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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주절/Daily

190716

누비` 2019. 7. 16. 17:07

01.

 

근래 블로그를 방치하고 있다. 연뮤덕질이 시들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개인적인 커리어에 큰 변곡점을 만들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관극이 설레지 않는데 현업까지 바쁘니 후기글에 정성과 애정이 들어갈 리가 없지. 공백으로 채운 후기들을 언젠가는 보완하리라 생각하지만, 근시일은 아닐 것 같다.

 

 

02.

 

또 다른 이유는 티스토리 개편 때문이다. 직관적인 화면과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목적은 이해하나, 익숙한 양식이 바뀌어 버리니 꽤나 불편하다. 특히 사진 편집 기능이 몹시 간소화되었고, 그마저도 반응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바람에 개편 초반에는 짜증스러웠다. 티켓의 개인정보를 그림으로 지운다던가 서명을 넣는 등의 사소한 기능들이 없어지니 소소하게 귀찮아졌다. 자간 조정도 따로 안 되고. 여러모로 브런치와 아주 유사해졌으나, 글의 가독성은 훨씬 떨어진다.

 

 

03.

 

브런치는 얼마 전에 계정을 만들었다. 원한다면. 지금은 무산되었지만 자체 메북을 제작하기 위한 시도를 했었고, 이를 계기로 이곳저곳에 산발적으로 던져두었던 후기를 모아 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2015년부터 지금까지 4년 동안 꾸준히 누적해온 후기들을 다듬고 정리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직접 손에 쥐고 넘길 수 있는 실제 책이 갖고 싶었다. 독립출판은 언감생심이지만, 개인 소장용으로 몇 부 정도만 찍어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브런치 계정을 만들고 작가 신청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04.

 

하나의 완성된 글을 작성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궁금한가?

 

 

05.

 

일부러 잘 아는 극부터 시작했음에도, 오히려 그 애정이 독이 되는지 참으로 글이 써지지 않더라. 관극한 특정 회차의 해석이나 노선 혹은 디테일을 풀어내는 형식이 아닌, 극 자체를 다루고 이야기하는 방식은 생경하기에 더욱 어려웠다. 기승전결의 구성, 소개와 스포일러의 경계를 구분 짓는 줄거리, 대사와 가사의 인용,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주제. 무엇보다도 이 글의 독자를 누구로 설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지금껏 작성해왔던 후기들은 비연뮤덕은 고사하고 연뮤덕에게도 그리 친절한 글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최대한 친절하게 풀어내려다가도, 이렇게까지 과한 설명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수없이 부딪히며 문장들을 엮어나가야 했다.

 

 

06.

 

그 문장들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또 어찌나 까다롭던지. 하나의 글에 동일한 단어나 문구를 사용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편집증적 성격 때문에, 적합한 단어의 발굴이 몹시 고되고 힘들었다. 완벽주의자도 아니면서 괜한 집착에 시달리며 스스로 야기한 고통으로 몸부림쳤다. 지나치게 현학적이지 않되 깔끔하게 다듬어진 문장을 위해 온 마음을 던졌다.

 

 

07.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기 전에 만들어둔 세이브 원고 3개는 전부 공개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글을 완성하질 못하고 있다. 극을 향한 애틋함이 흘러넘쳐도 쉽지 않은데, 지금처럼 어중간한 마음의 침체기는 어떠하겠는가. 글은 오롯이 정성과 시간임을 절감하며, 나만의 책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는 잠시 보류하게 됐다.

 

 

08.

 

대신 이번 여행기만큼은 반드시!!! 기필코!!! 작성하려 한다. 안내서의 정보성보다는, 에세이의 감수성을 담아서.

 

 

09.

 

찐한 퇴사 여행을 다녀오면 류라노 첫공이 기다리고 있지! 무려 8개월 만에 만나는 류배우님의 목소리와 눈빛과 얼굴과 노래를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행복하다. 길고 길었던 기약 없는 기다림이 곧, 끝나는구나.

 

 

10.

 

8월은 관극 해야 할 공연들의 향연과 새로운 곳에서의 도전이 겹치며 바쁘고 정신없는 나날이 될 예정이다. 유종의 미를 잘 거두고, 심기일전하여 첫 발걸음을 내딛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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