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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 새로운 아이돌을 잡는 것도 모자라서 블로그 포스팅까지 하게 되다니, 인생사 무엇인가. 2d에서 3d로 넘어갔다가 모든 덕질의 종착지라는 연뮤까지 도달했음에도, 기어코 돌아오고야 말았다. 사실 거창하게 돌판에 다시 뛰어들었노라 자처하기에는 다소 어정쩡하게 굴고 있긴 하지만, 여기 또 발을 담궜다는 사실만으로도 심리적 충격이 심하다. 
 
 
예, 대충 세븐틴 입덕했다는 뜻입니다.
 
 
아직 캐럿은 아니다. 애정이 싹터 입덕을 선언할지언정, 누군가의 팬을 자처하며 특정 팬덤에 스스로를 포함시키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덕질과 팬질은 농도가 다르다는 면에서 엄연히 다른 행위가 아닐까. 현재 나의 입지는 세븐틴 콘서트 가고 싶은 큐빅 정도. 큐빅은 세븐틴 자체컨텐츠인 고잉세븐틴 예능 구독자 애칭이나 근래는 입덕부정기의 캐럿으로 의미가 바뀌었다는 뉘앙스의 글을 어디선가 읽었는데, 딱 이 지점이기 때문이다. 아, 오해 없기를. 고잉 입덕은 아니다.
 
 
네, 제가 바로 십오야로 입덕한 큐빅입니다.
 
 
구구절절 전사를 풀며 스쳐갔던 연의 찰나를 곱씹어 보는 것이 늦덕의 심리일지니, 멤버별 단상 포스팅을 하기 전에 간단하게 별도의 글을 써본다.


세븐틴이라는 그룹은 당연하게도 데뷔 시점에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세븐틴? 17명이야?? 아, 아니라고. 그래도 13명이면 꽤 많네. 영원한 열일곱인가. 노래 청량하고 귀엽네. 취향은 아니지만. 그렇게 까마득히 잊혔던 그들은, 2-3년 전부터 고잉을 소매 넣기 하려는 창조주 딸의 영업 속에서 슬금슬금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돈라이, EGO, 8월의 크리스마스 겜방 등 컨셉추얼 한 네임드 회차가 엄선되어 제공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입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세븐틴 멤버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보게 된 잘 짜인 구성의 고잉은, 재미가 없었다. 사람은 많고, 상황은 직관적이지 않고, 자막은 휙휙 지나가니, 쉽게 피로해지고 집중도가 떨어졌다. 연령대 있는 어른들이 런닝맨이나 무도가 아니라 불명이나 복면가왕을 선호하는 이유를 확실히 이해한 기분이랄까. 규칙을 이해하기 위해 몰입이 필요한 예능은, 당시의 나에게 즐거움보다 피로감을 먼저 야기했다. 그렇게 아이돌 자컨의 퀄리티에 대한 인지도만 높인 채로 시간은 흘렀다.
 
 
그러다 지난 5월 말, 여유롭고 심심하던 퇴사자는 출장 십오야를 보고야 만다.
 

 

입덕의 순간

 

 
십오야는 원래 챙겨보던 예능이었다. 세븐틴 일부 멤버가 출연했던 하이브 편도 봤다는 소리다. 그때까지만 해도 재밌는 아이돌 중 하나였던 세븐틴을, 이번 완전체 십오야에서 처음 제대로 마주했다. 20분짜리 영상 2개를 보며 13명의 이름과 얼굴을 모조리 외웠고, 인물퀴즈와 음악퀴즈를 보고 깔깔대며 세며들었다. 역시 대기업 예능. 십오야의 여운을 흩트리고 싶지 않아서, 마침내 내 손가락으로 직접 고잉을 재생하기에 이르렀다.
 
 
그 뒤는 뭐, 자연스러운 고잉 섭렵 및 멤버별 캐릭터 파악에 따른 순탄한 입덕이었다. 알고 보니 재밌는 고잉, 알고 보니까 간간히 빡치게 되는 고잉.
 
 
아이돌이라면 본업을 잘해야 한다는 능력주의자라서 무대도 많이 봤다. 자세한 얘기는 아마도 다음 포스팅에 남기겠지만, 서로 다른 키와 춤선을 가진 13명이 하나의 완전한 군무를 완성시킨다는 점이 무대마다 경탄스러웠다. 손오공 라이브가 얼마나 압도적인 시청각 자극을 줄지 궁금한데 표가 없네. 요새 아이돌콘은 선예매에서 대부분 매진되던데, 일반예매까지 기회가 오겠냐구요.
 
 
와중에 고잉의 모든 회차를 두 번 이상 돌려본 큐빅은 새로운 영상에 목마른 나머지 인더숲2를 결제했다고 합니다.
 

이제와 위버스 가입이라니...


 
위버스 가입 자체가 처음이라서, 이럴 거면 그냥 선예매할 수 있게 멤버쉽 가입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해봤다. 선예매권이 있어도 고척돔 자리 하나 잡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긴 하지만, 시도라도 하고 싶은 이 맘. 집착하고 싶지 않아서 돌판에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는데, 사랑이라는 건 사람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만 재차 절감하고 있다.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행복한 덕질이라는 게, 참 쉽지가 않아서. 
 
 
아무튼 조만간 글 한 두 개 더 올라올 예정이다. 한 달 정도 덕질했으니 가볍고 잡다한 단상 정도는 기념 삼아 남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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