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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레서
in 정동극장, 2021.11.24 7시반
송승환 선생님, 김다현 노먼, 정재은 사모님, 유병훈 제프리, 이주원 맷지, 임영우 옥슨비.
새로운 극을 보고 싶어서 예매처를 구경하던 중 작년에 관심을 끌었던 이 극이 다시 올라오는 걸 발견하고 냉큼 예매를 했다. 아직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아 막상 극장까지 가는 길은 고됐지만, 다정하고 친근하며 인간적인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이 시국에도 무대는, 공연은, 예술은 계속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을 듣고 올 수 있었다. 계속되는 전쟁으로 폭격이 쏟아지고 땅과 건물이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무대 위에 올리는 이들이 있고 그 작품을 보기 위해 객석에 앉는 이들이 있다. 일상이 왜곡되어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기 때문에.
"연극배우는 관객들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니까."
김다현 배우는 자첫이었는데 연극적인 톤과 젊고 단정한 잘생긴 목소리가 그의 노선과 아주 잘 어울렸다. 잘생긴 미모에 자꾸 시선이 가서 원래 목적이었던 정재은 배우까지 번갈아 보느라 눈이 바쁠 지경이었다. 극 중 웃음포인트도 매력적으로 잘 살리며 송승환 배우의 선생님을 찰떡같이 보좌하고 받쳐주다가, 마지막 장에서 급변하는 분위기와 연기 결이 공기마저 바꿔버렸다. 앞선 장들을 보면서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그 아득한 표정연기에, 그 얼굴을 그저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혀왔다. 결말 그 자체와 그걸 풀어내는 다현노먼의 노선이 충격적으로 아찔해서 어찌할 새도 없이 눈물이 주륵주륵 쏟아졌다. 커튼콜이 끝난 뒤에도 추슬러지지 않는 감정에 시청역까지 가는 길 내내 눈물이 자꾸 뚝뚝 떨어지더라.
무척 즐겁게 관극했는데, 마지막 장으로 인해 막혀있던 뭔가가 무너져 뻥 뚫리는 후련함을 느끼고 완전히 백지가 되어버렸다. 지앤하 같은 극만 보다가 이렇게 감정 해소를 확 해버리는 관극을 하니 시원하고 행복하다. 연뮤를 사랑하는 수많은 이유들 중 하나를 오랜만에 다시 만날 수 있어 너무나도 감사한 관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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