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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블로그에 있는 두 개의 영화 포스팅이 모두 하정우 씨 주연 작품이다. 둘 다 올해 개봉된 영화고, 둘 다 꽤 만족한 영화라는 공통점도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하정우 = 믿고 보는 배우' 라는 공식이 내 안에 성립될 것만 같다.
우선 참 잘 뽑았다고 생각하는 영화 포스터부터 보고 넘어 가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뉴스 앵커" 윤영화(하정우 扮)는 좌천되어 라디오를 진행하는 한직을 맡게 되었는데, 테러범의 전화가 그에게 걸려온다. 처음에는 장난전화라고 생각했던 그 전화가, 약 한시간 20분 동안 대한민국을 흔들 엄청난 테러의 시발점이었다. 수 분 간의 물밑작업 끝에, 테러범과의 전화연결이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 되기 시작한다. 타 방송국의 뉴스 속보를 여러 화면에 띄워놓고 긴박하게 변하는 상황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면서, 정신없이 전화 통화를 계속 반복한다. 이 포스터는 하정우 씨의 표정부터 뉴스룸의 장면까지 빈틈없이 완벽하다.
입고 있던 편한 니트를 훌렁 벗어 던지고, 타이를 매고, 자켓을 걸친 뒤 머리에 헤어젤을 발라 단정하게 만들고, 마지막에는 안경까지 장착하여 완벽한 뉴스 앵커 외관으로 변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작은 뉴스룸에서만 진행되고 있음에도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 빠른 전개와, 정말로 앵커의 말을 듣고 있는 듯한 하정우 씨의 낮은 목소리와 연기력 그리고 갈수록 안 좋아지는 피부까지..ㅋㅋㅋ 90분 정도의 런닝타임 동안 정말로 1시간 20분 가량의 긴박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느껴질, 그의 긴장감과 초조함. 그리고 공포. 경고를 알리는 삐- 삐비빅- 소리와, 순간적인 이명이 생동감을 더했다. 또한, 흔들리는 화면과 기울어진 카메라 각도가 리얼리티를 돋보이게 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여러 말들이 많은 것 같다. 우선 단순히 킬링타임용 영화는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게 기본 입장이다. 폭력적인 수단을 혐오하고, 전쟁을 증오한다. 그렇기 때문에 테러 역시 강하게 반대한다. 테러에 대처하는 정부들의 강경한 대응에 대해 그 입장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건 영화다. 조금 극단적일 수도 있는 방법을 차용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확실하게 전달하려는 콘텐츠라는 것이다. 과장되고 부풀려진 (실은 그게 다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믿긴 하지만) 캐릭터들의 부정적인 측면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가 불합리하다는 사실, 가진 자들에게 내몰려 절망의 끝에서 아둥바둥 살아가는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현실, 극단적인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내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욕망이 들게끔 만들고 있는 이 사회 구조. 이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조금 부풀어오른 풍선 안에 집어 넣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 풍선 외관만 보고 지나치다고, 사회의 기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사상이라고, 거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풍선은 풍선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직접 풍선을 터뜨려 안에 담긴 내용물을 보는 사람만이 아마도 이 영화를 만든 제작자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스토리 상의 허점들이 많았다는 건 인정. 촉박한 런닝타임에 모든 내용을 다 담을 수는 없는 거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 내에서 흐른 시간 역시 겨우 80여분 정도니까, 나는 어느 정도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인이어라던가 CCTV 확인을 한 건지 어쩐 건지 모르겠는 것들... 보통 디테일한 떡밥들이 회수되지 않으면 신경이 많이 쓰이는 성격이긴 하다. 하지만 '더 테러 라이브'를 다 보고 난 뒤에는, 이 영화에서는 그런 소소한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Afterwards"가 굉장히 궁금해졌다. 이 엄청난 사태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마무리를 하려 들 것이며, 언론에서는 어떤 자극적인 화면들을 내보내 시청률을 올리려 들 것인가. 무엇보다도 모든 추이를 지켜본 대중들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였고, 여러 감정을 갖게 한 관련 영화평들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런 의미로, 강추!!!!!! 마지막으로 여전히 귀에 남아 있는 한 마디가 있다.
"너 이렇게 죽는다고 저 새끼들 절대 꿈쩍도 안 해. 아무 것도 안 바뀐다고!!!!!!"
극단적인 선택지 밖에 남지 않아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인생을 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더 끔찍한 현실은 바로 그 극단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 이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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