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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in 샤롯데씨어터, 2020.05.16 7시
류정한 드라큘라, 린지 미나, 강태을 반헬싱, 이충주 조나단, 김수연 루시, 김도현 렌필드. 류큘 자열다섯, 류린지 자넷.
트레인시퀀스 넘버에서 지난주와 동일한 음향사고가 있었다. 한 번은 실수고 사고지만, 똑같은 일이 두 번째로 반복되면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문제다. 옆으로 눕는 동작 때문에 마이크에 눈물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음을 알았다면, 연출을 바꾸든 마이크를 달리 차거나 늘리든 마땅한 대비책이 있어야 했다. 작품을 만들어내는 프로들이 어쩜 이렇게 똑같은 문제를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지난주보다 심한 잡음은 정상적으로 노래하는 류큘의 목소리까지 침범하며 장면을 완전히 망쳤다. 제작사 오디컴퍼니는 이 문제를 사과하고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신경써주길 바란다.
※스포있음※
불과 일주일만에 류큘의 디테일은 더 늘어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She. 신 따위는 필요 없다고 십자가를 뒤로 밀어버리고 십자가를 찔러내고 날 저주하라 비명을 쏟는다. 괴로워하며 엘리자벳사의 곁으로 뛰어내려온 류큘은 "신이여 제발, 제발" 하고 중얼거린다. 직전까지 저주를 쏟아냈지만, "신에게 모든 걸 다 바쳤"던 "신을 따른 믿음의 왕자"였기에 절망 앞에서 무의식적으로 신을 찾고마는 류큘.
프블. 손 디테일이 유난히 많았는데 "부패한 허물을 벗어" 하며 양손을 내려다보거나 "강인한!" 하며 오른주먹을 꽉 쥐었다. "새 운명의 길로" 부분에서도 재차 손을 내려다보며 제 손으로 쥐어낼 젊음과 정복과 미래를 예고한다. 목소리를 바꿔 "나를 두려워하는 나를 알고있는" 까지 부르고, 지난주와 다른 날카로운 웃음을 토했다. 오블 쪽에서 앞머리를 쓸어넘기는 대신 양팔을 가득 펼치는 위압감이 엄청났다. 랖앺랖. 루시 뒤에 선 류큘이 "너와 나 우리 세상이 이제 펼쳐진다" 하며 오른손을 하늘을 향해 뻗어내고 형형한 눈빛을 일렁인다. 루시 역시 창조주의 손이 가리키는 그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노래한다. 양팔을 벌리며 "자!" 하고 세고 강하게 외치는 디테일도 너무 좋았다.
잇츠오버. "날" 하며 제 가슴에 오른손을 올린다. She에서 "나의 모든 것을 바쳤잖아" 하며 가슴을 꽉 쥐어냈던 것처럼. "대-적하지 못해" 하고 변주를 그대로 이어간다. 휘청이며 침대 발치의 의자에 손을 얹는데 한쪽 무릎이 바닥에 아예 닿았다. 반헬싱이 다시 등장한 자신에게 잿더미가 되어 흩어져라 저주하는 순간, 류큘은 입을 크게 벌리며 웃는다. 하찮은 인간들의 발버둥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한 그 표정은 절대적인 마왕의 모습과 다름 없었다. 위쪽을 살짝 말아낸 짧아진 헤어스타일이 짙은 스모키 화장을 보다 강조하면서, 이날 류큘은 매혹적인 외모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악마의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여전히 인간을, 반헬싱의 고통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던 류큘은 "아더와 루시에게도" 하고 크게 하하하 토해내는 반헬싱의 웃음소리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의아함을 띄운다. "다음은 미나 차례겠지!" 라는 말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빛. "미나는," 하며 입가을 살짝 움찔대던 류큘은 "영원한 삶을 얻게 될 거야" 라며 기쁨까지 일렁이는 목소리와 눈빛을 내뿜는다. 제가 선물할 수 있는, 금보다 귀하고 값진 그것을 줄 수 있노라 기뻐하듯이. 이날 류큘을 보며 마치 벌레를 사냥해 자랑스레 주인에게 선물하는 고양이가 연상됐다. 비록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존재일지라도 제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선물인 영원한 삶을 사랑하는 미나에게 주려 한 것이다. 그래서 그 선물이 미나에게는 독임을 깨닫고 부르는 러빙유맆의 망연함이 유난히 짙고 맹렬했다.
피날레에서 무릎 꿇는 미나의 앞에 같이 무릎을 꿇고서는 앳라 때 그랬던 것처럼 오른손을 들어 미나 뺨의 눈물을 닦아준다. 세상 다정하게 손을 붙잡으며 세상 잔인한 부탁을 하는 류큘. 관 안으로 들어가 허리를 숙여 미나의 손에 깊게 키스한 뒤 육성이 들릴 정도로 다정하고 나지막하게 웃음을 토해낸다. 마지막까지 미나를 향해 뻗어내던 손은 매정하게 닫히는 관 너머로 사라진다. 뒤쪽 두 디테일은 이날 처음 봤다.
위트비베이에서 "이리와요 내 사랑" 을 불렀는데 미나가 아닌 루시가 나타나자 흔들리는 눈빛도 잠시, 욕망을 참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번뜩이며 본능적으로 입을 크게 벌리는 근래 디테일을 너무 사랑한다. 기차역에서 위대한 사랑이야기는 책에나 있다는 미나의 말에 "아니요 아니요" 라고 말한 류큘은, 미나에게 다시 자리에 앉으라고 오른손으로 부드럽게 손짓하며 부드럽게 눈꼬리를 휘며 미소 짓는 다정함이 무척 따뜻했다. 마스터송맆의 비아냥 어린 목소리 디테일이 계속 유지되어 좋다. 이날은 "쯧쯧쯧쯧" 하고 혀를 네 번 찬 뒤 짓씹듯 묵직하게 "멍청한 놈" 하며 렌필드를 팽했다.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젖히며 "누가 알까요" 하고 울먹인다. At last 에서 오른손으로 미나의 뺨을 쓰다듬으며 엄지로 눈물을 닦아준다.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다는 미나의 말에 바로 말을 쏟아낼 듯 허리를 세우다가 일순 숨을 참고 "당신은 이미 결혼했잖아" 하고 울먹인다. 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절절하게 토해내는 이날 러빙유는, 연인을 향한 사랑이라기보다는 유일한 빛을 향한 숭배 같았다. "당신의 자리를 찾아 돌아와요" 하면서 오른손을 펼칠 때, 이전에는 제 옆의 비어있는 자리를 바라보듯 바닥을 향했던 시선이 이날은 그 자리에 서있는 엘리자벳사를 바라보듯 살짝 위를 향해 있었다. 웨딩드레스로 갈아입는 미나를 보고 양손을 세워 얼굴을 가리며 괴로워하다가 무릎 꿇은 채 아아아악 비명을 지른다. 부케는 받지 않았다.
커튼콜에서 포옹한 뒤 린미나에게 "수고했어" 라고 말해주는 류배우님의 다정함이 참 좋다. 하나씩 줄어드는 티켓이 아쉽고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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