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in 광림bbch 아트센터, 2022.11.25 7시반

 

 

 

 

임태경 지저스, 윤형렬 유다, 장은아 마리아, 지현준 빌라도, 전재현 헤롯, 김바울 가야바, 신은총 시몬, 김원빈 안나스, 이하 원캐. 50주년 지크슈 자둘. 임저스 자첫. 곰유다, 장마리아. 임곰장지.

 

 

경력직 유다와 마리아 덕분에 2015년 샤롯데 그 시절이 아련히 떠올라 가슴이 벅차올랐지만, 떠난 극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는 연뮤덕 불변의 진리 또한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사랑했는데요, 없네요 이제. 

 

 

 

 

중블 2열 중앙이라는 꿀 같은 자리에 앉아서 곰유다의 섬세한 연기 하나하나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어졌다. 이 극은 논란의 여지 없이 유다가 주인공이어야만 하고, 곰유다는 7년 전보다 더욱 농밀하고 절절한 감정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갔다. 좋았던 디테일을 하나하나 읊자니 그저 올곧게 심장을 물들이는 감정선이어서 도리어 의미가 퇴색될 것만 같다. 지저스에게 말을 거두어 달라 간곡하고 간절하게 빌면 빌수록, 끝끝내 버려지고 마는 곰유다의 그 절망감이 어찌나 촘촘하고 짙던지. 극이 진행되면서 앞선 장면들의 감정이 더욱 깊어지고 아득해졌다. 특히 1막 마지막 블러드 머니의 눈물과 2막 유다데쓰의 오열을 완전히 다른 질감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아찔하게 좋았다.

 

 

"어디 갔나요 천국 갔나요

당신 뜻을 이루셨나요

죽어서 만족하나요

그 희생으로 지금 뭐가 달라졌나요"

 

 

곰유다 슈퍼스타도 최고였다. 잊고 지냈던 15년도 디테일을 다시 마주한 순간, 새삼스럽게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그래서 커튼콜보다 본공의 그 시니컬한 곰유다의 비아냥이 훨씬 매력적이었다. 담백하지만 냉정하게 그대의 뜻을 정녕 이루었냐 묻는 곰유다의 서늘한 눈빛은, 십자가에 못 박힌 지저스의 등장이 주는 시각적 충격을 한층 묵직하게 만든다. 7년 동안 그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완벽한 유다로 돌아와주신 건가요. 곰유다 사랑해요 정말!!

 

 

 

 

장마리아도 15년보다 더 좋았다. 이번 시즌 장마리아는 극 초반에 지저스를 감히 넘보기는 커녕 가까이 가는 것조차 망설이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내내 취했다. 향유를 발라줄 때도 몹시 조심스러운 손짓이었고, 호산나에서는 앙상블들의 저 바깥에서 발을 동동 굴리다가 지저스를 시야에 넣은 뒤 안도하며 설렘과 동경이 가득한 눈빛을 담아 눈을 떼지 못했다. 아돈노에서도 "감히" 그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도 되는지를 망설이고 망설이다가도, 끝내 막지 못해 터져나오는 감정에 휩싸이는 모습이 몹시 찬란했다. 그런 그가 2막에서 지저스가 끌려간 뒤로는 단단해지며 오히려 베드로 등을 이끌며 다시 시작하자 간절히 바란다. 15년에는 이렇게까지 깊은 감정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장마리아도 7년 간 깊이가 남달라 졌다.

 

 

임저스도 괜찮았다. 은저스와 마저스의 목소리와 음역대와 디테일에 절여져 있는 귀라서 살짝 낯을 가리기는 했으나, 본인에게 맞춘 음역대로 유려하게 본인만의 지저스를 만들었다. 분노가 강한 지저스여서 판을 엎고 화를 내는 부분은 강렬했으나, 인간으로서 번뇌하고 슬퍼하며 두려워하는 감정을 쏟아내는 부분은 서정적이었다. 지금까지 만난 한국의 지저스들 중에서는 가장 아레나 버전에 가까운 지저스였다. 다만 겟세마네 마지막 소절을 왜 영어로 부르는지는 좀 의아하다. "Now! Before I change my mind" 라고 부르더라. 

 

 

와 그리고 김바울 가야바 보세요. 꼭 보세요. 음역대 딱 맞음. 동굴 저음으로 완벽하게 넘버를 소화하는 그 중후함 속에 묘한 귀여움이 있어서 나올 때마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연기도 엄청 좋아! 본인만의 가야바를 만들어 왔어! 제발 바울가야바 보세요.. 저도 보고 싶어요.. 마지막 티켓팅 스케줄 좀 잘 주세요.. 은총시몬 또 봐도 또 좋았고, 앙상블들 진짜 갓벽하심. 15년도만 그리워할 줄 알았던 제가 이렇게 멋진 배우님들을 만나서 눈과 귀가 호강합니다. 감사해요!

 

 

 

 

지난 시즌을 지나치게 사랑했기에, 그리고 이번 시즌은 시작부터 잡음이 많았기에, 생각보다도 더 적게 보게 될 것만 같다. 속상해. 그래도 갈 때마다 온 마음을 다해 관극 할 예정이니, 올 겨울 끝까지 무사히 안전하게 함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특히 앙상블 배우님들 다치지 마시고, 잘 드시고 잘 쉬세요. 12월에 다시 갑니다, 겟세마네!

 

공지사항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