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란 뭘까. 신뢰라는 건? 그걸 기반으로 하는 애정이라는 건 대체 어디에 근간을 두고 있는걸까. 현대사회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관계들이 등장해서 머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 관계가 어떤 것이든 기저에는 분명 서로를 향한 존중과 배려가 존재한다고 믿어왔다. 완벽하게 동일한 정도의 사랑과 애정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 정도로는 생각해주겠지 하는 마지노선이 있었다. 그런데 그 경계가 갑자기 무너졌다. 서운하다기 보다는 좀 많이 속상하다. 나는 그래도 꽤 오랜 기간 동안 믿어왔고, 또 그 믿음에 대한 어느정도의 자신까지 가지고 있었는데, 그 모든 신뢰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기분이다. 믿음이,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상대방의 기분과 입장은 '충..
3월은 언제나 "새로움"을 지닌다. 초중고를 넘어 대학까지도 새로운 학년, 새로운 학기는 언제나 3월의 첫번째 월요일을 시작으로 한다. 여기에 봄이라는 계절적인 요소가 들어가게 되면 시작에 대한 두근거림은 배가된다. 물론 요즈음에는 꽃샘추위라고도 부르기 어려운 냉랭한 초봄의 기운에 3월은 봄이라고 쳐주기도 힘들게 됐지만 말이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이천년대 초반, 3월에 눈이 엄청 와서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작년에는 거의 폭설 수준의 눈이 내렸고 재작년에도 눈이 내렸었다. 이렇게 흐릿해져가는 사계절의 구분에도 불구하고, 칼같이 찾아오는 황사만이 겨우 새로운 계절이 오고있음을 알린다. 덕분에 화창해 보이는 햇살에도 섣불리 외출을 할 수 없었다. 1919년의 그 절박하고 가슴뛰던 만세소리는 ..
팀버튼의 영화를 서넛 보았다. 나름 매력적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썩 내 취향은 아니었기에 팀버튼에 대한 생각은 깊게 하지 않았었다. 서울에서 팀버튼전을 한다는 얘기에도 마음이 동하지 않았는데 왜 갔느냐 한다면, 역시 얇은 귀 때문일까.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라는 둥, 앞으로 해외에서 안 열릴 것이라는 둥, 독특한 전시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둥. 문화생활은 많이 할수록 좋다는 생각 때문에 결국 가기로 결정. 하지만 역시 나의 첫 느낌을 믿는 편이 나았던 걸까. 높은 티켓가격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만족도가 낮다. 애초에 나와 취향이 안맞는 사람의 작품을 뚫어져라 본들 뭔가 좋은 결과물이 나올리가....ㅠ 나도 나름대로 회의적인 성격이긴 하지만, 팀버튼 특유의 무기력한 흑백 분위기는 내 정서와 핀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