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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는 가우디 한 사람이 먹여살리고 있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이 도시에 가본 사람들은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할 것이다. 도시 구석구석, 이 천재 건축가의 손길이 묻어 있다. 너무나 가고 싶었고, 실제 방문에서도 높은 기대치를 전혀 저버리지 않은 멋진 도시, 바르셀로나를 여행한 기록이다.
세비야에서 저가항공을 타고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했을 때, 캐리어도 무겁고 배도 고파서 산츠역에 가까스로 짐을 맡기고 나올 때까지만 해도 짜증이 머리 끝까지 나있었다. 그런데 산츠역 바로 앞 공원에서 해맑게 뛰노는 아이들과 그 모습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는 부모들을 마주쳤다. 그 평화스러운 모습에, 순식간에 짜증이 녹아내렸다. 아, 여기가 정말 사람 사는 도시구나.....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행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까지 행복이 전염되었다. 덕분에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산츠역에서부터 까딸루냐 광장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엄청난 거리다... 보통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거리..ㅋㅋ
활기찬 광장의 모습. 두 사진에서 현대와 기아, 삼성의 옥외 광고를 발견할 수 있다.
유명한 츄러스 가게에서 먹은 츄러스. 너무 맛있어서 돌아가는 날 한 번 더 들렸다.
큰 성당 앞에 설치된 가설무대 위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열성적으로 반응해주는 바르셀로나 주민들을 보며, 진짜 인생을 즐겁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러웠다.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그저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관음하는 '외부인'으로서 바르셀로나를 구경하다보니 도착할 때의 짜증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느긋함만 온몸을 감쌌다. 그리고 한참 기다린, 바르셀로나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는 학교동기를 만난 반가움에 기쁨은 가중되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지중해의 물고기가 많은 아쿠아리움에 가기로 했다. 관광객이 아쿠아리움을 가볼 기회가 얼마나 있겠나 싶어 신나는 마음으로 람블라스 거리를 한참 걸어내려갔다.
코엑스 등, 방문해본 아쿠아리움에서는 보지 못했던 괴상한 해양생물이 많아 굉장히 재미있었다. 조금 비싼 입장료였지만,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 친구와 나 모두 배가 고파서 나중에는 문어 보고 맛있겠다~라는 드립을 계속 쳤다ㅋㅋㅋ 회 먹고 싶다고 물고기 앞에서 말하고 다님... 너무 잔인했나?ㅋㅋㅋㅋ
아쿠아리움 기념품샵까지 구경하고 지중해를 보러 걷는 도중 발견한 길거리 악단.
오랜만의 겨울바다가 지중해라 감회가 더욱 새로웠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다른 세 명의 스페인 대학생들과 플랫메이트를 하고 있던 친구의 집에 신세를 졌다. 현지인이 사는 실제 집을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굉장히 재미있었다. 아슬아슬하게 걸린 빨랫줄과 독특한 주방을 구경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건 바로 엘리베이터였다.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엘리베이터!!ㅋ
다음날은 하루종일 가우디투어를 했다. 까딸루냐 음악당인데, 이 건물은 가우디 작품이 아니다. 그의 스승이었던 도미니크 몬타네르의 작품으로, 무데하르 양식을 사용했다고 한다. 초기 가우디는 이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여기부터 들린 것. 화려하고 섬세한 외관이 시선을 끈다. 여기서 음악회를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일정 상 시간이 맞지 않아 실패했다고 한다...ㅠㅠ
귀여운 매표소!
이건 가우디가 대학생일 때 디자인 했던 가스 가로등이다.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현실에 도입되지는 못했으나, 독창적인 이 작품을 기념하기 위해 딱 2개를 남겨두었다고 한다.
여긴 구엘저택. 구엘은 가우디의 진가를 인정하고 그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부자다. 그에 대해서는 뒤에 나올 구엘공원에서 더 자세히 언급하겠다.
구엘저택 맞은편, 피카소가 살았던 집이 있다. 그는 워낙 이사를 많이 다녀서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 생가가 많다고 한다. 피카소와 가우디, 세기의 예술가들이 같은 거리의 인연이 있다는 건 소름 돋는 우연이다.
이 날의 전일은 2월 12일이었는데, 바르셀로나의 성녀 기념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런 인형을 위에서 말한 가우디의 가로등이 있는 그 광장에 쭉 진열해두었고, 기념일 다음날은 박물관으로 되돌려보내는 퍼레이드를 했다.
까사 비센스. 집주인이 타일공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가우디가 미친듯이 타일을 가져다가 사용했다고 한다.
가우디의 섬세한 손길이 닿아 있는 외관이다. 새파란 하늘과 어울리는 알록달록한 색의 타일들. 아직까지는 직선이 많은데, 곧 곡선이 가득한, 타일을 쪼개서 붙여넣는 트랜카드 기법을 사용한 건물들을 만날 수 있다.
딱 봐도 가우디 작품인 까사 밀라. 가이드를 받은 날은 시간의 제한으로 까사 밀라와 까사 바뜨요 중 하나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일단 까사 밀라에 들어갔다.
까사 밀라 내부 전시관에서 본 전시품.
그가 제작한 타일은 실제로 바르셀로나 인도에 사용되고 있다. 곳곳에 그의 손길이 미친 곳이 바로 바르셀로나!
까사 밀라의 옥상에 올라서면, 깨진 타일들이 융화되어 있는 천장을 생생하게 구경할 수 있다. 아래에 보이는 거리는 부유층이 사는 동네이고, 지금도 명품샵이 가득한 거리다.
신앙심 깊은 가우디가 만들어낸 독특한 십자가.
특이한 타일색 때문에 더욱 눈에 띄는 기둥.
까사 밀라 옥상의 전ㄴ체적인 모습이다.
까사 밀라 발코니를 확대하면,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미역을 형상화한 기묘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똑같은 자연을 바라보는데도, 가우디는 여타의 사람과는 다르게 받아들이고 다르게 해석해서 다르게 만들어냈다. 백년이 지난 지금에 봐도 독창적인 그의 아이디어가,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의 지탄을 받았으리라는 것을 쉽게 예상해볼 수 있다. 시대를 앞서 나간 천재 예술가의 비애랄까. 까사 밀라는 스페인의 세 번째 위치의 Caixa Catalunya라는 은행의 소유다. 약간의 운으로 인해 이렇게 엄청난 유산을 소유하게 된 은행의 뒷이야기가 흥미진진했다.
까사 바뜨요는 까사 밀라 바로 전에 만들어진 집인데,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풀풀 풍긴다. 까사 밀라가 회색 단색의 중후한 느낌이라면, 까사 바뜨요는 다양한 색으로 가득한 화려한 느낌이다.
사람의 뼈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한 2층 창문.
사람의 뼈 중에서도 두개골을 본딴 발코니.
바르셀로나 3일차, 마지막 날에 들렸지만 말하는 김에 여기서 이야기하고 지나가겠다. 까사 바뜨요 옥상의 기둥들은 역시 까사 밀라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색을 뽐낸다.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았지만, 날이 흐려서 사진이 예쁘지 않기 때문에 패스ㅠㅠ
물을 통해 보면 흐릿하고 흔들리게 보이는 상을 표현하기 위해 반투명한 유리를 사용했다고 한다.
역시 문을 열고 타는 엘리베이터. 독특한 반투명 유리의 매력이 더욱 확실하게 다가온다.
지중해처럼 파란 타일과 독특한 모양의 창문이 조화를 이룬다.
창문 아래를 확대하면 세 개를 각각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문.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건물인데, 이런 문을 드나들면 기분이 늘 묘할 것 같다.
독특한 천장의 전등. 분위기를 한껏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계단마저도 유려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어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까사 바뜨요 뒤쪽에는 작은 공용 발코니가 있었는데, 뒤쪽이라고 얼렁뚱땅 꾸민 게 아니라, 앞면만큼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저런 예술 감각은 어디서 키울 수 있는 걸까ㅠㅠ???
밖에서 본 2층 창문을 안에서 본 모습.
떼다가 내 방에 붙여놓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 예쁜 샹들리에.
동양 느낌이 나는 작품도 꽤 많이 만든 가우디.
그리고 버스로 이동해 도착한 곳은 유명한 구엘공원!!! 이곳은 원래 구엘이 부자동네를 만들기 위해 시도했는데, 구엘과 가우디, 그리고 친구였던 변호사 한 명으로 딱 세 집밖에 분양이 되지 않아 플랜은 장렬하게 실패했다고 한다. 한동안 방치되어 있던 이곳은, 바르셀로나에 여행온 미국 부자들에게 발견되어 '건물들을 헬기로 통채로 들어올려 미국으로 가져가려는' 계획에 휩쓸려 팔려갈뻔 했으나, 구엘가문이 바르셀로나의 재산을 미국에 팔아넘길 수 없다며 엄청난 가격의 제안을 거부하고 "무료"로 바르셀로나 시에 이곳을 기증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구엘가문을 '바르셀로나의 메디치 가(家)'라고 부른다고. 이 일화를 듣는데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문화유산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그들에게 작게나마 경의를 표한다.
방문한 2011년 당시만 해도 무료였는데, 유료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들었으니 지금쯤은 유료가 되었을 듯하다.
구엘공원 정문의 아티스트. 가우디 특유의 깨진 타일을 전신에 표현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정문에서 보이는 전체적인 구엘공원의 모습이다.
입구 왼쪽에는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모티브를 따온 '관리실'이 있다.
이건 입구 오른편의 건물이다.
건물 창문도 이렇게 귀엽게 꾸며놓았다.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구경해야 하는 곳이 바로 구엘공원이다.
독특한 조각상 근처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했다.
원래 시장을 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광장이지만, 플랜이 실패로 끝났기에 시장이 열릴 일이 없었다고. 독특한 지붕은 물 정화 장치를 포함하고 있다.
지붕도 그냥 하얀 타일이 아니라 각각 전부 다른 무늬들로 꾸며져 있다.
마저 위로 올라오면 탁 트인 공간에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저 벤치는 이렇게 모든 등받이가 깨진 타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벤치 구경만 해도 한시간은 걸릴듯.
입구 쪽을 내려다보면 아까 본 관리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더불어 바르셀로나 시내 전경도.
마치 정글 같은 공원 모습.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이 편안한 안정감을 선사한다.
광장의 벤치를 멀리서 본 모습. 어디 하나 버릴 구석이 없는 예술작품 그 자체가 바로 구엘공원이다.
뭔가 위험천만해 보이는 천장이다. 저 위로 마차가 다닐 예정이었다는데, 백년이 지난 지금도 낙석사고 하나 없었다는 걸 보면 현실성 있는 계획이라 평가해도 괜찮을 듯하다.
인상적인 옅은 핑크색의 건물.
난간마저도 평범하지 않은 공원이다.
그리고 역시 가우디의 하이라이트는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 가족 성당이지!!!! 아직까지도 완공되지 않아 홍보용 글귀로 늘 '가장 아름다운 미완의 건축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건물이다. 점차 가까워지는 대성당의 모습에 가슴이 절로 떨려왔다. 설계도를 많이 남기지 않는 성격의 가우디는 기본적으로 이 성당에 대해 "예수의 탄생과 수난, 영광을 다루는 3개의 입구가 중심이되 각 입구는 3개의 탑을 지니고 그 옆에 12개 사도의 탑을 만들고, 그 중간에 4개의 탑, 그리고 또 그 중간에 2개의 탑을 만들어 총 18개의 탑으로 이루어진 성당" 이라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비운의 교통사고로 인해 60대에 세상을 떠난 천재 가우디... 그가 완성한 건 겨우 하나의 입구 뿐이었다ㅠㅠ 그의 뒤를 이은 건축가 수비라치는 두 번째 입구를 완성했다. 하지만 그 역시 이제 나이가 들어 새롭게 가우디의 유지를 이을 건축가를 선발해야 한다고.
이것이 가우디 본인이 직접 만든 사그리다 파밀리아의 첫 번째 입구, 예수의 탄생이라는 주제를 지닌 탑이다.
드높은 하늘을 찌를 기세로 우뚝 솟아 있는 사그리다 파밀리아의 탑.
단 한 군데의 여백도 용납하지 않고 세심하게 조각으로 꽉꽉 채워넣은 외관이다.
각각 성경의 장면들을 담고 있는 유의미한 조각들.
건물에서 도통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완벽주의자 가우디의 유산은, 그저 감사한 마음만을 불러일으켰다.
성당의 지하에 종교인이 아닌 '일반인'인 가우디가 묻혀 있다. 정말 예외적인 일이지만, 너무나 합당한 대우라고 생각한다. 묘지 앞에서 멍하니 세상에 태어나 이런 훌륭한 작품들을 남겨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중얼거렸다.
사그리다 파밀리아의 두 번째 입구. 주제는 예수의 수난이다.
수비라치가 완성한 이 입구는, 가우디와는 다르게 여백의 미가 넘쳐흐른다. 가우디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서 여러 논란을 야기했다지만, 이미 사그리다 파밀리아를 쌓아올리는 사람이 가우디가 아닌 이상, 새로운 건축가가 일정 틀 안에서 고유의 개성을 뽐내는 것 역시 예술이자 가우디의 유지를 잇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사그리다 파밀리아의 야경. 가우디의 입구는, 도저히 2차원의 사진으로는 그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없다. 경외심마저 느끼게 하는 그의 유작은, 쌀쌀한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야외에 버티고 서서 눈 깜빡이는 순간조차 아까워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내부는 일부러 구경하지 않았다. 여지를 남겨 반드시, 죽기 전에 꼭 다시 방문하리라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가우디는, 내 생애 최고의 건축가다.
바르셀로나 일정의 마지막 날, 친구와 스페인마을에 갔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에 친구도 놀라며 스페인에 온 뒤 두 번째로 맞는 비라고 나를 놀려댔다... 건조한 바르셀로나에서 비를 맞다니, 이거 운이 좋은건가...?!ㅠ
화려한 건물.
게으르게 누워있던 주제에 카메라를 들이대니 알아서 포즈를 취해준 스페인마을의 한 고양이.
독특하고 스페인스러운 건물들이 너무 많았다.
계단을 나누는 청동기둥의 장식 중 하나. 책더미 속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귀엽고 인상적이다.
스페인마을을 보고, 까사 바뜨요를 구경한 뒤 ALSA의 야간버스를 타러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야간버스는 정말 탈 게 못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다시는 안탐...ㅋㅋㅋ 공항에 세시쯤 도착해서 생으로 밤을 새는 것도 너무 피곤했다ㅠㅠ 나중에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비행기 탑승 놓칠 뻔....ㅋㅋㅋ 사진은 네덜란드에서 먹으려고 스페인 마트에서 사온 먹을거리들ㅋㅋ 기념품은 하나도 안 사고, 실생활에 필요한 것만 잔뜩 사들고 돌아갔다.
바르셀로나는 여러모로 기억에 강렬하게 남을 수밖에 없는 도시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도시 구석구석을 자세히 보며 바르셀로나의 진면목을 체험하고 싶다. 기필코 다시 돌아갈 곳이기 때문에 더이상의 설명은 무의미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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