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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in 샤롯데씨어터, 2020.05.26 8시
류정한 드라큘라, 임혜영 미나, 손준호 반헬싱, 이예은 루시, 이충주 조나단, 김도현 렌필드. 류큘 18차, 류임 8차.
고급진 솔리터리나 러빙유도 좋았지만, 프블 마지막이나 랖앺랖, 잇츠오버, 트시 마지막 소절의 쩌렁쩌렁한 성량이 유난히 매력적이었다. 극장 내부가 몹시 건조했는데도 불구하고 류배우님 목소리는 완벽했다. 이토록 정석적이고 완전한 랖앺랖이라니, 하면서 듣고 있는데 1막 마지막 참사에 다 휘발된 건 함정ㅋㅋ
스포있음
루시 장례식을 위해 손헬싱이 철문을 열 때부터 객석기준 오른쪽 십자가가 살짝 비뚤어졌었다. 자석으로 고정되어 있는 거였구나, 하면서 문 닫힐 때 괜찮으려나 싶은 마음이 설핏 들긴 했다. 그래서 랖앺랖 시작에서 멋진 포즈로 염력을 써서 문을 닫는 류큘 얼굴에 집중을 못하고 그 너머의 문에 시선이 닿았다. 문이 제대로 안 닫히는 것 같긴 했지만, 류큘과 예은루시의 랖앺랖이 워낙 좋았고 목 긁어내는 짜릿한 부분도 많아서 넘버에 금세 다시 몰입했다.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이 넘버가 이어지길 바라며 류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닫힌 철문에 십자가 반쪽이 아예 없더라ㅋㅋㅋ 넘버 중간에 떨어진듯ㅋㅋ 뒷모습에서도 느껴지는 동공지진에 으악 어떡해를 속으로 연발했고, 류큘은 결국 남은 한쪽만 떼서 양손으로 쥐고 마치 휘두르듯 오른쪽으로 치켜들었다ㅋㅋ 오블쪽에 앉은 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암전 내린 뒤 배우님도 웃으면서 퇴장하셨다고ㅋㅋ 본인 실수도 아닌데 얼마나 황당하셨을까ㅋㅋㅋ
지난주 0519 류임에서 임미나 노선이 워낙 신선하고 짜릿해서 그걸 기대했는데, 이날 노선은 0426 공연처럼 극단적인 불나방으로 돌아가 있었다. 맹렬하게 앞만 보고 돌진하는 임미나를 몹시 사랑하긴 하는데 지난주 노선을 기대해버려서 약간 아쉬웠다. 평소 노선의 임미나는 이미 러빙유에서 한 번 완전히 넘어갔고 플돈미에서 번뇌하지만 윙즈가 크게 필요치 않다면, 지난주는 윙즈가 꼭 필요했고 그래서 시덕션과 그 이후가 한층 섬세하고 강렬했다. 끝내 신을 원망하고 나아가 저주하는 결말은 동일했는데, 이날 마지막 장면에서 관을 끌어안다못해 오른뺨을 관 위에 대고 차디찬 돌 너머 류큘의 온기를 느끼기라도 하듯 아주 희미한 미소를 걸어냈다. 그러나 이내 밀려오는 한기에 다시 절망적인 울음을 토하며 온몸을 내던지는 임미나는 그와 함께 영원한 죽음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 듯 처절했다.
트시는 지난주 노선 그대로 드큘에게 빙의했다가 다시 힘겹게 자기자신으로 돌아오는 모습이었다. 이 넘버에서 임미나와 손헬싱의 쫀쫀한 대립을 몹시 사랑하는데, 이전에는 두 사람이 끝까지 적대하고 팽팽하게 경계했다면 이날은 임미나의 노선에 맞춰 달라졌다. 적대하고 의심하던 손헬싱은 미나가 돌아오자 정말 그가 맞는지 큘이 빠져나간 게 확실한지 확인하려 그와 눈을 마주치려 했다. 방을 나서며 "서둘러 준비하시죠" 라고 말하는 대사톤도 완연히 달라져서, 혼란스러운 기색을 애써 추스리며 복잡한 얼굴로 조나단의 어깨를 짚었다.
임미나가 강할수록 피날레에서 류큘의 번뇌는 깊어지고 결심은 굳건해진다. 0519 공연처럼, 십자가를 보지도 않고 내던지는 임미나의 모습에 놀란 얼굴로 눈빛을 흔든다. 절대 당신을 떠나지 않을거라는 미나의 외침에 흔들리던 마음은 뱀슬의 비명에 다시 붙잡힌다. 나의 절망 속에 널 가둘 순 없다며, "피와 고통의 내 세상을" 말하며 칼을 쥐고 옆으로 뻗어낸 왼팔 안쪽을 내려다보는 류큘. 마치 그 아래 흐르는 차가운 제 피를 느끼는 것처럼. 위트비베이에서 "당신의 아름다움은 내 혈관의 모든 피를 멈춰세우는군요" 라고 말하면서 제 팔을 바라보던 것과 비슷한 동작이지만, 그 안에 내포된 의미와 색감은 전혀 다르다. 감히 제 빛을 이 고통으로 끌어들일 수 없기에, 제 아픔을 애써 밀어넣으며 미소를 걸어보인다. 임미나가 절박할수록 그 손을 붙든 류큘의 손길은 단단해진다. 다정하기에 더욱 잔인한 엔딩.
She에서 십자가를 찌르고 와르르 무너져내리듯 내려오며 "신이여 신이여," 하고 중얼거린 류큘은 "신이여 제발, 엘리자벳사.." 하고 스러져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회전무대가 돌아가며 멀어지는 미나를 바라보며 양손으로 바닥을 타다닥 치는 디테일은 이날 처음이었다. 마치 레베카 칼날송이 연상되는 이 디테일을, 이어지는 러빙유 도입에서 무릎 꿇은 채 노래하다가 "나의 곁으로" 하는 부분에서 미나가 등을 돌리고 떠나자 "미나," 하고 절박하게 부르며 한 번 더 했다. 평소에는 미나를 부르며 바로 일어났었기에 이날 디텔이 너무 좋았다. 주말 김해 류막심이 그렇게 좋았다던데, 막심 디테일 일부러 가져오신 거겠지?
앳라에서 "그에게 구원은 없었나요?" 라는 질문에 눈을 감지 않고 차오르는 슬픔에 고개를 젖히며 괴로워하다가 "'그' 누가 알까요" 라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여기서 류임 입술이 살짝 닿아버려서 애틋함이 배가됐다. 러빙유 마지막에 손을 뻗는 류큘을 향해 홀린듯 다가서는 임미나 디테일은 0519에도 있었는데, 0519에는 미나가 큘을 붙잡으려다 돌아선 느낌이었고 이날은 큘이 미나의 손을 붙들려다가 놓친 인상이었다. "새벽을 향하여-" 하고 마지막 음을 내며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채 확 무너져내리는 류큘. 무릎을 꿇으면서 왼손은 내리고 오른손만 그대로 머리를 짚은 채 고개를 확 떨구고 온몸으로 흐느꼈다. 당장 결혼하자는 미나의 말에 고개를 내저으며 "거짓말이야" 하는 뉘앙스의 입모양으로 중얼거렸고, 일어나서 아아악 고함을 내뱉은 뒤 슬픔과 고통과 절망에 얼굴의 온 근육을 파들거린다. 오른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하려 드는 표정이 절절하다. 부케는 양손으로 폭 잘 받아서 그대로 루시를 가리키고는 흉흉하게 퇴장했다.
잇츠오버 너무 좋았다. 침대 위에 고압적으로 선 채 "보내줄 때 떠나" 라고 자비를 베푸는 자신에게 반헬싱이 달려들자, 왼손 하나를 척 들어 제압해버린다. "전쟁 끝에 선물은 이미 나의 것" 하며 반헬싱 바로 앞에서 양팔을 크게 벌려내는 류큘의 위압감이, 프랑켄 단하미에서의 류빅터를 연상시켰다. 잿더미로 흩어져라 저주하는 반헬싱의 말에 세상 그보다 우스운 말은 없다는 듯 입을 크게 벌려 잡아먹을듯 웃음을 토해내는 디테일 고정되어 행복하다. 프블도 아주 압도적이었는데 후반부가 특히 좋았다. 웃음소리 디텔은 직전 공연과 동일하게 "나를 두려워하는" 부분 직후에 했다. "밤에는!!! 상상못할 축제" "다시 찾은 내 힘!" "불!타는 저녁" 하며 강조하는 부분들이 너무나 훌륭했다. 앞머리 쓸어넘기는 건 안했지만 오블 앞에서는 양팔 벌리고 왼블 향해서 한 손을 뻗어내는 디텔은 계속 유지되어 행복하다.
여자를 웃게 만드는 데 좀 서툰 것 같다는 임미나의 말에 류큘은 "네 맞아요 인정할게요" 라고 안하고 "네 맞아요 많이 서툴러요" 라고 대꾸했다. 인비테이션에서 항상 고개를 왼쪽으로 까딱하다가 0523 에서는 오른쪽으로 가볍게 까딱했는데, 오늘은 아예 안해서 좀 아쉬웠다ㅎ 그래도 잘생긴 미소와 눈빛은 여전해서 즐겁다. 랖앺랖 마지막에 왼손으로 루시 입가의 피를 닦아주는 디테일은 예전부터 계속 있었는데 뭔가 후기에 남기지 않았던 것 같아서 기록용으로 남겨본다. 막공이 얼마 남지 않아서 벌써부터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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