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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in 샤롯데씨어터, 2020.05.23 2시
류정한 드라큘라, 린지 미나, 강태을 반헬싱, 김수연 루시, 이충주 조나단, 김도현 렌필드. 류린지 페어막. 류큘 자열일곱, 류린지 자다섯이자 자막.
전반적으로 디테일을 많이 덜어낸 공연이었다. 평소와 다른 발성과 목소리를 들으며 190926 시라노가 연상됐다. 풍성한 성악발성은 사랑하는데, 저날과 이날 모두 뭔가 컨디션을 아끼기 위해 편하고 익숙한 발성으로 바꿔내는 인상이어서 비슷하게 느껴진 것 같다. 내 컨디션도 썩 좋지 않아서 1막은 집중이 좀 떨어졌는데, 2막은 시덕션부터 더롱거, 피날레까지 바꾼 발성이 너무 잘 어울려서 완전히 몰입했다. 두성의 공간감을 살리며 풍성한 울림과 고급진 당김음을 내는 음성이 황홀하게 아름다웠다. 러빙유 초반 무대 가운데에서 무릎 꿇고 부르는 소절 하나도 발성이 달라서 새롭고 좋았다.
스포있음
자신의 믿음을 배신한 신에 대한 강한 원망과 유약함이 많이 남아 있었다. "신이여, 신이여 제발" 하며 온몸을 내던지지만 변하지 않는 현실에 절망한다. 러빙유. 무대 정가운데에 선 미나가 흔들리고 번뇌할 때, 오른편에 무릎 꿇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양손바닥을 모아 마치 기도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신을 따른 믿음의 왕자" 시절에 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지만 고통이 뚝뚝 묻어나는 얼굴로. 그러다 조나단의 목소리가 섞여들자 괴로워하며 양손으로 귀를 막고 파들거린다. 랖앺랖. 왼편에서 양팔 벌리며 "영원한 삶" 하고 목소리 긁어내는데 끝까지 하늘을 노려본다. 영원히 저주 받은 생명을 내린 신을 원망하고 저주하듯이.
잇츠오버. "신이 두렵냐고 집어쳐!!!!" 하는 표정과 목소리에 이글거리는 분노가 늘 맹렬하다. 누구의 죽음도 원치 않는다는 미나의 얼굴이 대고 "미나!!!!" 하고 분노의 고함을 쏟아낸 뒤, 허리를 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상처 받았다는 듯 여린 목소리로 "미나.." 하고 한 번 더 중얼거렸다. 트시에서 영원한 삶을 강하게 부르짖던 류큘은 반헬싱의 존재를 인지하고 당황하며 아득해하다가, 어깨를 크게 들썩이며 한숨을 내뱉듯 두팔을 늘어뜨렸다. 위압적인 절대자의 모습 너머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랑에 절망하는 유약한 인간의 체념이 많이 보였다. 피날레. "피와 고통의 내 세상을" 하며 객석을 향해 왼손을 앞으로 쭉 뻗어내고 그대로 몸을 돌려 "이런 삶 이런 인생" 하며 관을 가리킨다. 끝까지 미나의 이름을 부르며 뻗어내는 손끝이 애틋했다.
"깊은 유감?!" 전 웃음소리 디텔은 없었고, 프블은 "나를 두려워하는" 하고 하하하 웃는 최초 디테일로 돌아갔다. 머리를 예쁘게 셋업해서 회춘 후가 정말 예뻤다. 앞머리 쓸어넘기는 살롱은 없었고. 위트비베이에서 루시 물고 입술을 약간 모으며 러빙유 끝나고 오른손으로 양눈을 가리며 흐느끼듯 파들거리다가, 웨딩으로 넘어가는 미나를 보며 무릎 꿇은 채로 고함을 쏟아냈다. 수연루시가 부케를 잘 던져줘서 착 받은 뒤 부케로 루시를 곧게 가리키며 흉흉하게 눈을 이글거렸다.
커튼콜. 관에서 나온 류큘이 양옆 배우들을 슬쩍 쳐다보길래 뭔가 준비했구나 싶었는데, 초연처럼 콩, 하고 점프를 해서 내려왔고 거기 맞춰서 다른 배우들이 폴짝 뛰었다. 삼연 초반에 잠깐 했던 이 사랑스러운 커튼콜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페어막이었던 린미나에게 양손으로 손키스를 날린 뒤, 혀로 입술을 훑고 코트를 멋지게 휘날리면서 관으로 달려갔다. 그 안에 서서 더 크게 하라는 듯 장난스럽게 미간을 좁히며 손짓하는 류큘에게 환호을 양껏 쏟아냈다. 만족스럽게 씩 웃으며 혀로 또 입술을 훑고 신나하는 류배우님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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