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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스페인 남부투어를 신청해서 봉고차를 타고 다녔다. 첫 번째 일정은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이었다.
알함브라 궁전의 입구. 마드리드에서 이른 아침에 출발해 이른 오후에 도착했다. 봉고차를 운전하며 2박3일 내내 함께 다닌 한국인 가이드는 물론, 현지인 가이드도 한명 따라 다녔다. 론다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가이드에게 이유를 물어봤는데, 관광업이 발달한 만큼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이러한 제도가 도입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냥 되고 싶다고 되는 가이드가 아니라 자격증을 따야 하는데다가, 지역마다 구분이 되어 있어 이 지역에서 자격증을 땄다 해도 다른 지역에서 가이드를 하려면 새로 시험을 봐야 한다고 한다. 우리와 함께 다닌 가이드는 20대 여성이었는데, 그분의 아버지 역시 가이드로 독일 여행객들과 함께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알함브라 입성!! 대학 첫학기에 스페인 관련 교양을 들었었는데 정말 재미있게 들은 수업이라 늘 스페인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알함브라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컸다.
8세기에 아랍인들이 이베리아 반도로 들어왔고, 1236년 그라나다로 왔다. 기독교인과의 싸움에서 밀려 이곳까지 들어오게 된 것이었기 때문에 이 지역 내에서 자급자족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물이다. 알함브라 궁전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흐른다.
입장하고 처음 들어선 곳은 본궁이 아니라 헤네랄페 궁이다. 여름궁전이라도 불리는 이곳은 한참 아래쪽에 있는 나로강에서부터 물을 끌어 온다고 한다.
가운데 조개모양 분수 부분이 바로 이슬람 식이다. 이슬람식이라 함은 자연 그대로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 정원은 전반적으로는 프랑스식 정원이다.
남부투어 때 끊임없이 만난 오렌지나무. 스페인의 가로수는 바로 오렌지나무다. 군침을 흘리며 가이드에게 먹어도 되는 오렌지냐고 묻자, 웃으면서 먹을 수 없는 오렌지라고. 한국 가로수인 은행나무는 가을이면 아주머니들이 열심히 은행 주워가시길래 물어봤던 건데ㅋㅋㅋ
끊임없이 물을 뿜어내는 분수. 건조한 스페인 지역, 거기서도 지대가 높기 때문에 물이 부족한데도, 깨끗한 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슬람교의 특성 때문에 물은 결코 고여 있으면 안된다. 계속해서 흘러야 한다.
맞은편에서 찍은 사진. 아직도 얇은 물줄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생생하다.
아래로 내려다보는 전경은 뒤쪽에 더 아름답게 나온 사진들이 있다. 이건 맛보기^^
처음 보면 숨이 턱 막히고 시선을 뗄 수가 없다. 진정 사람이 만든 건가 의심이 될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답다.
기둥 하나를 확대한 것이다. 이러한 조각이 알함브라 궁전의 모든 건물 구석구석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프레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밖의 전경에 초점을 맞추면, 프레임이 까맣게 되어 창 너머가 더 밝아 보이도록 만든다고. 그리고 알함브라의 창문에는 유리가 없다. 또한 사진 위쪽 작은 창들이 작은 구멍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것들이 에어컨 기능을 한다고 한다.
정원에 죽은 나무가 한 그루 있다. 왕비가 바람을 폈는데, 왕이 왕비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차마 죽이지 못하고 이 나무를 대신 죽였다고 한다. 이거 로맨틱한 이야기로 봐야 하는 건지....;;ㅋㅋ
창살 너머로 보이는 수원.
물의 계단이라 불리는 곳이다. 계단 옆 난간에 물길이 나 있어 끊임없이 물이 흐른다.
물길 중턱에는 이런 정수 장치가 있는데, 지중해 근처 국가의 물은 석회가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이 깊은 공간을 만들어 잠시 유속을 늦춰 침전물을 거른다고 한다. 간단하지만 놀라운 장치!
헤네랄페 노천극장이다. 그라나다를 홍보하는 용도로 사용되는데, 일년에 수차례 공연이 실제로 이루어진다고.
걷다 보면 이곳이 어느 구역인지 표시하던 표지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2월초 유럽에서 이러한 열대지방의 푸르름을 볼 수 있다니ㅠㅠㅠ 북유럽의 엉망진창 겨울날씨에 질릴 대로 질려 있던 나에게 2월의 스페인 여행은 말 그대로 힐링 그 자체였다.
옛 집터의 모습.
알함브라 궁전 내부 빠라도르. 빠라도르란 기존에 수도원이나 저택이었던 곳을 피치못할 사정으로 인해 국가가 매입한 뒤 만든 국영호텔이다. 굉장히 비싼 숙소라고. 이곳은 신혼부부가 묵고 싶어하는 곳 중 하나라고 한다.
독특한 외관의 벽돌 느낌 건물.
까를로스 5세 궁전. 16세기 후반에 정복 이후 황금시대를 누리던 시기에 만들어진 궁전이라고 한다.
까를로스 5세 궁전 아랫부분에 있는 부조. 천사들이 무기를 다 부수고 있는, 평화를 상징하는 내용이다.
까를로스 궁전 내부 모습이다. 특이한 건 벽에 점들이 찍혀 있는데, 질감과 튼튼함을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석회가 많은 물을 희석시키기 위해 많은 와인이 필요했는데, 매일 아침 이 문으로 포도주가 배달되어 포도주 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알까사르 성채에서 보이는 전경이다.
성채 외벽의 모습. 단기간에 이런 엄청난 성벽을 쌓아 올릴 수 있었던 건 여감이라는 붉은 흙 덕분이라고. 여감을 콘크리트처럼 만들어 버팀목과 거푸집을 놓고 부어서 차례차례 쌓아 나갔다고 한다.
놀라운 건 그 구멍에 꽃아 두었던 나무가 아직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몇백년이 세월이 흘렀는데도 말이다.
성채 내부의 집터. 위의 사진 집터와는 다르게, 귀족이 아닌 일반인들이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대중목욕탕의 흔적. 폼페이의 것과는 꽤 다르다.
지하감옥이다. 끔찍할 정도로 좁은 규모다. 이외에도 계단 없이 구멍만으로 되어 있는 감옥이 있었는데 죄수를 아사시키는 용도의 감옥이라고 한다.
지중해 근처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하얀 집들. 석회가 많아 외벽이 하얗게 되는 거라고.
견고해 보이는 알까사르 성채.
둥그렇게 만들어 놓은 부분은 방어를 더 잘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함이라고.
안개로 뿌옇게 덮인 이곳이 바로 그라나다 평원이다. 무함마드 1세가 그라나다로 들어와 마지막 수도를 세운 이유가 바로 앞쪽으로는 그라나다 평원 덕분에 시야가 멀리까지 확보되고 뒤쪽으로는 만년설이 쌓인 씨에라 네바드 산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3면이 절벽인 이곳에 궁전을 만든 건 군사적인 이유가 컸던 것이다.
사진을 찍은 곳은 벨라탑으로, 일종의 봉화대 역할을 하는 팔리아스의 마지막 도착지다. 산꼭대기가 아닌 길가에 위치해 있는 팔리아스는 낮에는 반사경, 밤에는 연기를 이용해 적의 침입 등 중요한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했다.
알함브라의 꽃, 나사르 궁으로 들어가면 시선을 어디 두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로 화려한 내부가 펼쳐진다. 기둥 하나, 벽 한 면, 천장....... 그 어디 하나 섬세한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하얀 벽의 중간중간에 보이는 파란색은 파키스탄의 천금석을 사용했기 때문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한다.
원래 양쪽에 왕관과 그 밑의 조각이 대칭을 이루고 있었지만, 문을 만들며 한쪽은 옮겨졌다고.
그리고 그 조각을 자세히 보면 기둥 모양과 그걸 감싸고 있는 뭔가가 보인다. 바로 이것이 $의 기원이라고 한다!! 글씨는 'Plus&Ultra'라고 적혀있다.
종일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만 같은 섬세한 벽면들. 어떻게 저렇게 빼곡히 그려넣을 수 있었을까.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아름다운 벽면들.......♡
벽 곳곳에 적혀 있는 아랍어는 "신만이 정복자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단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정말로 기대했던 사자의 정원이 공사 중이었던 것...ㅠ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천장.
아랍의 건축가들은 결코 '임의대로' 건축물의 크기를 정할 수 없다고 한다. 모든 '수'는 신의 뜻대로 이루어져야 한는 그들의 신앙 때문에 기하학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말할 수 없는 수"라는 뜻의 '아고라', 즉 소수는 이슬람의 '알라'와 대응되어 자주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들이 어떤 식으로 건물을 설계했는가에 대해 가이드가 예시를 들며 설명해줬는데,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신앙이 건축과 수학을 발달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
이런 궁전에서 살면서 이런 정원을 거닐 수 있다면 나쁜 생각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을 것만 같다.
한참을 걸어 입구 겸 출구로 향했다. 사진은 마지막에 찍은 헤네랄페 궁이다.
알함브라 궁전은 지리나 구체적인 정보를 모르는 사람이 길을 헤매기 딱 좋을 정도로 넓다. 이렇게 한 번 쭉 둘러보는 데만 세시간이 걸렸다. 여름에 와도 분명 좋겠지만, 2월의 알함브라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남부투어 내내 느꼈지만, 한여름의 스페인은 더위 때문에 낮에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다. 실제로 가이드분도 여름에 스페인에 오면 시에스타가 왜 생겼는지 알 수 있을 거라 했고. 2,3,4,5월 정도가 스페인을 여행하기 정말 좋을 시기일 듯.
상상만 하던 알함브라를 직접 만나니, 감동이 엄청났다. 이토록 매혹적이고 웅장한, 아름답고 섬세한 건축물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다시 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알함브라 구석구석을 바라보며 느꼈던 그 벅차오르는 감정은 앞으로도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 세계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너무나 다른 문화들 간의 융합으로 만들어진 극강의 예술, 알함브라 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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