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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in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022.07.28 7시반

 

 

 

 

강필석 햄릿, 박지연 오필리어, 박정자 배우1, 길해연 배우2, 윤석화 배우3, 손봉숙 배우4, 김성녀 거투르드, 권성덕 무덤파기, 전무송 유령, 정동환 폴로니어스, 유인촌 클로디어스, 김수현 호레이쇼, 박건형 레어티즈, 김명기 로젠크란츠, 이호철 길덴스턴.

 

 

그 유명한 햄릿을 정극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심지어 이전에 햄릿에 여러 차례 참여했던 원로배우들이 함께 한다는 점이 한층 의미를 더했다. 하지만, 낡았다. 낡은 문장과 어휘를 문자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작품이 고스란히 납작하게 남았다. "약한 자, 그대의 이름 여자" 라는 유명한 햄릿의 대사부터 짜게 식은 마음은 극이 끝날 때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언제나 말하지만, 원작의 시대와 가치관을 감안하더라도 극을 올리는 지금 이 순간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고전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으나, 풍성한 맥락을 맞이하기는 짜릿함 대신 잘 알려진 고전 특유의 단조로움과 밋밋함만 남았다.

 

 

 

 

"배우란 시간의 요약이자 짧은 연대기니까."

 

 

고전이 지닌 텍스트 자체의 힘보다는, 고전을 무대 위에 펼쳐내는 배우의 존재의미가 크게 다가왔다. 정성껏 대사를 토하고 장면을 완성하는 배우들의 진심이 뜨겁고 진중하여 마음을 울렸다. 특히 커튼콜이, 객석의 박수와 환호를 감사히 받고 또 돌려주는 그 눈빛과 표정이 너무나도 배우 그 자체여서 관객의 마음 역시 충만하게 벅차올랐다. 무대 위의 이 배우들을 만나기 위해 내 시간과 정성을 쏟아 여기에 서있구나, 하는 감동이 차올라 끝없이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나의 무대, 나의 연극.

나는 배우, 자네는 관객.

사라지는 건 내 몫이고

남는 것은 자네 몫이지."

 

 

연극을 존중하는 신시의 정신을 사랑한다. 이 아쉬움 역시 언젠가의 만족을 향한 발판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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