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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는 블래드 호수만 언급했지만, 그 전에 빈트가르 국립공원도 들렸다. 보통 블래드 호수는 류블라냐에서 버스로 이동하지만, 유레일패스가 있기 때문에 블래드 역까지 기차를 타고 거기서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또한 보통은 블래드 호수만 방문하지만, 가이드북에 아주 작게 나와 있는 빈트가르 국립공원에도 가보기로 했다. 





기차 시간표는 역에서 얻을 수 있다. 블래드 역에서 내려 가이드북 대로 물어물어 버스를 탔는데, 버스 아저씨가 내리라고 해서 내린 곳은 웬 마을.........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는, 사람 하나 지나다니지 않던 작은 시골 마을은, 버스 역조차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은 곳이었다. 물어볼 현지인도 없이, 혼자 헤매다가 Vintgar 가 적힌 표지판 하나만 믿고 15분 정도 마을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언덕을 올라가보니, 드디어 계곡이 보였다.





이런 느낌. 입구 앞에는 주차장도 구비되어 있어, 차를 타고 오는 서양인 관광객들이 더러 보이기 시작했다. 입구에서 3유로를 주고 빈트가르 국립공원에 입장! 딱 그 정도 가치를 하는 곳이었다. 엄청난 스케일이라거나 대단한 볼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깊은 계곡 정도의 크기와 분위기 정도였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산 속의 계곡을 산책하는 것은 한국을 그리워하던 향수병을 조금이나마 완화시켜 주기는 했다.






방문했던 시기 직전에 비가 좀 많이 왔었던 건지, 물살도 빠르고 부러진 나무들도 많이 보였다. 확실히 여타 유럽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국립공원이다.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만큼 맑은 물.





좁은 길을 따라 가벼운 걸음으로 걸으면 된다.






국립공원 끝부분에 있던 폭포. 페북에 이 앞에서 찍은 인증샷을 올렸더니 돌아오는 반응은 '작다...!!'였다ㅋㅋㅋ 위쪽 다리에 서 있는 사람과 비교하면 폭포의 크기가 대충 가늠이 된다. 여기까지 보고 블래드호수로 이동하기로 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방향을 물으며 얼마나 걸리냐고 묻자 한시간 반은 걸릴 거라며 웃었는데, 빠른 걸음으로 약 한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이 길 역시 사람이 거의 없어서, 혼자 열심히 고독을 씹으며 걸었다.





가는 중에 표지판을 드문드문 만날 수 있다. 정말 이 길이 맞는.....거야???!?! 라고 의심할 때쯤 절묘히 등장해서 길을 알려줬다ㅋㅋ 표지판 글씨는 BLED라고 적혀 있다.





산을 오르다 갑자기 탁 트인 공터가 나와서 마치 동화 속에 들어가는 길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사진은 걸어온 길을 잠시 뒤돌아 본 것. 오른쪽 옅은 오솔길 끝에 작게 난 구멍이 보인다.





정상에 도착하자 탁 트인 시야로 멀리까지 보인다. 여기 현지인이 자주 들리는 듯한 레스토랑이 있었다. 아침에 이미 샌드위치를 싸왔기에, 이 광경을 보며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종교 관련 건물도 보이고, 뒤쪽 잔디에는 방목하며 기르는 동물들도 많이 보였다.





멀리 스키 슬로프처럼 깎인 언덕이 보인다. 바로 거기가, 목적지인 블래드 호수!





여행자로 보이던 노부부의 다정한 모습.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차도를 따라 걷다보면, 





드디어 이런 표지판이 보인다. 이제 블래드에 다 왔구나!!





가장 먼저 시야를 가득 채우는 건, 끝모를 푸르름.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다.






저 성당(...?)을 지나 호숫가로 내려온 것이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건물 들어가는 걸 포기하고 내려온 다음에야 의미있는 관광지였음을 깨달았기에 결국 들어가보지 못했던 비운의 건물...ㅋㅋ





배를 타고 가면 저 작은 섬의 교회에 갈 수 있다. 결혼하러 많이들 방문하는 곳...이지만 혼자였던 관계로 패스!





호수 한쪽을 채우고 있는 연잎과 맑은 호수 표면에 비치는 하얀 구름이, 넋놓고 바라봐야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벤치에 앉아 호수를 눈에, 가슴에 담고 있다가 우연히 찍게 된 사진 몇 장. 천천히 노를 저어 호수를 가르는 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뭔가 중국에서 가마우지 새를 데리고 고기 잡으러 가는 배 같기도 하고...?!ㅋㅋㅋ







엽서들보다 내가 찍은 사진이 훨씬 나아서 엽서 사는 건 포기...ㅠㅠ 하지만 보정 없는 이 사진보다도, 직접 가서 보는 것이 훨씬 아름답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ㅎㅎ 벤치에 앉아 일기도 쓰고 사진도 찍으며 호수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돌아왔다. 블래드 호수는, 정말 가볼만 하다. 한국인이 꽤 많은 관광지이기도 했고.





블래드에서 유명하다는 포송포송한 케잌과 맛있는 카푸치노. 유럽의 카푸치노가 굉장히 그립다. 이걸 먹고 버스 시간에 맞춰 다시 류블라냐로 이동했다. 슬로베니아는 바로 직전 포스팅과 이번 포스팅처럼, 너무나 여유롭게, 휴양하는 기분으로 지냈다. 이 당시의 느긋함과 여유로움과 잉여로움이 너무나도 그리워지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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