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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in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20.08.08 2시

 

 

 

 

조나단 록스머스 팬텀, 클레어 라이언 크리스틴, 맷 레이시 라울, 베벌리 차이앗 칼롯타.

내한 오유 자다섯.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서울 막공.

 

 

코로나로 인해 공연중단이 있었고, 코로나로 인해 공연 연장이 되었으며, 코로나로 인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오페라의 유령이 무대 위에 존재하는 국가였다. 이 극을 처음 제대로 마주한 날의 짜릿한 전율은, 공연이라는 예술을 사랑하는 한 영원히 온몸으로 기억하리라. 웅장하고 아름답고 강렬한 오케스트라 선율을 배경으로 번쩍이는 샹들리에의 조명. 무대 틀을 감싸고 있던 천이 걷히며 바닥에 떨어져 있던 무대의 막들이 하나씩 저마다의 속도로 올라가는 장면. 구전설화 속에 고요히 잠들어있던 이야기가 바로 그 무대 위로 되돌아오는 순간.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황홀한 환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오버츄어가 지독히도 아름다워서 매번 심장이 벅차올랐다.

 

 

 

 

막공 특유의 열과 성을 다하는 무대를 마주하며 제법 담담하게 관극을 한 뒤, 벌떡 일어나 열띤 박수를 보내던 커튼콜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마지막 공연을 끝낸 배우들의 얼굴에서 환하게 반짝이는 그 빛을 보며 당연한 깨달음이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더없이 아름답고 행복했던 환상의 종언. 이제 이 환상에 작별을 고해야 하는구나. 내가 꿈꾸고 바라고 갈망하는 가장 아름다운 극적 환상이 바로 이 작품이기에, 이야기가 끝난 무대가 하염없이 애틋했고, 객석에 남겨져버린 마음은 더없이 서글펐다.

 

 

 

 

 

장면 전환이 되며 조도가 낮아지고 무대 위에는 배우가 한 명도 없었던 1막 중간 어드메, 문득 문장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그땐 앞으로의 미래 같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울타리 안에 내가 섞여 있는 게 그저 행복했어요." (더뮤지컬 199호 Cover story 류정한 배우님 인터뷰 중) 오유 초연 당시를 회상하던 류배우님의 말이 이해를 넘어선 지독한 공감으로 느껴지는 찰나가 스스로도 어이없었지만, 자랑스럽게 내보이던 그 소속감과 뿌듯함이 몹시 부러웠기에 납득은 됐다. 작품을, 하나의 극을 온전히 완성시키며 느낄 만족과 벅참과 행복을 동경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일상에서는 이런 류의 성취감이 부재하기에 더 갈망하고 꿈 꿔보게 된다.

 

 

 

 

내한 서울공연의 종결이 영원한 이별이 아님을 안다. 아직 대구 공연도 남아있고, 머지않을 미래에 반드시 만나게 되리라 믿는 라센 삼연도 양껏 고대 중이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을 연기하는 류정한 배우님 역시 그 미래에 함께하리라 굳게 믿는다. 파리 오페라극장 지하와 미스테리 한 음악들이여, 잠시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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