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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대한 로망이 없는 사람이 많을까? 운 좋게도 나는 교환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반 년 동안 유럽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미국이라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오랜 역사를 지니고 그 유산들을 대부분 유지 및 보호하고 있는 유럽에 대한 동경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유럽을 선택했다. 그 중에서도 네덜란드를 선택했다. 학교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유럽 중간에 위치해서 교통편이 좋다는 이유가 컸다. 학교는 로테르담이었지만, 서울에서 직항이 있는 암스테르담으로 먼저 가서 며칠 여행을 한 뒤에 로테르담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양손에 한가득 짐을 끌고 기대를 가슴에 품은 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네덜란드로의 출국과 한국으로의 입국을 책임져준 KLM 항공





비행기를 탈 때면 항상 두근거리며 설레는 마음이다. 또 느끼고 싶다....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보니 열 시간이 훌쩍 넘는 비행시간 내내 비행기 창 밖으로는 이런 광경이 펼쳐졌다. 앞으로 겪을, 수없이 많은 경험들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은 눈부신 장면을 눈 안에 꾹꾹 눌러담고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켰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질질 끌며 숙소를 찾았다. 늦은 시간인데다가 중앙역에서 이동한 작은 역은 음산한 분위기여서 한시바삐 벗어나고만 싶었다. 그러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호스텔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맘씨 좋은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택시까지 타고 가까스로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돌이켜봐도 참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역시 지나보니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었다.





본격적인 여행은 다음날부터! 유스호스텔 리셉션에서 "I Amsterdam 48시간 카드"를 48유로에 구매했다. 암스테르담 대부분의 박물관에 입장할 수 있고, 트램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유람선도 탈 수 있는 카드다. 덕분에 주구장창 트램을 타고 다녔다. 공짜라는 생각에 막 집어 탔다가 거꾸로 탄 게 한 두번이 아니다....ㅋ





"겨울의 유럽은 공사 중이다!" 라는 말을 어디서 들은 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정확한 진실이다. 담 광장 궁전은 공사 때문에 저렇게 흉측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다른 유럽 역시, 겨울에는 공사 중인 곳이 많았다.





원하는 내용물을 고르면 그 자리에서 넣어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준다. 네덜란드는 청어를 빵 안에 끼워넣은 하링(Haring)이라는 음식이 유명한데, 이 때는 여행 초반이라 감히 도전해 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나중에 헤이그에 가서 한 번 먹어 봤다. 의외로 비리지 않고 맛있었던 기억이!





트램과 자동차와 자전거와 보행자가 뒤섞여 다니는데도 사고가 거의 나지 않는 모습에 문화 충격을 받았다.





유럽은 보행자들을 위한 이정표가 곳곳에 잘 설치되어 있다. 유명 여행지는 이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암스테르담 역사 박물관(Historish Museum)을 관람하고 나오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암스테르담의 역사와 다양한 문화를 보여준 이 박물관 덕분에, 오래 있지도 않았던 이 도시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서울 역사박물관도 있다지만, 서울토박이인 내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게 아쉽다.





네덜란드는 정말 맛있는 감자튀김으로도 유명하다!! 자주 먹지는 못했지만ㅠ 소스도 맛나당^^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 4월에 큐켄호프 튤립축제에 가서 평생 볼 튤립을 다 보고 왔으니, 다른 포스팅에서!!





암스테르담의 유명한 포토 스팟이다. 이 전시물이 암스테르담 곳곳에 3~4개 정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여기는 박물관이 모여 있는 광장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유럽에 왔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건물들. 건물 위 하이네켄 전광판은 꽤 자주 보였다.





가장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암스테르담의 모습이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들 앞으로 흐르는 운하와, 잔뜩 세워진 자전거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





렌즈를 살짝 위로 하니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게 보인다. 끼룩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기분이 묘해졌다.





다 보고 나온 뒤의 사진이지만,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의 외관이다. 여기 찾느라 한참을 헤맸었다ㅋ





위에서 언급한 카드 덕분에 25% 할인을 받아 11.25유로를 내고 입장했다. 관광객이 많아 줄이 꽤 길었다.





역대 하이네켄 로고들. 마지막 로고는 6개월 동안 마트에서 주구장창 보고 왔다.





맥주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던 직원분. 너무 열정적이셔서 흔들리셨다...ㅋㅋ





실제로 맥주가 만들어지고 있는 구릿빛 기계들 사이를 걸으며 구경할 수 있었다.





하이네켄 맥주가 담긴 드럼통들을 잔뜩 실은 마차의 모습이다. 실제로 마구간도 있었는데, 냄새가 엄청났다.





이 곳의 하이라이트! 입장권이 고무 팔찌인데 거기 버클이 두 개 달려있다. 버클 하나에 하이네켄 생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여기는 시음의 느낌으로 한 잔을 그냥 주고, 마지막 기념품 가게로 넘어가기 직전에 버클로 생맥주를 받을 수 있는 정식 bar가 있다. 두근두근 기대하면서 하이네켄을 마시는데, 의외로 입맛에 맞지 않았다. 비린 물맛이 강하다고 할까? 그래서 이 경험 이후로는 마트에서 아무리 세일을 해도 하이네켄은 절대 사먹지 않았다. 네덜란드에 살면서 네덜란드의 대표 맥주가 취향이 아니었다는 건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ㅠ 웃프다는 게 정답. 손해보는 짓이었다는 것도 분명하고...ㅋ....





벽 전체를 둘러 스크린이 있고, 다양한 사람들의 영상을 틀어주던 공간이다.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강렬한 초록색의 하이네켄 프로모션





하이네켄 광고 중 가장 유명한 게 아마 여자들은 구두로 가득찬 방을 보고 행복에 찬 비명을 지르고, 남자들은 하이네켄이 가득 들어있는 냉장고가 들어차 있는 방을 보고 행복에 찬 비명을 지르는 광고일 것이다. 과연 저 냉장고를 보는 순간 입이 떡 벌어지고 눈도 저절로 반짝여지기는 하더라ㅎㅎ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를 나와서는 Canal Cruise를 탔다. 물론 카드 있으니 무료! 마지막 배를 타게 되었다.





낮에 타도 좋을 것 같지만, 밤에 타보니 운치 있고 좋았다. 비록 속도로 인해 사진은 죄다 흔들렸지만, 암스테르담의 강렬한 인상만큼은 마음에 제대로 남길 수 있었다.






배 앞쪽에서 영어로 가이드가 이곳저곳을 설명해줬지만, 하루종일 길 잃으며 걸어다니느라 피곤한 나에게 잘 들릴 리가 없었다. 나중에는 노곤함에 지쳐 물살에 살짝살짝 흔들리는 배의 진동에 맞춰 깜빡 졸기까지 했다ㅋㅋ 그래도 네덜란드의 전경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낮의 운하는 퀸즈데이 때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낮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 담 광장에 사람들이 엄청 나와 있었고, 사람들의 머릿수만큼의 자전거들이 광장에 널부러져 있었다. 역시 자전거의 나라, 네덜란드!





대표적인 백화점이라는데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크리스마스가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 여전히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외관을 뽐내고 있었다.





담 광장의 상징인 오벨리스크!





네덜란드는 날씨가 너무 나쁘다. 특히 겨울은..... 하아... 날씨가 좋지 않다고 하는 말하는 것조차 입 아플 정도로 언제나 흐리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며 뼛속까지 스미는 냉랭한 추위가 대기 중에 가득하다. 그나마 여름은 견딜만 하지만. 12월 말일 아침에 호스텔을 나서니 안개가 자욱해서 100미터 이상은 보이지도 않았다. Stayokay 호스텔(사진 속 왼쪽 건물)에서 암스테르담 근교 민박으로 숙소를 옮기느라 또 무거운 짐을 질질 끌었다. 눈으로 길이 매우 미끄러워서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짐을 민박에 내려놓고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온 뒤 반 고흐 박물관으로 직행했다.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화가 반 고흐의 작품을 실제로 처음 봤을 때 그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그 강렬한 생감과 강한 붓터치로 인한 두터운 물감이 두 번째 문화충격이었다. 실물, 즉 원작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알게 해 준 반 고흐 박물관. 그 이후로 유럽에 있는 동안 가능한 많은 박물관을 들리려 노력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반 고흐는 내가 결코 잊을 수 없는 예술가다.





박물관 앞에 줄이 엄청나게 늘어서 있는데, 앞서 말한 카드가 있으면 바로 입구로 가서 빠른 줄로 입장 가능하다. 처음에는 이거 몰라서 그냥 이 긴 줄에 같이 서 있었음ㅋ 


 



반 고흐 박물관 옆에 있던 레이크스 박물관. 대표적인 국립미술관으로, 많은 작품들로 가득했다.





네덜란드, 특히 암스테르담 특유의 운하 광경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정말 이국적이며 매력적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도로의 광경도, 자꾸 걷다 보니 익숙해졌다.





어, 뒤에 트램 오는데 레일에서 좀 비켜 서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경우 트램 기장이 경적을 울려 신호를 보낸다. 사람이 많은 번화가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한국의 구멍가게처럼 온갖 물품이 산처럼 쌓여있다. 역시 눈에 띄는 건 저 수많은 와인병!!





반짝거리는 색깔을 뽐내는 과일들과 온갖 사탕 및 초콜렛. 유럽에 가면 살이 찌는 이유가 있다ㅠ





온갖 종류의 파스타면. 한국에서 파스타를 해 먹을 때 면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게 늘 아쉽다. 나는 리본 모양의 파스타면을 좋아했다. 파스타 봉지의 'ah'라는 단어는, 네덜란드에 가장 많은 대형마트 프랜차이즈인 ah마트를 의미한다. 이제는 너무나 그립기만 한 ah마트ㅠㅠㅠㅠㅠ





마트 안의 관광 상품들이다. 대부분 풍차가 그려져 있고, 다양한 과자들이 각기 다른 통에 담겨있다.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과자는 스트럽와플인데, 정말 진짜 맛있다ㅋㅋ 교환학생 동안 바로 이 과자 때문에 살쪘다는 게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달고 환상적인 맛이다. 가장 기본 맛은 캐러맬 시럽이다. 뜨거운 커피에서 올라오는 김을 살짝 쐬게 하면 굳어 있던 시럽이 딱 좋게 녹고 과자도 부드러워져서 그냥 와구와구 먹게 된다. 가끔은 악마의 잼, 뉴텔라를 치덕치덕 발라서 먹었는데 와, 생각만으로도 침이 고이네ㅠㅠㅠ 






유럽의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벽 하나 가득 쌓여 있는 치즈의 모습. 여기서 세 번째 문화충격이..ㅋㅋ 보통은 아래 사진처럼 작게 잘라 놓은 치즈를 사먹는다.





흔한_네덜란드_마트_인증샷.jpg





튤립, 풍차? 그 다음으로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건 역시 나막신!





도자기로 만들어진 기념품들. 네덜란드 델프트는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다.





한참을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결국 어둠이 진득히 내려앉았을 때가 되어서야 중앙역에 도착했다.



네덜란드는 자국을 대표하는 물건들이 굉장히 많다. 운하, 자전거, 튤립, 나막신, 도자기, 감자튀김, 하링, 스트럽와플, 하이네켄, 그리고 반 고흐까지. 이 외에도 대마초가 합법인 국가이고, 동성결혼이 인정되며, 수도에 합법인 집창촌이 있다. 독특한 이 나라를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다양한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 이 국가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유럽의 여느 도시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암스테르담. 한 번 쯤은 꼭 가봐야 할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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