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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in 샤롯데씨어터, 2015.09.12 2시 공연





지크슈 열한 번째 관람. 그리고 마지막 관람.



특공이었지만 가볍지 않았고, 막공이었지만 허탈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로딩이 필요하겠지 싶어 일부러 재저스 막공을 예매했는데, 만족스러웠다. 2015년 JCS의 전반적인 노선을 생각해보면 어제 0911 은한공연이 자막으로 끝내기 딱 적절했겠지만, 원작과 가장 가까운 노선을 보여준 이 특공 역시 자막공연으로 삼기에 부족함 없었다.





재저스. 형렬유다(곰유다). 영미마랴. 김빌(태빌). 재곰영김.



※스포 있음※



오버츄어. 온 몸을 부들거리는 곰유다의 뒷모습. 앞에서 독무를 추는 앙들을 붙들어보려 손을 뻗어보지만 미처 잡지 못하고 바닥을 뒹구는 모습에 숨을 들이켰다. 이어지는 헤븐. 와. 0710 마곰 공연보다 훨씬 좋았다. 노래에 담긴 진심에 지저스 대신 설득당하는 기분이었다. 왓츠더버즈. 재저스의 첫 넘버. 시원시원하다. 최재림 배우의 목소리는 완벽하게 내 취향이다. 최고. 마리아에게 환하게 웃어주는 얼굴이 순수해보인다.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마리아가 어여쁘다는 느낌. "오직 너만이 나를 위로한다 마리아" 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 뒤, 고개를 돌려 유다를 노려보며 "부질없는 불평 속!!" 이라고 강하게 던지는 노래가 인상깊었다. 울림통이 크고 목청이 크니까 세세한 강약조절이 명확하게 구분되어서 귀가 시원하게 씻겨지는 듯하다. 아무도 없다. 추앙받는 젊은 지도자의 고뇌가 담긴 목소리. 마리아의 위로에 또 맑게 웃어주는 재저스. 반면 곰유다는 앙들에게 다가가 '불쌍한 저들'을 쓰다듬고 바라보고 고민한다. 터져나오는 불만, 주어진 일을 행하라는 무의미한 답변. 유다의 양 뺨을 부여잡는 지저스. 성큼성큼 뒤쪽으로 걸어가버리고 남겨진 유다의 표정에는 고민이 가득하다. 


여전히 클린한 안나스. 죽여, 죽여, 예수를 죽여. 번뜩이는 눈빛에 설핏 스치는 광기. 그들 너머에서 다른 의미의 광기가 담긴 환호성이 들려온다. 호산나. 무등을 타고 앞으로 나오는 재저스는 계속 유다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다는 끝에서야 잠시 시선을 마주했을 뿐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위안 받는 기분이지만 '성스럽'지는 않다. 1막 내내 하늘을 꾸준하게 바라보는 재저스. 그 순간들은 의문과 옅은 체념으로 무표정하다. 우릴 위해 죽나요, 황망함이 깃든 정색. 시몬질럿. 예에-에서 살짝 삑이 나긴 했지만 끝까지 힘을 내준 시몬. 그의 눈에 가득 담긴 찬양과 찬사는, 마치 광신도의 눈과 같아서 오싹하기까지 했다. 해맑고 밝고 눈부신데, 무서웠다. 누구도 내 뜻 알지 못하는가, 외로이 조명을 받는 새하얀 지저스. 가성이 살짝 흔들렸지만, 이어진 빌라도의 꿈은 완벽했다. 흔들리는 한 사람, 인간. 자리에 앉아 설핏 잠들었다가 "빌라도 당장!" 이라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깨어나는 김빌. 무릎 꿇은 김빌을 가만히 바라보는 재저스. 그의 손길에 비켜서며 새하얀 조명을 가르면서 뒤로 퇴장한다. "돈이면 뭐든지 오케이"라 부르짖는 템플. 앙들 한 명 한 명이 새삼 소중해서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며 무대를 최대한 가득 가슴에 담으려 노력했다. 신나게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어대며 앙들을 때리는 짭저스 때문에 웃음이 입술 사이로 비어져 나왔지만, 이내 등장한 재저스가 노여움을 표출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지쳤다는 듯 마리아의 어깨에 살짝 기댄 재저스. 비틀대며 뒤쪽 겟세마네 동산을 걸어가 다시 크게 휘청거린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손바닥을 마주해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는 재저스. 그 앞에서 마리아는 이 마음을 어찌하나, 울먹이며 감정을 토해낸다. 결코 닿지 않을 감정들을. 


현악기의 소리에 맞춰 지저스에게 다가가 그 얼굴을 쓰다듬는 유다. 잠에서 깬 지저스와 한참 시선을 부딪히다 둘 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또 한참 부딪히던 시선 끝, 유다가 먼저 고개를 돌린다. 유다는 지저스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납득하려 들지도 않는다. 계속 허공에 질문만 던지는 느낌. 그러나 재저스는 답을 해주지 않고 그저 자신의 뜻을 아무도 모른다고만 한다. 덕분에 곰유다는 그저 자신의 이성에서 벗어난 상황에 대해 분노하고 어이없어 하면서 홀로 매몰된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몸을 돌려 지저스를 떠나 그 공간을 벗어나려 하지만, 제사장들이 길을 막는다. 고개를 저으며 나보고 그를 배신하라니 웃기지마, 라며 단호하게 거부하고, 현명하신 가야바라고 비아냥대며 왜 그가 나를 선택했을까? 자조한다. 그러나 끈질기게 달라붙는 제사장들에게 짜증까지 느끼며 몸을 휙 돌리는 순간, 그의 시야에 지저스가 가득 담긴다. 유다의 몸이 크게 움찔거리며 벼락같은 충격을 생생히 드러낸다. 한참을 바라본다. 대답을 구하는 듯 작게 손짓까지 해보지만, 미동도 없는 지저스. 결국 유다는 돈주머니를 받아든다. 겟세..마네...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에 믿을 수 없다는 듯 정말 내가 배신을 한 것인가, 하는 표정으로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는 곰유다. 정말로 원한 일이 아니었고, 이게 자신이 믿는 옳은 일도 아니라는 듯. 천천히 걸어가 같은 단 위 지저스 옆에 선 유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오는 재저스의 그림자가 커진다. 그림자에 삼켜진 유다가 무너진다. 하늘을 보던 재저스가 손을 앞으로 모아 내려다본다. 다시 하늘을 본다. 막이 떨어진다.





라섶. 한참을 바라보는 재저스의 시선에도 망부석처럼 굳어 눈을 마주하지 않는 곰유다. 너희는 다 잊으리, 라며 제자들에게 원망과 노여움이 가득찬 삿대질을 한다. 인간적이다. 배신을 행하라 종용하지만, 곰유다는 냉정하다. 빈정대고 비꼰다. 둥글게 원을 그리며 걸을 때도, 유다는 지저스를 바라보지 않는다. 고뇌하는 인간의 감정이다. 유다가, 참으로 불쌍하고 가엾다. 아프다. 유다는 이해를 벗어난 지저스의 요구에 분노한다. 난 당신 희생양, 난 당신 희생양, 영원토록 기억될 나의 이름 가롯 유다! 재저스의 어깨를 밀친다. 밀쳐진 지저스가 비명처럼 외친다. 가라 행하라!!! 가라!! 유다가 무너진다. 너무도 괴로운 표정으로 지저스 앞에 몸을 던진다. 순간 재저스의 온몸이 부들거리며 떨린다. 바들대는 손 끝이 차마 유다에게 가서 닿지 않는다. 슬픈 눈으로 계속 유다를 내려다볼 뿐. 곰유다는 비틀대며 일어나 시선을 마주하다 고개를 저으며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창백하게 질린 낯빛과 같은 조명 아래 잠시 서있던 그가 뛰쳐나간다. 


마치 부모를 부르는 아이처럼, 제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재저스. 대답은 없다. 조명이 어두워진다. 어둠 속에 그가 홀로 새하얗게 빛난다. 겟세마네. 울먹이고 흔들리는 느낌. 중간에 rock 느낌으로 목소리를 긁는 부분이 가슴을 훅 치고 들어왔다. 좋아요, 죽을게요. 지켜봐요. see how I die. see how I die. 호흡이 살짝 딸려 이리저리 변주해 고함을 섞는다. 감정이 굵은 느낌으로 뿜어져나온다. 지금! 내 맘 변하기 전. 운명을 수용하기로 한다. 체념한다. 단단한듯 서있지만 휘몰아친 감정의 여파는 남아있다.


정적을 깨뜨리며 등장하는 유다. 배신의 시간이 왔구나. 배신의 키스. 성큼성큼 퇴장하는 유다. 베드로에게 칼을 던지라 명하는 재저스의 목소리는 단호하지만 미세하게 떨린다. 군중들에게 밀쳐진다. 그 얼굴에는 놀라움보다 체념이 담긴다. 어쩐지 앙들이 이를 악물고 재저스를 온힘을 다해 미는 것 같다. 군중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그는 마지막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제사장들의 물음에 답하는 재저스. "저들이 날 신이라 불렀다" 그들이 마음대로 신이라 추앙하고 떠받들었다 원망하는 듯하다. 그리고 유다. 군중들에게 버려지고 매를 맞는 모습을 본 곰유다의 큰 눈에 울음이 가득 담긴다. 내팽개쳐진 유다가 그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재저스는 한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한다. 두 사람의 시선이 꽤 길게 부딪힌다. 남겨진 유다는 고개를 젓다가 뭔가 각오한듯 끌려가는 지저스를 뒤따른다.


베드로의 부인. 마리아의 부드럽지만 엄격한 질책과 위로에 무너지듯 무릎꿇는 베드로. 김빌 실루엣도 훌륭하네. 재저스는 그저 체념한 표정으로 시선을 허공에 던지며 미동 하나 없이 앉아있는다. 빌라도의 비아냥에도, 헤롯의 모욕에도 지치고 체념한 모습만 보인다. 끌려가는 모습이 점점 지쳐가는 게 보여서 감탄했다. 다시 시작해요에서 얻어맞는 건 정말 바닥을 길 것 같은 모습이었다. 유다데쓰. 왜 그분을 내려치나, 분노하던 그가 갑자기 오싹함을 느끼고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거기에는 이미 예정된 그의 운명이 허공에서 가볍게 흔들리고 있다. 모든 감정을 쏟아내지만 결국 당신의 계획대로 하겠노라 말한다. "당신이, 날 죽이는거야!!!"라며 정면을 보며 삿대질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당신이!!!" 하늘을 향해 삿대질한다. "날 죽이는 거야!!" 비틀대며 밧줄을 목에 건다. 비명이나 절규 없이, 슬픈 미소를 짓는다. 지저스. 군중들 사이에 섞여 등장한 재저스가 마지막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눈이 새빨갛다. 슬프게 우는 표정에는 정말 이리 보내야 했느냐는 원망이 짙게 담겨있다. 


군중의 광기. 온몸을 움직여서 온갖 감정을 표현하는 앙들의 모습이 무겁게 가슴을 짓누른다. 채찍씬. 연기 좋다. 새빨간 피가 얼굴과 몸을 적신다. 피투성이의 그가 입을 뗀다. 모든 것은 정해진, 하늘에 계신, 당신은 이해 못해. 되묻고 싶다. 그러는 당신은 아느냐고. 당신이 진실이라 믿고 추구했던 그 모든 행동들 때문에 지금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당했는지 알고는 있느냐고. 너무나 '인간다운' 지저스인데도, 그도 결국 '신'의 희생양일 뿐인데도, 유다에게 느끼는 것처럼 마냥 불쌍하다거나 애처롭다는 감정이 들지 않는다. 그래, JCS의 주인공은 '유다'였지. 이 극은, 신성모독을 감행한 발칙한 극이었지. 성극이, 아니었지.


슈퍼스타. 아주 냉랭하던 재유다와 비아냥거리고 있지만 여전히 사랑이란 감정을 깔고 있던 한유다. 두 노선의 중간쯤 되는 지점에 있다, 곰유다는. 십자가에 매달린 지저스를 바라보는 뒷모습이 묘하게 쓸쓸하다. 올라가는 십자가. 살짝 오른쪽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뒤통수를 십자가 쪽으로 붙인 재저스의 모습이, 놀랍도록 '예수' 같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연기도 좋았다. 마저스나 은저스는 다방면의 고증을 통해 그 고통을 리얼하게 재현했다. 그들은 지독하게 현실적이라는 의미로 훌륭했지만, 재저스는 극적인 의미로 딱 좋았다. 과하지 않고 어색하지도 않았다. 다... 이루..었다... 라고 속삭이듯 내뱉은 마지막 말. 고개를 떨구고 있지 않는 마지막 실루엣은, 지독히도 성경의 한 장면 같았다. 천천히 퇴장하는 마리아. 마지막 조명. 






바뀐 커튼콜은 사랑입니다....♡ 어제 오늘은, 극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에 뜬금없는 장면들에서 여러 번 울컥했다. 극을 직접 본 건 겨우 열한 번이지만, 매일 리뷰를 찾아 읽으며 노선을 이렇게 바꾸다니, 그런 디테일을 했다니, 하고 감탄하며 함께 세 달 넘게 달려왔다. 말그대로 2015년 여름을 같이 보낸 극이다. 매 순간이 행복했고, 모든 공연에 영혼이 담겨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어냈다. 애정을 느끼게 된 배우가 정말 많이 생겼고, 새로운 무언가에 미쳐보는 경험을 오랜만에 할 수 있었다. 기쁨으로 충만하다. 비록 기약없이 이별하는 슬픔에 눈물은 맺히지만, 그동안 참으로 행복했기에 입가에는 환한 미소를 띄우며 보내줄 수 있다. 하아. 이제 가면 또 언제 돌아오나.





굿바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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