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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들
in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19.03.30 2시
이필모 정학, 온주완 무영, 제이민 그녀, 이정열 운영관, 박정표 상구, 김산호 대식, 이진희 사서, 이아진 하나, 이다연 수지. 인터파크 패밀리데이 초대행사.
"한번은 만나야 할" 뮤지컬이라는 홍보문구처럼, 한 번 만난 것으로 족한 극이었다. 쥬크박스 뮤지컬의 장점인 익숙하고 좋은 노래를, 극의 내용과 크게 어울리지 않는 장면마다 불러서 공연이 끝날 즈음에는 귀와 머리가 아파왔다. 편곡 자체는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는데, 1막 오버츄어가 정말 좋더라. 그외의 떼창 넘버들은, 똑같은 가사를 마치 돌림노래처럼 수차례 반복했어야만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정열파파의 2막 초반 솔로넘버들, 특히 '서른즈음에' 는 가슴 시릴 만큼 아련하고 애틋하여 가장 기억에 남았고,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맆 도입도 1막의 장면과 연결되어 뭉클했다. 영애양 역의 아진하나가 너무 잘해서 검색해보니 이정열 배우님 실제 따님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역시 예체능계 재능은 유전의 힘이 엄청나네. 매다리에서 알게 된 송영미 배우와 더불어, 앞으로 계속 관심 갖고 행보를 지켜보고 싶다.
진희사서도 역시 감칠맛나게 극을 살려줘서 나올 때마다 행복하게 시선을 고정했고, 오랜만에 만나는 제그녀도 탄탄한 노래와 절절한 연기로 산만한 극의 몰입을 높여줬다. 앙상블 배우들은 춤 뿐만이 아니라 몸관리까지 몹시 고생할 것 같았다. 경호실장 배우랑 기자 중 혼자 여성이신 배우 두분 대사 목소리 매력적이었다. 요새 자꾸 목소리에 꽂히네.
극 내용은 전체적으로 촌스럽고 단순하여 크게 덧붙일 말이 없다. 이 내용을 이렇게 길게 늘이니 종국에는 지겨울 정도였다. 다양한 캐릭터를 주조연으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좋지만, 불필요하고 고리타분한 유머들이 몸과 마음를 지치게 했다. 무영과 정학이 장난치다가 그녀의 악보를 오케피트로 떨어뜨리는 참사가 가장 재미있었다. 쩔쩔매면서 몸을 숙여 악보 던져달라던 정학에게 오케분이 던져는 주셨는데 높은 무대에 닿지 못하고 떨어져버렸다. 결국 악보는 오케가 다시 주워 지휘자를 거쳐 꼭 필요하다고 안절부절 못하는 정학에게 돌아갔고, 객석에서는 응원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참사가 가장 흥미로운 유머였다니, 새삼 놀랍다.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극을, 진부하고 지루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나치게 무거울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까지 평면적으로 풀어낼 이유도 없지 않은가. 아쉽고 불만족스러운 극의 목록이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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