래들을 가지고 스토리를 진행하는 이 뮤지컬은 공연 내내 콘서트 같은 분위기로 관중석까지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공연 내용은 300년 후의 미래, 음악이 사라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결말은 조금 허무했지만, 마지막의 보헤미안 랩소디 노래로 완전히 감정적으로 격침당했다......ㅠㅠ 모두들 흥겹게 순간을 즐기며 좋은 노래들을 즐겼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전율이 일 정도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음날, 오후 비행기로 네덜란드에 돌아가야 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전날 시간을 미리 봐둔 영화관에 가서 캐리비안의 해적을 봤다!!ㅋㅋㅋ 영국에서 영화 한 번 보고 싶었거든.. 학생할인 받아도 £9.95라는 비싼 가격이었다. 화요일 조조라서 무려 나 혼자 영화관을 차지하고 정중앙에서 영화를 봤다. 텅 빈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보는 거, 생각보다 재미있는 경험이다ㅋㅋㅋㅋ 그것도 런던에서!!ㅋㅋㅋ 전작들에 비해서는 별로였던 캐리비안의 해적을 다 보고 공항으로 넘어가 길었던 런던 여행을 마무리했다.
포스팅이 너무 길어서 마무리할 기운도 없다 으앙ㅋㅋㅋㅋ 런던은 정말, 기회만 있다면 꼭 살아보고 싶다. 나도 런더너처럼 잘 살 수 있는데!!! 언젠가 반드시 '현지인으로서' 살 날을 그리며, 런던 포스팅을 마무리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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