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여인의 키스 in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2024.01.27 3시 정일우 몰리나, 최석진 발렌틴. 궁금했던 극인데 이제야 봤다. 보고 싶은 캐슷이 있긴 했는데, 내 일정에 맞게 탐셀이 딱 떠서 자첫인 배우들의 페어로 관극 했다. 공연장인 예그린씨어터도 처음이었는데, 로비가 너무 협소하고 객석도 답답했다. 소극장 관극을 마음먹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몰리나는 대사 톤이 잘 잡혀있는 점이, 발렌틴은 몸을 사용한 디테일이 실감 나고 생생한 점이 좋았다. 다만 서로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은 자연스러웠던 반면, 각각 독백을 읊조리는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원작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두 인물에 비해 다소 어린 느낌이랄까. 치열하게 삶을 살아냈기에 수없이 상처 입은 두 영혼은, 낡고 빛바랜 누더기 같으리라 생각했다..
일 테노레 in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2024.01.10 7시반 박은태 윤이선, 박지연 서진연, 전재홍 이수한, 아드리아나 토메우 베커 여사, 이하 원캐. 최호중 최철. 2024년 첫 뮤지컬 관극. 오디컴퍼니 창작뮤지컬 초연이라서 당연히 챙겨보려다가 음악감독 이름 석자에 불매를 다짐했더랬다. 그걸 홀랑 까먹고는 통신사 할인만 보고 예매를 하고 관극을 하러 오다니. 심지어 커튼콜 때 기억해 냈다. 멀리서 봐도 음감이 누군지 알아챌 정도의 덕후력과, 애매한 탈덕의 기로에 서는 바람에 늘어난 망각력이 한탄스럽다. 웃고 울며 재미나게 관극 해놓고 마지막에 기분 다 망쳐버림. 이게 다 오디 때문이다. 스토리 구성이나 무대 연출,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수작이었다. 간만에 잘 만든 창작뮤지컬을 만나니 감격스러울 ..
고도를 기다리며 in 국립극장, 2024.01.10 3시 신구 에스트라공(고고), 박근형 블라디미르(디디), 박정자 럭키, 김학철 포조, 김리안 소년. 원캐. 2024년 첫 관극. 평일 마티네인데도 매진 객석인 점에 한 번 놀라고, 때로는 맨발로 때로는 무겁게 이동하며 펼쳐내는 무대 위 배우들의 농도 짙고 묵직한 연기에 또 한 번 놀랐다. 무척 잔잔하게 흘러가는 전개에 나른해질 무렵, 순간적으로 관객의 몰입도가 확 높아지는 찰나가 여럿 있었다. 담백한 텍스트를 생동감 있게 풀어내는 배우들의 능숙함에 저절로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 갈래." "안돼."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1막에서 조금씩 가볍게 쌓아놓은 초석들이 2막에서 망가지고 뒤엉키며 적나라하게 현실을 드러낸다. 1막과 비슷하게 반복되..
입덕 이후로 가장 관극을 적게 한 해였다. 대한민국 밖으로 나도느라 돈과 시간과 체력과 여유가 없었던 이유가 가장 크다. 그러나 보고 싶은 혹은 볼 만한 극이 없다는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연뮤 입덕 9년차로서 이미 관극한 작품이 많은데다가, 새롭게 올라오는 극들은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부담스러웠다. 자연스럽게 완덕에 가까운 탈덕의 단계에 접어드는 걸까. 올해는 운동을, 정확하게 말하면 헬스를 시작했다. 연초에 이미 퇴사를 결심했던지라,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루틴을 미리 잡아두고 싶었다. 헬스장을 제대로 이용하고 싶어서 과감하게 PT 수업을 결제했는데, 피티쌤과 아주 잘 맞아서 연말인 지금까지도 이어가고 있다. 총 80회 결제를 했는데, 횟수가 얼마 남지 않아서 아쉬울 따름..
템플 in 스콘 1관, 2023.12.22 8시 김세정 템플, 유연 엄마, 윤성원 칼락 외, 마현진 목사 외, 문경초 의사 외, 이종혁 찰스 피터 외, 정선기 교장선생님 외, 최미령 간호사 외. 세정템플 첫공, 연극 템플 자첫. 좋은 작품이라는 평을 많이 들어서 궁금했던 극인데, 레드북 안나로 호평을 얻었던 김세정 배우의 참여 소식에 냉큼 티켓팅에 참여했다. 첫공임에도 기대 이상으로 템플 그 자체가 되어 있는 세정템플 덕분에 멋진 관극이 가능했다. 손이나 발을 움직이는 디테일이나 표정 사용도 좋았고, 높낮이와 톤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목소리도 능숙했다. 특히 극 후반부에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닦아낼 때, 템플 답게 손바닥으로 투박하게 얼굴을 쓸어내는 걸 보고 감탄했다. 인물이 몸에 익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