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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in 샤롯데씨어터, 2020.05.19 8시

 

 

 

 

류정한 드라큘라, 임혜영 미나, 이예은 루시, 강태을 반헬싱, 이충주 조나단, 조성린 렌필드. 류큘 16차, 류임 7차 관극. 4/26 이후 무려 3주 만에 만나는 류임은 역시 최애페어 답게 완벽했다. 완벽한 삶을 코앞에 두고 거세게 흔들리는 임미나의 노선 변화와 위압적인 절대자인 동시에 더없이 인간적인 본질을 지닌 류큘임 맞물리며 완벽한 피날레로 향했다.

 

 

스포있음

 

 

젊어지기 전 류큘은 평소보다 덜 늙은 목소리와 더 꼿꼿한 자세로 위엄 있고 의심스러운 분위기를 풍겨냈다. 미나가 떠나서 화를 내던 류큘은 조나단의 말에 프블에서 최근 바꿔낸 그 신경질적인 웃음을 쏟아냈다. 그리고 "깊은 유감??!" 하며 분노와 비아냥이 섞인 눈빛을 번뜩인다. 미스터 하커를 부르짖는 고함 역시 평소보대 더 흉흉했다. 프블. 도입부 왼블 앞에서 양팔을 확 벌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지지난주 쯤부터 안하고, 대신 젊어질 육체를 미리 가늠하듯 제 팔을 눈으로 쓱 훑는다. 침대 위에 올라 조나단 뒤에 서서 탐욕스러운 눈빛을 번들거리는데, 이날은 여기서 후드가 벗겨졌다. 평소 디테일 다 했고, 회춘할 때 후드가 앞머리에 걸려서 옷을 벗기 직전까지 고개를 내내 살짝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대존잘. 미모로 좌중을 압살하며, 오블 쪽에서 손등을 위로 한 채 양팔을 옆으로 확 벌려냈고, 왼블에서 씩 웃고는 중앙으로 돌아오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She. "대답해봐!" 부분을 절규하듯 쏟아냈고, "팔아서라" 하고 잠깐 끊어낸 뒤 "도" 하며 질러내는 고음에 이어지는 비명도 한층 처절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날의 왕자님은 주체할 수 없는 거대한 슬픔에 잠식 당해 너무나도 인간적이었던 본모습을 잃어버리고 만 유약한 존재였다. "신이여 제발!" 하고서는 엘리자벳사를 향해 손을 뻗어내며 "제발," 하고 흐릿하게 꺼져가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객석 쪽으로 걸어나오며 부르는 마지막 부분을 유난히 마디마디 끊어내는 느낌이어서, 단장을 끊어내는 아픔이 청각으로 형상화된 것 같았다. 러빙유 마지막. 노래하는 류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임미나는 "이제 내게 돌아와" 하면서 내미는 그의 손을 향해 제 손을 뻗어내며 아슬아슬하게 맞잡을 뻔했다. 0516처럼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괴로워하던 류큘은 앉은 채 절규를 쏟아내고는 벌떡 일어나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입술을 파들파들 떨었다.

 

 

 

 

랖앺랖. 루시의 뒤로 가서 노래를 시작하기 직전 혀로 아랫입술 안쪽을 훑으며 탐욕스럽게 눈을 번뜩이는 디테일 이날 처음 봤는데 너무 좋았다. "함께 런던을 삼킨 뒤 굴복시킬 거야" 하면서 루시의 왼팔을 쓸어올릴 때 고개를 살짝 젖히며 흰자가 다 보이도록 눈을 희번뜩거리는 디테일도 이날 처음이었다! 갈수록 마왕이야! 이미 런던은 류큘이 정복했구요!

 

 

플돈미 전의 대화에서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존재가 어떻게 생명이예요?" 하는 미나의 말에 "그래요. 내가 바로 그런 존재예요." 하는 류큘의 목소리가 얼마 전부터 미묘하게 강해졌다. 덕분에 위압적인 류큘의 노선이 한층 잘 어울린다. 지난주에 헤어커트를 한 뒤로 날카로워진 스타일링도 노선을 한층 부각시킨다. 특히 이날 1막 헤어가 소악마 느낌이 강하게 풍겨서 극이 한층 새로워졌다.

 

 

임미나의 플돈미와 윙즈도 그리웠다. "그의 목소리에 간절한 손길에 모든 게 마비돼 헤어날 수 없어" 하는 번뇌와 절망이 뚝뚝 흘러넘친다. 윙즈 도입부에서 조나단이 떠난 방향을 향해 섰다가 바로 완전히 뒤돌아서는 등, 번뇌하는 감정에 맞춰 객석에 내보이는 옆모습을 확확 돌리는 임미나의 이 디테일이 컨프롱 느낌을 강하게 풍겨서 너무 좋았다.

 

 

시덕션.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에 류큘의 뺨을 쓰다듬다가 문득 "검게 드리우는" 무언가를 느끼고 류큘의 눈이 아니라 어깨 너머의 "영원한 저 어둠"을 응시하는 것도 좋았다. 키스한 뒤 미나가 자켓을 확 벗기는 순간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400년 만의 그 손길을 느끼는 류큘 미모를 찬양한다. 일어난 미나의 팔 바깥쪽을 손날로 부드럽지만 달콤하게 유혹적으로 쓸어내는 류큘의 디테일을 경애한다. "돌아서기엔" 하고서는 미간을 살짝 좁히며 "너무 멀리왔어" 하고 속삭이듯 선언하는 분위기를 사랑한다. 비로소 제 빛을 다시 품에 안는 황홀한 찰나가 표정 하나에 고스란히 담긴다.

 

 

잇츠오버. 재등장 후 눈빛을 이글대며 인간들을 노려보다가 "잿더미로 흩어져라-" 하는 반헬싱의 말에 입을 크게 벌리며 웃음을 토해내는 디테일을 0516보다 길게 해서 너무 행복했다. 압도적으로 조무래기들을 눌러버린 류큘은 자신을 막아서는 미나에게 "지금 날 버리고" 하며 그의 얼굴 가까이로 천천히 상체를 숙이고서는, 미나 어깨 너머로 왼손을 천천히 들어 반헬싱을 삿대질 하며 "저 자를 선택하겠다는 건가?" 하고 묻는다. 천천히 몸을 숙이는 이 디테일도 처음 봤는데 비스듬하게 어깨를 기울인 그 자세가 인간 같지 않은 서슬 퍼런 아우라를 내뿜어서 유난히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노여움은 곧 일렁이는 슬픔이 되고, 류큘은 이해할 수 없는 미나의 행동에 상처 받은 눈빛으로 사라져버린다.

 

 

무려 열흘만에 제대로 다시 만난 트시가 너무 좋았다. (오디 사과 안합니까?) "영원해" 하고 목소리를 쩌렁쩌렁하게 바꿔내며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는 생생한 위압감이 압도적이다. 자유자재로 목소리와 호흡과 발성을 바꿔내는 류배우님을 너무너무 사랑한다. She에서 "공주는 매"까지는 부드럽고 애틋하게 이어가다가 "일"을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려 풍성한 음색으로 바꿔내는 그 찰나는 매번 오싹하게 짜릿하다. 최근에는 마스터송맆에서도 이러한 극단적인 갭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청각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 자신의 모든 재능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이야기를, 극을 한층 다채롭게 만들어내는 배우님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전 임미나는 스스로 반헬싱을 적대하며 명백히 드큘의 편에 섰는데, 이날은 달랐다. 홀린 듯 관을 올려다보는 임미나에게 드큘이 들어왔고, 집요하게 반헬싱의 계획을 드큘로써 묻는다. 교활한 그의 술수를 알아내고 말겠다는 듯이. 그러다 악몽에서 깨어나듯 고통스러워 하며 침대에 손을 짚는 순간 다시 미나로 돌아온다. 이전에는 침대에 앉아 확연한 적의를 담은 눈빛으로 반헬싱의 뒷모습을 노려봤지만, 이날은 혼란스러운 기색을 얼굴에 띄운 채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미나의 아픔에 더 세차게 휘둘리는 류큘의 더롱거. "난 미나를 사랑해" 하며 침잠하는 순간 창백한 얼굴이 확연히 어두워지는 찰나가 명확했다. 피날레. "그 사랑만이 내 마음을 밝게 해" 라는 미나의 말에 질끈 눈을 감으며 괴로워한다. 십자가를 내던지는 모습에 약간 놀란 빛으로 동공을 흔드는 류큘 디테일도 이전에는 못 본 것 같다. 자신을 향한 사랑이 미나를 저렇게 바꿔버렸음을, 제 삶의 유일한 빛이 지옥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어버렸음을 깨닫고 결심하는 찰나.

 

 

그리하여 이날 류큘의 결말은 명백한 자기희생이었다. 온몸을 내던지는 미나를 마주 끌어안을 때마다 고개를 살짝 젖히며 괴로워하는 그 표정이, "그토록 원하고 원했던 당신을 두 번 다시 잃고 싶지 않"은 절절한 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공연 내내 풍기던 절대자의 면모는 미나로 인해 깨어나는 인간적인 면모에 스며들듯 흐려진다. "당신의 순수한 영혼을 파괴할 것 같아 정말," 하고서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젖히며 괴로워하다가 "정말 두려워요" 하고 파들거리는 목소리에서 영혼을 짓이기는 절망이 흘러내린다.

 

 

"이런 삶 이런 인생 죽음보다 괴로워" 하는 부분의 강세를 평소와 다르게 주며 세차게 일렁인다. 관 안에 서서야 비로소 미나에게 다정한 미소를 걸어내며 마침내 마주할 자유를 응시한다. 스스로를 찔러내기 직전, 미나를 떠나야하는 슬픔과 함께 죽음을 향한 공포를 순간적으로 내비치는 표정이 지독히 인간적이었다. 그래서 칼에 찔린 순간 바뀌는 조명 속 류큘의 얼굴은 온갖 복합적인 감정에 뒤섞인다. 바로 미나, 하고 중얼거린 뒤 제 손을 놓지 않으려는 미나를 느끼며 다시 미나, 하고 부른다. 결국 떨어져나가는 미나를 갈구하듯 끝까지 손을 뻗어내는 류큘. 엎어지듯 관을 끌어안으며 신을 향해 물음을 던지는 임미나는 결코 신을 용서하지 못했다. 마치 그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진실된 사랑이야기"를 드라큘라 다시 이어나갈 것처럼.

 

 

 

 

위트비베이에서 "영국에서 좋은 시간 보내길 바랄게요" 하기 전 임미나가 살짝 뜸을 들인 덕분에 다정한 미소를 입가에 건 빨간 코트의 왕자님을 아주 조금 더 볼 수 있었다. 한 1.5초 정도? 기차역에서 탈선 농담에 임미나가 "여자를 웃게하는데 좀 서투신 것 같아요" 라고 하자 살짝 웃음이 나오는 얼굴의 류큘. "네 / 맞아요 / 인정할게요." 하고 이어나가는 류큘의 말에 소리내어 웃어주는 임미나. 늘 생각하는 건데, "언제 웃어봤는지 기억도 잘 안나요." 라는 큘 대사를 들을 때마다 5초 전이요 불과 5초 전!!!!! 이라는 반박이 자꾸 떠올라서 신경 쓰인다ㅋㅋ 미나 앞에서는 풀어지는 큘이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덧. 발랄하고 사랑스럽고 매혹적이고 맹렬한 예은루시 배우본체님 결혼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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