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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마찬가지로 참 쉽지 않은 한 해였다. 하지만 공연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노력 덕분에 무대는 잠시 쉬어갈지언정 멈춤 없이 이어졌다. 공연장 내 전파가 단 한 건도 없다는 이 경이로운 기록은 관객과 관계자의 합의와 협조 속에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객석 내 거리두기 완화와 방역 패스라는 방역지침 도입에 따라 대극장은 전좌석을 열고 있는 추세이므로, 내년에는 조금 더 상황이 나아지리라 믿어본다.
젠가 재연이 올해였다니! 온라인 생중계로 2021년 첫 관극을 시작했고, 아쉽게 초연에서 놓쳤던 베알도 정동에서 자첫했다. 2020년 11월 개막 예정이었던 라만차는 밀리고 밀려 결국 해를 넘긴 2월에야 개막했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객석에 앉아 무대 위 세상을 마주한 그 벅찬 감동은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 터다. 반가운 재회와 차오르는 감동으로 인해 류동키 시즌 자첫 관극은 내내 눈물바람이었다. 입덕 5주년 기념으로 제작했던 류배우님 후기북도 반년만에 가까스로 전달드렸다. 샤롯데 라만차는 그저 행복하고 즐겁고 충만한 기억으로만 가득하다.
충무아트센터로 장소가 변경되며 공연이 연장된 덕분에 류동키를 더 많이 만날 수 있어 감사했다. 중간에 대전공도 있어서 2018년 이후 오랜만에 류랑을 하며 즐거운 추억도 쌓았다! 씨어터플러스 표지 인터뷰도 있어서 떡밥 충만한 행복한 3월이었다. 재연 이후 오랜만에 동팬텀과 신칼롯을 만난 관극도 좋았고, 라센 위키드를 무려 삼연만에 처음 만날 수 있어 짜릿했다. 4월부터 6월까지 10주 간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세종 ACE 뮤지컬 CEO> 강의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관극 후기에서 살짝만 언급하고 별도로 강의 자체에 대한 포스팅은 작성하지 못했다. 연뮤덕에게 너무나 익숙한 제작사와 이름들이 가득한 이 커리큘럼을 보자마자 반드시 수강을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덕친을 꼬드겨 대장정을 함께 했다. 강의의 목적과 나의 욕심이 완벽하게 부합한 것은 아니어서, 엄청나게 새로운 정보나 색다른 무대 뒷이야기를 많이 듣지는 못한 건 아쉬웠다. 하지만 각기 다른 신념과 목표를 지닌 강사들이 작품과 무대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을 공유하고 눈빛을 빛내며 꿈꾸는 미래를 논하는 순간을 마주하는 시간은 무척 귀하고 특별했다. 수강자들 또한 쉽게 만나기 힘든 다채로운 분야와 연령대여서, 대화를 나누고 함께 관극을 하는 것만으로도 시야가 더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시국만 아니었으면 뒤풀이라도 하며 더 친해질 수 있었을 텐데 이 점이 가장 아쉽다. 하반기에 오페라 강의가 예정되어 있어서 그것도 수강하려 했는데 시장이 바뀌는 바람에 무산되어 안타깝다.
평범한 직장인이 매주 평일 7시 강의를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정성과 노력과 애정이 필요한 일인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덕분에 초여름을 알차게 보내며 다작까지 했다. 류동키를 떠나보냈지만, 류배우님이 라만차는 반드시 또 해주실 것임을 잘 알기에 시원섭섭하게 충람차와 작별을 고했다. 레드북을 드디어 만날 수 있어 기뻤고, 여름휴가를 핑계 삼아 부산 드림아트센터에 안착한 오즈를 한 번 더 만나고 왔다. 그 김에 세종 강의를 계기로 알게 된 인연의 초대로 딤프도 다녀왔다.
비틀쥬스 라센 초연 첫공도 보고, 그 유명한 싸도 자첫자막 했다. 잠시 중단되었지만 무사히 무대로 돌아온 차안나를 다시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8월은 일리아드 나레이터를 번갈아 만나며 그리스 로마 신화의 추억에 잠겼다. 역시 강의를 통해 얻게 된 인연의 초대로 광명까지 가서 다이어리 봄 공연도 볼 수 있었다. 또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조차 하지 못했던 마라콘을 다시 만나 너무나도 기쁘고 행복했다. 라민콰지 마롤로 곰페뷔의 Belle 영상 공개를 아직도 간절하게 바라고 있답니다!
처음으로 조드윅을 만난 9월. 오블 1열통을 잡은 행운과 온몸으로 만끽했던 조언니의 공연이 아직도 피부에 남아있다. 조드윅이 이번 한뮤어 주연상 후보에 올랐던데,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그리고 바야흐로 10월! 무려 6년을 바라고 갈망한 류지킬과 류하이드를 드디어 만났다!!!!!! 류배우님의 대표적인 필모이기에 간절하고 절실하게 만나고 싶었고, 비로소 그 소원을 이루었다! 프랑켄슈타인과 드라큘라에 이어 지킬앤하이드까지! 입덕 이후 늘 입에 달고 살았던 이 존버극들에 다시 돌아와 주셔서 그저 감사하고 영광이고 행복할 따름입니다. 새로운 존버로 오유와 스위니와 연극을 꼽기 시작했는데, 무려 내년에 연극을 해주신다고 하셔서 요새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의 이름을 내걸고 진행하는 "명배우 시리즈" 라니! 믿기지 않는 소식에 저 짧은 이미지의 글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는지 모른다. 공연장에 내 자리가 있을지가 가장 큰 문제지만, 무한 산책으로 어떻게든 앉아봐야지! 연극하는 류정한이라니, 이토록 심장을 들뜨게 만드는 설렘 가득한 단어가 또 있을까. 예정된 차기작에 마음 한 켠이 든든하고, 기대할 수밖에 없는 무대에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다.
류배우님의 연극 차기작이 발표되기 전에 더드레서를 관극한, 우연이지만 운명이라 주장하고픈 선견지명에 스스로 감탄했다. 어떠한 시대적, 공간적 배경에서 어떠한 인물로서 어떠한 이야기를 풀어내 주실지 너무 궁금하다. 그래서인지 마우스피스 관극 내내 배우님을 위한 연극 극본을 쓴다면 어떤 형태와 구성으로 진행하면 재미있을까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재치 있는 웃음이 가득하지만 그 근간에 다양한 화두가 한데 뒤섞인, 고전미 넘치고 텍스트 가득한 극이길 기도해본다.
류지킬과 류하이드의 짜릿한 매력과는 별개로, 극 자체가 워낙 극불호이기에 회전문을 도는 중간중간 자체적인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 고해하자면 20번만 보는 것이 목표였는데, 류배우님이 어찌나 대단하신지 정신을 차린 순간 이미 자열다섯을 찍었더라. 연초는 현업이 바빠서 표를 많이 잡아두지 못했지만, 텀이 길어지는 만큼 관극 하나하나가 더 애틋해지리란 것을 잘 안다. 내년 상반기는 300회를 목표로 열심히 달리고 계신 류지킬의 지방공을 따라 류랑을 하게 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든다. 그리고 처음으로 만나는 류배우님의 연극을 보며 행복한 연말을 보내겠지.
2021년은 유난히 체감이 길어서 연초의 라만차가 아득한 과거 같을 정도였다. 관극정산을 해보니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한 덕분에 1년이 길게 느껴졌구나 싶다. 내년에도 익숙한 것보다는 새로운 것들에 더 많이 도전해야지. 올 한 해도 여러모로 고생 많았다. 보다 평안하고 안전한 2022년을 꿈꾸며, 아듀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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