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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in 샤롯데씨어터, 2020.06.06 2시

 

 

 

 

류정한 드라큘라, 임혜영 미나, 손준호 반헬싱, 김수연 루시, 진태화 조나단, 김도현 렌필드. 류큘 세미막. 류큘 20차, 류임페어 9차 관극.

 

 

류배우님 세미막 레전의 법칙에 맞게 강렬하고 매혹적인 공연이었다. 커튼콜까지 피날레의 여운에 젖어있던 적은 더러 있었지만, 눈물까지 멎지 않았던 건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처절하고 애틋하고 마음 시린 피날레의 여운이 지독히도 짙어서, 커튼콜 내내 마음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계속 눈물을 쏟았다.

 

 

스포있음

 

 

5/16 공연처럼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디테일이 많았다. 제 양손을 계속해서 내려다봄으로써, 자신이 행한 수많은 선택에 대한 번뇌와 회의가 가시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났다. 프블. 가사에 맞춰 손을 내려다보거나 주먹을 쥐는 디테일 평소보다 많았다. 트시. "운명을 따라 내게 와" 하며 양손을 내려다봤다. "죽은 영혼 누구도 저주 못하리" 부분을 약간 밀어내듯 부르며 변주했다. 왼손을 관 아래 미나를 향해 뻗어내면서 "내가" 하며 오른손으로 본인 가슴에 손을 얹었다.

 

 

더롱거. "내 사랑의 선택 그댈 위했나" 라며 절절하게 회한을 토해내며 괴로워하던 류큘은 왼블 앞에서 "그대 빛에" 하며 다시 양손을 내려다본다. 오른쪽 위 경사면에 올라 "내 세상 멈추네" 하고서는 뒤를 돌아보는 디테일은 이날 처음 봤다. 회의하듯 비틀대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그 흔들리는 눈빛. 도망치듯 다급한듯 계단을 내려오면서 위쪽 계단을 오른손으로 살짝 짚기까지 했다. 그러다 문득 시야를 가득 채우는 관을, 그 영원한 저주를 새삼 마주하고 인상을 구기며 울먹인다.

 

 

 

 

"이런 일을 원한 게 아니야" 라는 자신의 말에 반헬싱이 "거짓말!!" 이라 부르짖자, 류큘은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 까딱인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나는," 하며 활짝 웃은 그는 "영원한 삶을 얻게 될거야!" 라며 눈을 반짝인다. 다른 모든 인간들이 욕망했던 것처럼 미나 역시 자신의 선물을 기꺼이 기쁘게 받아들이리라 확신하면서.

 

 

피날레의 특정 가사에 눈을 감는 4/29 공연의 디테일을 세미막에서 다시 볼 수 있어 기뻤다. 괴롭다는 얼굴로 눈을 감았던 류큘은 "나의 맘의 빛 태양이 아니라 그대 눈빛" 이라는 미나의 말에 눈을 뜬다. 미나의 손을 뿌리치고 오블 쪽으로 간 그는 "나와 같은 어둠에" 하며 다시 눈을 감는다. "나의 절망 속에 너를 가둘 순 없어" 부분의 가사에서도 눈을 감았다. 빛 한줄기 들지 않는 칠흙 같은 어둠 속, 자신의 끝없는 어둠을 두눈으로 마주할 수 없다는 듯. 왼블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나와 "차가운 암흑 속에 저주 받은 내 인생" 을 입에 올린 류큘은 중블 쪽으로 몸을 살짝 틀며 "남의 피를 탐하던" 하고 이어간다. "저주 받은 내 인생" 하는 부분에서 마지막으로 제 양손을 내려다봤다.

 

 

결심을 내린 이후에는 세상 다정하게 미나에게 미소를 걸어내면서도, 그가 자신을 끌어안아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는 순간 와르르르 표정이 무너진다. 형형한 괴로움을 가득 일렁이는 그 맑고 단정한 얼굴. "자유를 줘요" 하는 부분을 평소보다 격하고 풍성하고 처절하게 짓씹듯 불러냈다. 쥐여주는 칼을 거부하는 미나의 손을 한층 더 단단히 붙들어내는 류큘의 손이 너무나도 단호하고 다정하고 잔인하다. 끝내 관 안에 들어선 류큘을 보면서도 끝까지 그 운명을 거부하려드는 임미나의 손짓과 울음이 지독히 아프다. 푹, 하고 핏빛 조명이 관을 가득 메운다. 칼을 쥔 채로 끝까지 류큘의 손을, 그 손끝을 놓지 않으려는 애달픈 마지막.

 

 

 

 

기차역에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라고 말한 건 이날 공연 뿐이다. 이전 공연에서는 매번 "위대하고 진실된" 이라고 말했었다. At Last 넘버에서 노래하는 미나의 목소리에 그 손을 꼭 붙잡고 꾹 키스하는 디테일도 끝까지 유지됐고, She 넘버에서 오른쪽에 무릎 꿇은 채 손을 모아 기도하는 디테일도 막공까지 있었다.

 

 

잇츠오버. 침대 위에 똑바로 서서 왼손 하나로 반헬싱을 제압하는 단호함과 폴짝 뛰어내려서 양팔을 벌리며 위압하는 서슬 퍼런 존재감. 탤헬싱과 부를 때는 더 크고 쩌렁쩌렁하게 부르고, 손헬싱과 부를 때는 더 굵은 성악톤을 불러내는 류큘의 잇츠오버를 너무나 사랑했다. 반헬싱이 십자가를 들이밀자 크게 휘청이며 뒷걸음질 치다가 오른손으로 얼굴 오른쪽을 가리는 디테일은 이날과 총막에서만 봤다. 세미막에서는 그 손을 그대로 오른쪽 머리로 가져가서 두통이 일듯 머리를 짚었다. 입을 크게 벌리며 비웃는 디테일과 미나, 미나.. 하며 퇴장하는 디테일은 끝까지 유지됐다.

 

 

트시에서 류큘에게 완전히 빙의되는 임미나의 디테일을 몹시 사랑했다. 객석을 향해 서서 팽팽한 긴장감을 내보이며 대사를 이어가던 손헬싱은 "교활한!" 하면서 돌아본 미나에게서 류큘의 존재를 발견하고 "..악마입니다" 하고 눈빛을 번뜩인다. 휘청하며 다시 본래의 미나로 돌아오는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며 경계와 의심 가득한 눈빛을 서서히 부드럽게 바꿔내는 손헬싱 디테일이 무척 취향이었다. 트시 장면 박제가 단 하나도 없다니 믿을 수가 없다ㅠ 프랑켄도 가장 사랑한 절망 넘버 박제가 끝까지 없었는데....

 

 

눈앞에서 생생하게 바라본 시덕션 앞부분이 너무너무 좋아서 아직도 생생하다. 미나에게 다가온 류큘은 그의 뒤로 가까이 다가와 손날로 팔 바깥쪽을 농염하게 쓸어낸다. 뒤로 돌아 자신의 뺨과 가슴과 팔을 거침없이 쓰다듬는 임미나의 손길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받아들인다. "내 피는 그대 피 내 몸은 그대 몸" 하며 손깍지를 끼면서 제 왼손을 바라보는 눈빛. 제 코트를 벗겨낸 미나의 뺨을 오른손으로 감싸는 그 거역할 수 없는 섹시함이 지나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초반부터 유난히 섹시하던 류큘이 벌써부터 보고싶고 그립다.

 

 

류큘 처음 본 순간 / 차디찬 내 삶 / 따뜻한 바람 불어도 / 그 모든 게 다 의미 없어 / 류큘 없는 이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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