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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어웨이크닝

in 이해랑, 2021.07.15 7시반

 

 

 

 

노윤 멜키어, 김서연 벤들라, 김현진 모리츠, 신한결 일세, 윤재호 한셀, 문이보 에른스트, 전혜주 마르타, 유효진 오토, 김대식 게오르그, 공예림 안나, 정아인 테아, 이하 원캐. 박석용 성인남자, 류수화 성인여자. 싸 자첫자막.

 

 

연뮤 입덕 이후 항상 궁금한 작품 중 하나였다. 앓는 이는 많은데 돌아오겠단 소식은 내내 요원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너무 유명해진 여러 배우들의 등용문 격인 극이라는 점도 흥미를 자극했다. 공연 기간이 정해져 있어도 공연 시작 직전까지 매 회차가 불안하고 불투명한 시국이기에, 거리두기 단계 상향으로 기예매 건을 강제취소 당하자마자 자첫일을 앞당겨버렸다. 무대석이 있는데 앉아보지 않을 수가 없으므로 시야를 조금 포기하고 객석 쪽 통로에 앉았다. 배우들 등퇴장 동선이 바로 옆이라서 쿵쿵 대는 발걸음과 음성이 가까이 들렸는데, 덕분에 소극장 관극하는 느낌을 받았다. 무대가 낮고 소품이 적은 점도 한몫했고. 다만 의자가 불편해서 허리 아프더라.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선 미성년들의 불안한 몸과 위태로운 마음에 동조하고 감응하기엔, 내가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음을 절감했다. 멜키어의 고뇌와 벤들라의 방황과 모리츠의 절망을 이해하나 공감하지 못했다. 부조리에 의문을 가지지 않기엔 이미 성숙했으나 폭력과 무지로 인한 결과물을 온전히 감당하기엔 아직 덜 자란 십대들의 고통은, 다만 공허하고 아득했다. 시대의 차이가 더 큰 괴리감을 야기한 것도 있다. 여러모로 이 극을 너무 늦게 만났기에 깊게 파고들 수가 없었다. 벌써 봄을 보낸 뒤의 여름이라고.

 

 

 

 

이 작품의 메인 이미지가 파란 나비인 이유를, 관극을 하고 나온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무대 벽에 박제된 나비들의 액자가 걸려있었고, 모리츠의 솔로 넘버에 나비에 대한 언급도 있었으나, 왜 하필 "파란" 나비인가. 차라리 피날레 넘버의 purple summer 에서 차용한 보라색 나비가 어울리지 않는가. 유선마이크를 사용하는 장면의 연출의도는 알겠지만, 배우들이 직접 운반하는 긴 조명까지 굳이 검은 유선을 길게 늘어뜨린 의도는 도저히 모르겠다.

 

 

이 작품이 토니상을 받은 이유를, 이 극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 넘버들도 하나하나 매력적이었고. 그렇기에 이번 시즌으로 자첫자막을 한 관객으로써,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청춘들의 열기가 강렬하지만 어설퍼서 아쉬웠노라 기록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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