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in 광림아트센터bbch홀, 2019.10.05 3시 류정한 시라노, 나하나 록산, 송원근 크리스티앙. 재연 류라노 자열셋. 류하나 페어 막공. ※스포있음※ 사람은 언제 죽는가. 마지막 숨을 토해내는 그 순간만을 유일한 죽음으로 명명하기에는 어폐가 있으리라.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내던 사람들은 저마다의 죽음을 마주하게 되고, 그 죽음의 형태가 삶이 어떠했는가를 증명한다. 이날의 류라노는 각기 다른 태도로 두 번의 죽음을 맞이한다. 예측할 수 없었던 첫번째의 죽음 앞에서 절망으로 침잠하지만, 스스로 굳게 믿는 의지를 결코 버릴 수 없었기에 다시 칼을 빼어든다. 영혼의 일부가 죽어버린 채로 세상 모든 거인들과 맞서 싸워야 했던 15년의 세월 끝에 재회하게 된 죽음의 신을, 류라노는 반가이 맞이한다. ..
지난 포스팅에서 다루지 않은 시라노 넘버 가사 추가. (참고) 앙상블 떼창 넘버들은 일단 보류. 류라노 기준. 더블 캐스팅의 경우 어미나 단어가 약간 다를 수 있음. 오기재 및 오타 지적 환영.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라노 하세요:) 초연 (2017) - 누군가 내 마음에 자꾸 떠오르는 사람이 생겨버렸죠 나도 모르게 심장이 떨리고 온종일 꿈꾸는 기분 마주친 눈이 조용히 반짝인 그 순간 내 삶이 깨어났어 아주 조금 때로는 좀 많이 한없이 외로웠는데 참 신기하게 그이의 미소는 내 영혼을 위로해요 문득 난 궁금해져요 혹시 그 사람도 나와 같은 맘일지 자상하고 선하고 용감한 남자 당차고 고귀한 신사 얼굴도 어쩜 그렇게 잘생겼는지 특별한 사람 나만을 위한 사람 찾아온 것 같아요 재연 (2019) - 누군가 내 마..
시라노 in 광림아트센터bbch홀, 2019.09.14 3시 류정한 시라노, 박지연 록산, 송원근 크리스티앙. 류라노 자여덟. 류지연런 페어 둘공이자 자둘. ※스포있음※ 류라노는 타협이나 비겁함을 결코 용납하지 않고 세상 모든 거인들과 맞서 싸우는 전사이자, 날카로운 펜 끝에 재치와 유머를 항상 걸고 다니는 시인이다. 담백하지만 예리한 문장 하나하나에 꾹꾹 눌러 담은 진의가 유난히 곧고 명징한 울림을 남긴다. 거인을 데려와 넘버에서 "그 펜! 절대 내려놓지 말게" 라고 말하는 류라노의 정면이, 광채를 번뜩이는 두 눈과 커다랗고 굴곡진 매부리코 때문에 매서운 독수리와 겹쳐 보인다. 새카만 어둠이 내려앉은 무대를 "자유로운 불꽃처럼" 일렁이며 누비는 그의 등 뒤로 밝은 조명이 비춘다. 선명한 직선으로 내리 ..
시라노 in 광림아트센터bbch홀, 2019.09.08 2시 류정한 시라노, 박지연 록산, 김용한 크리스티앙. 재연 류라노 자일곱. ※스포있음※ 재연 들어 가장 좋았던 마지막 독백 장면 덕분에 커튼콜까지 눈물을 펑펑 쏟고도 주체가 되지 않아서 다시 자리에 주저 앉아 엉엉 울었다. 록산에게 다정한 미소조차 지어주기 힘들 정도로 위태롭게 삶의 끝에 서있던 류라노가 지독히 처절해서,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아프고 아프고 아프고 아팠다. 돌이켜 곱씹는 이 순간에도 가슴이 미어진다. 1열 정중앙에서 마주하는 거인을 데려와 넘버나 얼론 넘버가 너무 좋아서, 독백씬에서 이토록 오열하게 될 줄은 미처 각오하지 못했다. 15년 간 깊이 묻어두었던 제 진실한 영혼이 꾹꾹 눌러담은 글자 위로 피어오르..
시라노 in 광림아트센터bbch홀, 2019.09.06 8시 류정한 시라노, 박지연 록산, 김용한 크리스티앙. 류라노 자여섯. ※스포있음※ 이날 류라노는 초연의 느낌이 많이 묻어나왔다. 많은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음에도 홀로 사무치게 고독한 사람. 지도자의 강건함 너머에서 외롭고 지친 영혼이 고통스럽게 울고 있었다. 소외 받는 약자들을 돕는 것이 제 사명이라는 듯, 스스로 상처 입는 길을 자처하면서까지 타인을 돌보는 사람. 그 과정에서 상처 입은 영혼이 뭉텅뭉텅 죽어가면서도 삶의 끝까지 거인들과 맞서기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 마지막 순간 죽어버린 영혼까지 고스란히 끌어안음으로써 비로소 온전하게 달나라로 돌아간 사람. 누구보다 치열하게 삶을 살아낸 이 고귀한 영혼의 귀천에 어찌 별들을 휩쓸 축포를 쏘아올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