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공연예술/Other Stage

2018 관극정산

누비` 2018. 12. 29. 10:22


프랑켄슈타인 류빅터. 올해 관극정산 끝.

 

... 라고 끝내면 다른 관극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 여름부터 연말까지 류빅터를 아끼고 사랑하는데 온 마음을 던지긴 했지만, 프랑켄 삼연 이외에도 즐겁고 행복했던 관극이 많았다. 뮤덕으로서 좀 더 다양한 관극을 하고 싶다. 하지만 미투의 시발점이 된 성추행 사건, 줄줄이 이어지는 폭로, 페이 미지급, 일부 관계자들의 관객 기만, 여전히 낡고 태만한 연출 등 워낙 곪아있는 문제가 많은 이 업계를 더 깊게 파고들어 덕질하기에는 열정과 애정이 부족하다. 관객이자 소비자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은 불매 뿐이고, 시정과 변화를 요구하고 지지와 연대를 표현하는 행위 이상을 할 수 없음이 괴롭다. 불평등하고 불공평한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업계를 덕질하다니. 행복하기 위해 존재하는 덕질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면, 그 덕질은 결코 유지될 수 없다. 부디 변화하고 발전하여 더 나아지길 바란다.




매해 그러했듯, 연초는 개인적인 관극 비수기였다. 시라노 초연 이후 오랜만에 무대에 선 류바고를, 도저히 용납하고 넘어갈 수 없는 연출의 부재 때문에 많이 만나지 못하여 아쉬웠다. 넘버만큼은 몹시 아름다웠기에, 오슷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 한살리의 매력에 푹 빠졌던 연극 아마데우스는 매번 다양한 고민에 잠기게 해줬기에 관극마다 즐거웠다.

 


막공주에야 가까스로 만난 빌리는 눈부셨고, 아름다움에 가슴이 벅차던 오유콘 역시 여전히 생생하다. 소소하게 마돈크 택슈 페어 회전을 돌았고, 노담 10주년 첫공을 함께 했다. 그리고 6월, 류배우님 입덕 이후로 가장 갈망하던 류빅터를 마침내 마주했다.



황홀하고 눈부시고 엄청났던 첫만남과, 잦은 빈도에도 전혀 바래지 않는 놀라운 강렬함과,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함께 이야기를 공유하는 짜릿함이, 그 모든 순간을 매우 행복하게 만들었다. 두 달 동안 온전히 몰입했고 오롯이 사랑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완벽한 경험이었기에, 후회도 미련도 아쉬움도 없다. 그저 그립고 애틋할 뿐이다. 류빅터 관극정산 참고.



류빅터를 쉬이 떠나보낼 수 없었기에, 지방 도시들로 향한 류랑극단을 따라갔다. 대구와 김해 공연은 반드시 전관하리라 목표를 세웠던 류한페어가 있어서 행복했다. 지방공 특유의 분위기도 신선했고, 덕분에 국내여행까지 즐길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소소히 다작을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처음으로 종일반도 해봤다. 10월의 미첼콘이 무척이나 행복했는데, 그에게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 발생하여 유감스럽다. 쇼놋이 내년에 헤드윅을 올린다는 소문이 있던데, 참으로 파렴치하다.



그리고 대망의 부랑켄. 수없이 국내여행을 다녔음에도 매번 인연이 닿지 않았던 도시 부산이었는데, 부랑켄 덕분에 너무나도 행복한 기억만 잔뜩 남기고 올 수 있었다. 특히 센텀은 절대 잊지 못하리라.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아쉽고 마음이 쓰렸지만, 끝까지 온 마음을 다해 작별인사를 고할 수 있어 감사했다. 이토록 온전히 만족스럽고 멋진 덕질을 경험할 수 있어 영광이다.



돌이켜보니 다시는 하기 힘들 덕질이었다. 한 시즌에 3n번의 관극을 하다니. 심지어 지난 시즌까지 더하면 프랑켄슈타인 관극 4n번을 달성했다. 앞으로 이렇게까지 영혼을 갈아 양껏 사랑할 수 있을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을까 싶다. 열망하고 고대한 만큼 훌륭하고 특별했던, 이 눈부신 경험이 재차 감사하다. 2018년은, 류빅터를 만나고 사랑한 것만으로도 완벽한 한 해였다.


공지사항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