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덕 이후로 가장 관극을 적게 한 해였다. 대한민국 밖으로 나도느라 돈과 시간과 체력과 여유가 없었던 이유가 가장 크다. 그러나 보고 싶은 혹은 볼 만한 극이 없다는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연뮤 입덕 9년차로서 이미 관극한 작품이 많은데다가, 새롭게 올라오는 극들은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부담스러웠다. 자연스럽게 완덕에 가까운 탈덕의 단계에 접어드는 걸까. 올해는 운동을, 정확하게 말하면 헬스를 시작했다. 연초에 이미 퇴사를 결심했던지라,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루틴을 미리 잡아두고 싶었다. 헬스장을 제대로 이용하고 싶어서 과감하게 PT 수업을 결제했는데, 피티쌤과 아주 잘 맞아서 연말인 지금까지도 이어가고 있다. 총 80회 결제를 했는데, 횟수가 얼마 남지 않아서 아쉬울 따름..
매년 돌아오는 관극정산 포스팅! 아직 올해의 마지막 관극을 하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12월 말일에 관극을 하기 때문에 조금 일찍 글을 남긴다. 올해는 관극 횟수가 많이 줄었고, 연극의 비중이 대폭 상승한 해였다. 입덕 8년 차쯤 되니 볼만한 극은 다 봐서 슬슬 덕질이 시들해졌나 했으나, 12월의 관극들은 그 걱정이 무색하게 짜릿했다. 류배우님이 오유를 하지 않으신다니 내년도 아마 이 정도의 답보 상태를 유지할 것 같다. 강탈당한 류지킬/류하이드 막공주간 3회차... 그래도 1월에 두 번은 챙겨봐서 다행이야. 졸업했다 굳게 믿은 프랑켄 사연도 택앙/택괴 때문에 자첫자막 했다. 이제 진짜 그만 봐야지 했는데 날이 추워지니 자동으로 그리워지네, 북극. 기념으로 남겨보는 시라노 영화 시사회 당첨 인증샷. 시사..
작년과 마찬가지로 참 쉽지 않은 한 해였다. 하지만 공연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노력 덕분에 무대는 잠시 쉬어갈지언정 멈춤 없이 이어졌다. 공연장 내 전파가 단 한 건도 없다는 이 경이로운 기록은 관객과 관계자의 합의와 협조 속에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객석 내 거리두기 완화와 방역 패스라는 방역지침 도입에 따라 대극장은 전좌석을 열고 있는 추세이므로, 내년에는 조금 더 상황이 나아지리라 믿어본다. 젠가 재연이 올해였다니! 온라인 생중계로 2021년 첫 관극을 시작했고, 아쉽게 초연에서 놓쳤던 베알도 정동에서 자첫했다. 2020년 11월 개막 예정이었던 라만차는 밀리고 밀려 결국 해를 넘긴 2월에야 개막했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객석에 앉아 무대 위 세상을 마주한 그 벅찬 감동은 오래도록..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유래 없이 위태로운 시국의 한가운데에서, 수많은 노력과 준비가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스러져버렸다. 예기치 못하게 빼앗긴 예매내역서를 보며 가슴이 찢어졌고, 각오했던 일괄 취소 안내 문자를 받으며 속이 쓰렸다.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 없으니 일상이 무사하지 못했다. 하반기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라만차가 개막 연기된 후로는, 악착같이 살아낸 하루들에 대한 기억조차 없다. 연초에 세웠던 덕질 목표는 달성 코앞에서 수차례 좌절되다가 끝내 해를 넘기고 말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으로 인한 무력감 때문에 꽤 깊게 절망하고 꽤 짙게 울었다. 그러나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 맹렬히 분노하고 끝없이 우울해하기에는 너무 길고 지난하며 무거운 나날들이었다. ..
입덕 이후로 가장 다양한 관극을 한 한 해였다. 특히 연극을 많이 보면서 스스로를 연뮤덕이라 재정의 내리기도 했다. 다작을 하다 보니 관극 후기도 배우보다는 극 중심으로 쓰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매 관극마다 후기를 쓰는 루틴에 대한 고민이 크게 늘었다. 4년 반 동안 300편이 넘는 후기들을 쓰다 보니 스스로의 글에 만족하는 역치가 갈수록 높아진다. 피드백 없는 글들에 대한 따분함도 늘었고. 기록에 대한 집착이 강한지라 후기를 아예 놓아버리지는 못하겠지만, 이대로 현상유지를 하다 보면 내년에도 계속 고민이 이어질 듯하다. 그래도 중도 포기하지 않고 1년 잘 해냈다, 나. 19년 새해 첫 곡으로 마틸다의 Naughty 를 들었고, 그에 걸맞는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다. 라이언킹이나 오이디푸스 등 여러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